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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3886443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09-10-29
책 소개
목차
(1) 두 얼굴의 살로메
(2) 마샬로이의 스타
(3) 소멸해 버린 영감(靈感)
(4) 유혹의 춤
(5) 파멸(破滅)
(6) 잔혹한 구원
(7) 타락한 천사의 강림
(8) 위험한 내기
(9) 혹독한 절망
(10) 비뚤어진 열정
(11) 내기에 응하다
(12) 또 한 명의 여류시인
(13) 파열 직전
(14) 장막에 흐르는 달빛
(15) 그로스 가(家)의 음유시인
(16) 밤의 베일 아래
(17) 무너져 버린 신뢰
(18) 살로메, 부활 서곡
에필로그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 위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 묘한 기운에 하염없이 이어질 것 같던 흐느낌이 점점 잦아들었다. 습한 바람이 무연의 목덜미로 파고들었다. 그 바람을 타고 굉장히 좋은 향기가 흘러들었다. 여인의 것이라기엔 다소 서늘하고 무거운 향은 이런 마샬 거리에서 맡기에는 지나치게 고급스러웠다.
“아아, 가엾은 요한…….”
불현듯 한숨과도 같은 중얼거림이 머리 위에서 툭 떨어졌다. 풍기는 향만큼이나 차갑고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무연은 땅속에 파묻힐 듯 깊이 숙인 머리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제일 처음에 보인 것은 반짝반짝 빛이 날 만큼 잘 닦인 윙 팁 슈즈였다. 지면을 단단히 딛고 선 늘씬한 두 다리를 따라 시선을 주르륵 올린 그녀는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서야 낯선 이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 누구…….”
꿈에서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남자였다. 뿌연 오렌지색 가로등 탓인지 눈앞의 존재는 더욱 현실감이 없었다. 혹 밤이 선사하는 환영은 아닐까. 무연은 눈물 젖은 눈을 들어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천사보다도 더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천천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울지 마, 나의 요한.”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는 그였지만 무연은 왠지 모르게 그의 손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탁하게 흐려진 눈으로 하염없이 남자를 쳐다보던 그녀는 홀린 듯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크고 매끄러운 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따뜻했다. 맞잡은 손에서 체온이 물밀 듯 밀려와 무연의 차가워진 심장을 온화하게 감쌌다.
“가자.”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이 절망과 슬픔으로 억눌렸던 마음을 순식간에 해방시켜 주었다. 어둑한 터널이 끝나고 일시에 밀려오는 눈부신 빛에 둘러싸인 느낌. 무연은 파들거리는 입매를 힘겹게 끌어 올리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