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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동물과 식물 > 동물 일반
· ISBN : 9788993690309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4-11-25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_ 강수돌
들어가는 글
1장 인간의 울타리로 들어온 동물
남성 위주 수렵채취 사회가 부른 슬픈 천형
경작이 가져온 편견과 계급
고기에 대한 욕망으로 동물을 길들이다
인간의 다양한 동물 사용법
총칼보다 무서운 백인의 질병
2장 산업축산의 탄생
살코기를 먹기 위해 키우던 가축
육종, 인간 탐욕의 끊임없는 선택 과정
극단적 육종, 허약해진 생명체
선망의 대상에서 ‘신앙’이 된 고기
결국 고기가 아니라 석유를 먹는 것
3장 ‘숨 쉬는 햄버거’의 비극
되새김질하지 못하는 소
추억 속의 얼룩송아지
프리미엄 젖소에서 최첨단 젖소까지
부드러운 살코기의 비가
쇠고기의 역습
4장 꼬리 잃은 돼지
인간과 더불어 산 돼지 생활사
공장식 사육장의 돼지 수난사
‘살처분’만이 답인가
생명공학의 총아가 된 돼지
미니 돼지? 애완 돼지!
5장 부리가 잘리는 닭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닭
그 많은 닭들은 어디서 오늘 걸까
싸구려 계란과 닭고기의 비밀
누드 닭에서 뱀닭, 싸움닭까지
양계장을 나온 산란용 닭의 깜짝 행복
6장 반려동물의 애환
늑대, 최초의 가축에서 반려동물이 되기까지
본성을 억압해 키우며 반려동물이라니!
도축이 합법화되면 개고기가 불편하지 않을까?
음식문화 상대주의 논쟁
도둑고양이가 될 수밖에 없는 신세
인간의 호기심과 욕심이 만든 애완동물들
7장 실험동물과 동물원 안팎의 동물들
인간 질병을 안고 태어나는 쥐
제인 구달의 눈물을 닦아준 침팬지
제국주의를 따라 들어선 동물원
동물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기 위한 동물 공연?
8장 인간 동물원의 가엾은 군상
홀로세의 공룡
생태를 참칭하는 반생태적 삶
우리는 누구인가: 생산인구에서 잉여인간으로
지구는 결국 제2의 ‘라파누이’가 될 것인가
인간을 보호하는 자연
나가는 글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인간의 울타리, 그것도 산업축산의 울타리에 사는 동물들 삶의 실상을 접하고 처음 드는 생각은 고기 먹는 것을 당장 그만두자다. 그것이 잠시 후, 고기 소비를 줄여 보는 것으로 갔다가 먹더라도 잔혹하게 키운 고기는 피하자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고기 맛을 알아버린 사람이 고기 먹기를 당장 그만두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가 어떻게 생산되어 어떤 경로를 거쳐 내 식탁에까지 이르는지 대략이라도 알아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저자의 생생한 필치로 눈앞에 훤히 펼쳐지는 울타리 안 동물들의 일상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고기를 먹으려는 인간의 욕망이 조금 잦아지면 울타리 안 동물들의 삶이 나아질까? 그건 아닐 것이다. 이윤 추구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현대 자본주의 산업사회는 그럴 여유가 없다. 이 책에는 특히 소, 돼지, 닭의 산업축산 사육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탐욕이 인간에게 최소한의 염치마저 빼앗아간 실상을 알려준다.
동화 속 마녀는 헨젤과 그레텔에게 빵을 먹여 살을 찌우려 했지만 맛있는 쇠고기가 되기 위해서는 옥수수가 핵심이다.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은 쇠고기를 많이 먹는 미국인을 ‘움직이는 콘칩’이라고까지 했다. 호주에서 수입하는 쇠고기도 미국 쇠고기에 못지않게 부드럽다. 몽골의 소처럼 목초만 먹었다면 조금 질겨야 마땅한데 부드러운 건 도살하기 5개월 전부터 옥수수 사료를 집중해서 먹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우도 마찬가지다. 품종은 비록 다르지만 사료가 같으니 살코기가 부드러울 수밖에 없다.
(…) 살코기가 부드러우면서 덩치도 크게 소를 개량할 수는 없을까? 축산과학이 나섰다. 몸집이 충분히 커질 만큼 사육 기간을 늘리면 비용도 증가하지만 살코기가 질겨질 뿐 아니라 맛이 떨어지므로 송아지의 덩치를 다 자란 소 못지않게 키우는 것이 중요했다. 산업축산은 그를 위해 소에게 성장호르몬을 주입할 뿐 아니라 숫송아지는 일찌감치 거세한다. 그래야 움직임이 둔해져 체지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쇠고기의 현주소다.
