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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3541595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9-11-05
책 소개
목차
제1부 묶다
가시연꽃 | 자유로에서 자유를 생각한다 | 주목나무 곁으로 간다 | 묶다 | 풀섶을 돌아보다 | 참새 곳간 | 걸어 다니는 비둘기 | 몸으로 길을 만든다 | 낭새섬 | 불빛은 깨어 있고 | 눈발은 뛰어들고 | 발자국 찍기 | 아파트 | 부부
제2부 엎드려 흐르는 물
우포 어머니 | 번영로에 간다 | 엎드려 흐르는 물 | 고양이가 있는 풍경 | 어두워지기 전 | 그늘을 찾아서 | 해국(海菊)은 피어서 | 폭우, 광장에서 | 전조 증상 | 입춘 무렵 | 무당벌레 | 전등사 지붕 아래 | 주전자 | 종이컵
제3부 폭설
연꽃 만나기 전 | ‘개’에 관한 고찰 | 벚꽃 | 여름의 끝에는 | 날개 없는 새를 읽는 저녁 |동백나무 | 하지를 지나며 | 별꽃 세상 읽기 | 선인장꽃 | 매화꽃 기다리며 | 폭설 | 상사화 피는 산 | 들깨꽃 | 꽃난장
제4부 황금분할의 공식
손 | 황금분할의 공식 | 아리랑 밥집 | 즐거운 노년 | 아버지의 등 | 감나무 곁에서 | 우산 아래 | 연날리기 | 유월, 비 | 이명(耳鳴) | 유관순 초혼묘 곁에서 | 그날 | 고속도로 | 망향의 동산
해설 | 생명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 _김정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시연꽃
저것이 연꽃이라니
가시보다 무서운 창이 가슴을 뚫고 나오는
저 치명적인 목숨에 누가 연이라 이름 붙였을까
늪 속에 잠겨
끓어오르는 심사를 삭여왔나
졸이고 졸여 핏빛으로 피었구나
세상살이 조용히 엎드려야 한다지만
들끓는 오뉴월의 뙤약볕 견디지 못하고
불쑥 꺼내든 저 뜨거운 꽃송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에
가시 송송 매달고 솟아오른
선연한 얼굴
제 가슴을 찢고 꽃을 꺼내 드는
무성한 자존과 생명
늪을 뒤덮었다
전등사 지붕 아래
전등사 도편수의 아픈 손가락 그 여자
지금도 눈웃음 여전하네
지붕의 무게쯤 감당할만하겠지
오래된 절집 지붕 너머 들국 흐드러지고
사람들 흘깃흘깃 수군대니 심심치도 않겠지
부처님 머리 위에 쪼그리고 앉아
훔쳐 듣는 법문이 사랑가 같으려나
그 여자 우는 것을 본 사람이 없다는데
나도 오늘은 한 말씀 보태네
쉿!
한쪽 팔을 내려 보세요
당신의 사내가 올린 지붕은 무너지지 않아요
손
팔순의 우리 엄마 자식 신세 지지 않겠다고 노인 일자리 구해서 돈 벌러 다니신다
뽕나무 뿌리같이 구부러지고 뒤틀려진 손가락으로 고사리 같은 아이들 학교 끝나고 우르르 빠져나간 교실 책상도 닦아주고 흐트러진 의자도 바로 놓아주러 다니신다
장다리꽃 같은 자식들 어느 벌판에서 바람에 흔들리다가
엄마의 손이 늙어가는 줄도 몰랐다
땅 위로 뿌리가 드러난 뒤에야 보이는 엄마의 손
살점은 없고 심줄만 불거져 마른 나무껍질 벗겨지는 소리가 난다
불거져 나온 손마디가 늙은 소의 무릎 같다
마디마디 통증으로 밤새 뒤척이신다
바람도 없는데 문풍지 우는 소리
자는 척 눈감고 몰래 듣던
늙은 엄마의 뼈마디 삭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