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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3941760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13-05-06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책속에서





소더비는 사람들이 유럽식 말씨로 예술 사조를 논하고, 물려받은 돈부터 금융자금까지 각종 돈다발이 고급 양복과 실크 넥타이 차림으로 공존하는 기관이었다. 그곳은 산뜻하고 깔끔한 뉴욕을 대표했다. 거기 직원들은 매일 빼입고 출근해서, 담배 연기 없고 약물 없고 오직 흉상과 청동과 억만장자들로 가득한 천장 높고 유서 깊은 건물에서 일했다. 하지만 부모들이 모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퇴근 후와 주말에는 자식들이 세잔과 마티스의 품을 떠나 어둠의 세계에 합류한다는 점이었다. 날이 저물면 자기 자식들도 다운타운에 모여서 록밴드에 들어간 자식들과 하등 다를 바 없이 산다는 것을 부모들은 몰랐다.
레이시는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 전에는 평범한 사진과 부엌과 꽃병이었던 것들에 지금은 형용사가 붙었다. 애송이의 사진, 애송이의 부엌, 애송이의 꽃병. 반면 애브리 그림은 어른의 물건이었다. 어른의 눈에 의한, 어른의 눈을 위한 것이었다. 이 아파트, 여기 물건들은 순식간에 레이시의 과거가 되었다. 그것들은 퇴장해야 할 것들이었다. 팔아 버리거나 상자에 넣어 치워 버릴 것들이었다. 레이시는 애브리 그림을 통해 위험한 영약을 맛봤다. 레이시는 애브리 그림처럼 고급스러운 것들, 아름다운 것들을 갖고 싶었다. 어른이 되고 싶었다. 더는 애송이로 살기 싫었다. 이제 레이시에게 필요한 것은 급격히 높아지는 눈을 받쳐줄 돈이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제껏 흑백으로 나눠져 있던 윤리관을 애매한 회색으로 칠해야 했다. 레이시는 그동안 머릿속에 가설처럼 세웠던 검은 생각을 실행에 옮길 필요를 느꼈다.
이날 밤 늦게 레이시가 나에게 전화했다. "대니얼,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