(…) 지방이 대리석처럼 물결치든, 이슬처럼 점점이 박혔든, 단백질보다 지방이 많은 살코기는 부드럽기 짝이 없지만 그런 근육을 가진 송아지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인간의 잔혹한 사육 방식에 의해 어린 나이에 그만 불구가 된 것이다. (…) 섬유질보다 많은 전분이 혹위에서 거품을 형성하며 부풀어 올라 폐를 압박할 경우 질식할 수 있으므로 인부는 서둘러 혹위까지 호수를 찔러 넣어야 한다. 그도 저도 귀찮으면 혹위 속을 몸 밖에서 들여다보며 해결할 수 있도록 옆구리에 구멍을 뚫는다.
그뿐만 아니다. 옥수수는 소화되며 산성이 된다. 중성이어야 할 소의 위가 산성화되면서 궤양이 생기고, 궤양은 위염과 간질환, 면역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옥수수 사료만 먹는 소는 간이 망가져 보통 5개월을 넘기기 어렵지만 강력한 항생물질이 그 위기를 넘기게 한다. 이는 항생제 내성을 강화시킬 뿐 아니라 쇠고기에도 항생제 성분을 남길 수 있다. 그렇게 1년 이상 키우면 아직 송아지인데 어느덧 다 자란 소의 몸집이 되고 몸은 기진맥진 상태가 된다. 그 때가 대략 생후 20개월 전후다. 아래 턱 앞니의 젖니가 영구치로 바뀔 때이므로 사람과 비교하면 일곱 살 미만이다. 그 나이가 되면 대부분의 소는 이래저래 죽는다.
돼지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위아래 턱의 송곳니 여덟 개가 절단되고 꼬리도 잘린다. 마취가 먼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비용 관계로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동물복지에 어긋난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해 과학축산은 어금니로 어미의 젖꼭지를 물어 상처 내는 걸 방지해야 하고 철분이나 영양이 부족한 새끼들이 장차 서로 꼬리를 물어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어미의 보살핌을 받는 가족농 울타리 안의 돼지나 풀밭에 방목하는 축사의 돼지에게는 불필요한 일이다. 일상이 단조로운 축사에 밀집돼 있지 않다면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2주에서 3주가 지난 어린 수컷은 거세를 한다. 청결한 상태에서 거세한 뒤 상처가 아물 때까지 소독하고 치료해주는 게 원칙이라고 산업축산은 복지 규정을 마련했지만, 그 실행 상황을 누가 감시하는 건 아니다. 생후 1주일 만에 마취 없이 인부의 억센 손으로 우악스럽게 작은 고환을 떼어내는 축사도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새끼들 일부가 쓰레기통에 처박히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손실보다 마취와 치료에 드는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부리가 잘리고도 살아남은 산란용 암평아리들은 사료를 먹을 때만 불이 켜지는 어두운 양계장으로 쏟아져 들어갈 것이고, 거기에서 120일 동안 몸집이 불어 성숙하면 드디어 먹은 사료를 계란으로 바꾸어내는 기계로 전락할 차례다. 산업축산은 그 전에 다시 부리를 뭉툭하게 자른다. 이제 운 좋은 2퍼센트의 닭은 톱밥이나 쌀겨로 바닥을 두툼하게 만든 양계장으로 가서 짚둥우리에 알을 낳을 것이지만, 나머지 98퍼센트의 산란용 닭들은 수컷을 만나지 못한다. 산란용 닭들은 특수한 철망상자를 3층이나 4층으로 쌓은 양계장에 갇혀 죽기 전까지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닭이 날개를 펴고 흔드는 폭은 대략 50센티미터 정도지만 산업축산의 철망상자는 날갯짓을 허용하지 않는다. 양계장 한 곳에서 최소 100만 마리 이상의 산란용 닭을 사육하는 미국은 보통 가로 45센티미터 세로 30센티미터의 철망상자 안에 네 마리에서 다섯 마리의 암탉을 넣는다. 대낮처럼 밝은 불빛 아래에서 처음 만난 닭들은 뭉툭한 부리로 서로 쪼아 서열을 정하지만 낳은 계란이 저절로 굴러 모일 수 있도록 20도 경사로 기울어진 상자 안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닭들은 낮은 서열의 닭을 연실 쪼아댈 게 뻔하다. 상자에 네 마리를 넣으면 1년 이내에 9.6퍼센트가, 다섯 마리를 넣으면 23퍼센트가 죽는 것으로 계산되었는데도 과학축산은 다섯 마리를 권고한다. 사료 소비량과 계란 생산량을 비교할 때 다섯 마리를 넣어야 이익이 더 나온다고 비정하게 계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