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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88993255393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저자 서문 06
프롤로그 10
제1부 과학
150년의 침묵 22
과학적 거짓말과 비과학적 진실 43
퍼즐 맞추기 57
질병의 탄생 76
기적은 사소한 곳에서 100
설탕, 포르노, 교과서 114
제2부 종교
진화하는 힘 128
마법과 마법이 아닌 것들 146
과학은 정말 과학일까? 170
제3부 매트릭스
of the money, by the money, for the money 188
링컨과 히틀러의 실험 209
매트릭스, 약한 고리는 없다 226
에필로그 24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나라도 1990년대부터 미국식 경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미국에서 기계론적 경제학을 배운 유학파들이 주도를 했다. 사실 한국의 IMF는 일본의 장기 불황이나 아르헨티나의 경제 파탄과 마찬가지로, 성급히 미국식 금융을 도입했다가 일어난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IMF 이후 좌파정부 10년이 지나갔다곤 하지만 경제정책은 사실상 우파에 가까웠다. 즉 미국식 경제로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왔던 것이다.
지금처럼 미국식 경제의 도입이 지속될 경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어느 정도 예상을 해볼 수 있다. 그동안 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나라들이 적지 않았고 어떤 결과가 초래됐는지에 대해 수많은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빈부격차가 커지고 성장률이 주춤하는 양상을 보인다. 중산층은 서민층으로 몰락하고, 서민은 빈민, 빈민은 극빈자가 되어 노숙을 하거나 자살로 몰리는 과정이 거듭된다. 물론 이 와중에도 부유층은 재산이 급격히 불어나기 때문에 사회 전체로는 오히려 경제가 성장한 걸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거덜이 난 사례도 제법 된다. 20세기 후반의 굵직굵직한 내전들은 대부분 그런 나라들에서 일어났다.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 등이 그랬고, 나이지리아와 아이티는 세계에서 가장 미국적인 시스템을 갖춘 나라들인데, 분위기가 삭막하기로 이름난 곳들이다.
국가만 그런 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미국식 경영법을 도입했던 소니는 그 뒤로 몰락의 길을 걸은 반면, 정리해고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도요타는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직원들이 회사에 애착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하기 때문인데, 애착이니 애사심이니 하는 게 미국인들의 논리로는 잡히지가 않는다. 의미가 없으니 무시되는 거고, 정리해고를 무자비하게 할수록 유망한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요타는 미국인들로부터 ‘그딴 식으로 경영을 하면 신용등급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자주 받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요타는 그 후 세계 자동차 업계를 평정한다.
…
지금껏 보아왔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은 대부분 진실이 아니다. 뭐가 진실이고 뭐가 조작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수많은 허위와 조작들이 기하학적 논리란 공통 매개를 통해 온 세상을 통째로 얽어매고 있는 이 현실은 매트릭스를 연상시킨다. 그렇다. 이건 일종의 매트릭스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엔 다음과 같은 명대사가 나온다.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데
너희 인간들은 그렇지 않아.
너희들은 한 지역에서 모든 자원이 소모될 때까지 계속 증식을 하지.
그리고는 생존을 위해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지구상에 너희와 똑같은 패턴으로 움직이는 생명체가 하나 더 있어.
그게 뭔지 아나?
바이러스지.
바이러스가 이 대사를 들었다면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바이러스처럼 환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사는 생명체는 없다. ‘매트릭스’의 대사는 인간도 모욕한다. 인간이 언제 그렇게 말썽꾸러기 같은 존재가 됐나? 인간과 바이러스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환경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산다. 지금 지구를 파괴하는 건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시스템이다. 정보의 조작과 왜곡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시스템, 조작의 도가 지나쳐 어디서부터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가상인지조차 헷갈리는, 그야말로 매트릭스란 이름이 딱 어울리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매트릭스를 창조한 건 돈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돈은 지폐나 금괴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경제학자들의 주장처럼 ‘신용’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그 옛날 우상숭배자들의 ‘만신萬神’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