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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506310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1-06-30
책 소개
목차
펴내는 글
04·이제는 풀어내도 될 이야기
1. 아내의 젖은 손을 보듬으며
014·태몽
019·아내의 젖은 손을 보듬으며
026·집사로 다시 태어난 처남
030·서울 입성기
034·문어로 세상을 낚는 조카
038·처형의 침묵
042·트렌치코트와 누님
047·한 조각 구름처럼 떠나신 형님
051·이제는 바보온달이 은혜를 갚을 차례
055·형님의 그림자가 되어
059·혼자 산다는 것
펴내는 글
04·이제는 풀어내도 될 이야기
2. 아이들 곁자리
065·교장 연수를 열면서
070·다문화 가정 2세들의 아픔
074·혼란기의 우리나라 교육
079·교육은 잠재적 능력을 꽃피우는 것
084·미래사회의 인재육성 전략
089·창의성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094·교권 수난 시대
099·장학지도의 허와 실
105·학교장의 기초역량
3. 행복한 학교
111·교감은 때론 악역을 맡아야
116·생동감 넘치는 국제도시 대만
121·인애국민소학교와 한인학교의 눈망울들
128·자연이 빚은 화련(花蓮) 태로각 협곡의 예술미 감상
134·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대만의 관광 도시 남투현
138·내유국민소학교의 견학
142·대만연수 마지막 날의 아쉬움
146·마음의 안식처 학교 꽃동산
4. 벼 이삭 줍던 할머니의 손
152·3월의 아이
156·수면으로 떠 오른 연
160·벼 이삭 줍던 할머니의 손
164·인자한 구내식당 아주머니
169·꺼져가는 생명의 불씨
174·청개구리 같은 아이들
179·백제의 흥망성쇠
185·한 송이 두 송이로 이어진 편지
189·열매는 혼자 맺히지 않는다
193·나무꾼의 양심처럼 살았으면
5. 산다는 것은
199·삶의 질곡에서
203·다시 태어나도 스승의 길을
208·늙기도 서러운데
212·죽음의 강을 건너는 길목에서
216·가을 낙엽을 보면서
220·서울 투어
224·밥 공동체의 따뜻한 사랑이 그리운 까닭
228·가을 들녘에서
232·천사 같은 동창생
237·보릿고개 시절이 그리운 까닭
6. 노을 지는 갯벌
243·금강산 여행기
257·여장부의 한이 서린 신덕왕후의 정릉
261·노을 지는 갯벌을 다녀와서
267·머나먼 항해
271·토정비결
276·명성산 억새꽃의 향연
저자소개
책속에서
1. 「아내의 젖은 손을 보듬으며」 중에서
사실 내가 지금까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찬란한 아침 햇볕을 쬐면서 건강하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아내의 덕분이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20여 년 전 큰아들은 여섯 살, 작은 녀석은 세 살 정도 되었을 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판정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던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이를 닦자니 붉은 팥알 모양의 응고된 핏덩어리가 잇몸 사이에 기생충처럼 붙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질 기미가 안 보여 급히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으나 지혈이 되지 않았다.
의사는 피가 계속 멈추지 않으니 내과에 가서 피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하였다. 나는 즉시 집사람한테 연락을 취한 후 당시 내과의로서 명성이 있는 병원에서 피검사를 하였다. 그날 오후 설악산 오색약수터로 약수를 뜨러 갔었다. 구덩이가 바가지만큼 작은 약수터 돌 사이에서 보골보골 샘솟는 약수는 그야말로 한 모금 마시는데 인내가 필요할 정도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약수를 떠서 집으로 돌아온 그날 저녁 거울을 보니 눈이 상당히 충혈 되어 있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이때는 벌써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면서 각종 병균 침입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상황이었다.
월요일 아침, 피검사 결과를 보러 갔더니 의사가 말하기를 “당신은 지금부터 가만히 누워만 있어야지 뛰거나 심한 운동을 하면 뇌출혈 염려가 있다.”라고 하면서 오후 3시까지 원주의 기독병원으로 올라가서 입원 치료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아내와 나는 급히 택시를 이용하여 그날 오후 늦게 원주 기독병원에 입원하여 기초검사를 다시 받았다. 주치의가 “집안에 이러한 병을 앓은 사람이 있소?”하고 물었으나 나는 병명도 잘 모르는 까닭이어서 그저 담담한 심정으로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답변만 하였다.
2. 「마음의 안식처 학교 꽃동산」 중에서
나는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늘 가까이하며 또 그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잠들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우리나라 산야의 묘지를 볼 때마다 그 외로움이 물씬 배어나서 서글픈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에 있는 선산을 돌아보면서 유럽의 공원묘지를 떠올렸다. 이곳에 그림같은 집을 지어 꽃을 심고 연못을 만들어 여생을 보내면서 아름다운 가족공원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우리 부부 누군가 먼저 숨을 거두어 이별하더라도 슬퍼하지 않고 가까이 있어 조석으로 볼 수 있으니 사는 동안 직장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밖에 보지 못했는데 늘 가까이 있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이는 참으로 행복한 일일 것 같다. 어디 그뿐이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이 나의 사후에도 늘 가까이 있고, 또 다른 후손이 그렇게 한다면 우리 가족은 숨을 거둔 후라도 외롭지 않고 평화로울 것이다. 영원한 평화와 안식속에 깃들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자니 이 거룩한 뜻이 성사만 된다면 나는 지금 눈을 감아도 외롭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가득하여 더없이 행복했다.
죽음은 모든 인간이 두려워한다. 그래서 옛날 중국의 진시황제도 불로초를 찾아 세계를 휩쓸고 다녔고 우리나라 제주도까지 다녀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유별나게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별들과 구름, 그리고 고향의 꽃향기! 이러한 것들은 저 세상에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들이 가까이 있어 그들이 내뿜는 따뜻한 숨소리와 세상 이야기 그리고 마음속의 정다운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우리 학교 연못과 꽃동산 같은 가족공원 묘지를 기대하자면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이 그리 두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