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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중동/튀르키예소설
· ISBN : 9788993489781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8-09-29
책 소개
목차
후세인에게로 다가가는 여행 11
붉은 바람 속으로 들어가다 13
오, 나의 후세인, 이 죽음의 잠에서 깨어나라 33
랄레쉬 계곡에서 온 손님 38
상추밭 53
너 자신의 피에 취하여 56
성스러운 메소포타미아의 태양 67
아시리아인 사제 가브리엘이 기억하다 74
전 약혼녀 79
시 83
지구의 끝에서 온 또 다른 천사 89
앤젤 졸리 96
이혼의 기쁨 101
말의 아이들 109
선과 악 너머에 119
질란이 기억하다:두 강의 물로도 깨끗하게 씻을 수 없어요 124
잔인한 달빛 133
산 143
이 세계는 창문이요 모든 나그네들이 와서 들여다보고는 다시 떠나가나니 150
미국, 미국 168
살림이 기억하다 173
멜렉나즈를 향한 여행 181
동정은 잔인함으로 생긴 상처를 아물게 하지 못한다 183
역자 미주 220
옮긴이의 말 227
리뷰
책속에서
젊은이여, ‘하레세’가 무슨 뜻인지 아는가? 고대 아랍에서 쓰던 말이지. 탐욕, 욕심, 야심, 게걸스러움, 이런 종류의 말들의 뿌리에 놓여 있는 말일세. 이게 바로 ‘하레세’야, 젊은이. 낙타를 일컬어 사막의 배라고 하지 않나? 이 축복받은 짐승은 워낙 강인해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몇 주 동안이고 사막을 걸어갈 수 있지. 그런데 이놈들은 모래 속에서 자라는 한 가지 특정한 종류의 엉겅퀴를 아주 좋아한다네. 그래서 이걸 만날 때면 걸음을 멈추고는 뜯어먹기 시작하는데, 그걸 씹는 동안 억센 가시가 입안을 온통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놓게 되지. 이때 입속에서 흐르는 피의 찝찔한 맛이 엉겅퀴의 맛과 섞이게 되는데, 낙타는 바로 이 맛을 너무나 좋아한다네. 그놈들은 씹으면서 피를 흘리고, 피를 흘리면서도 씹지. 낙타는 이거라면 한도 끝도 없이 먹으려 들어. 억지로 그만두게 하지 않는다면 아마 과다출혈로 죽을 때까지 계속 먹을 거야. 이게 바로 ‘하레세’라네. 내가 이미 말했지만, 이게 바로 탐욕, 욕심, 게걸스러움을 일컫는 우리 말의 뿌리일세. 그리고 이게 바로, 젊은이, 중동이 걸어왔고 가고 있는 길일세. 우린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서로를 죽여왔네. 상대를 죽임으로써 자기 자신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로. 우린 우리 자신의 피에 취해 있는 걸세.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이끌리게 하는 것들, 페로몬, 향기, 피부와 피부의 접촉, 개성, 태도, 행동방식, 목소리, 미소, 눈길, 신체적 외형, 내적 아름다움, 정신적인 호응도 등 그게 뭐가 됐든, 내 경우에는 그 어느 것도 가능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내가 들은 이야기 자체에 빠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 이야기, 그 문화, 그 역사에 매혹되었던 거다. 그런데 과연 이야기 때문에 반한다는 게 가능한가? 지금 널 보면 그것도 가능하다고 봐야지,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멜렉나즈를 찾아야 한다는 요구는 항시적인 것이어서, 마치 치료되지 않은 치통처럼 항상 내 안에 잠복하고 있다가 수시로 튀어나왔다. 내가 만약 메소포타미아에 만연한 미신을 믿었다면, 나 역시 악마가 내 영혼을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했을는지도 모르겠다.
"설령 저를 다시 어머니 자궁 속으로 집어넣으시더라도요, 어머니, 이젠 절 보호하실 수 없어요!"
이게 후세인이 자기 어머니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