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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제인 오스틴의 책장 (어느 희귀서 수집가가 찾아낸 8명의 ‘숨은’ 오스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영국문학
· ISBN : 9791170874119
· 쪽수 : 552쪽
· 출판일 : 2025-12-16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영국문학
· ISBN : 9791170874119
· 쪽수 : 552쪽
· 출판일 : 2025-12-16
책 소개
희귀서 수집가이자 딜러인 저자가 제인 오스틴에게 영감을 주었던 여성 작가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작품이 지금 우리의 책장에서 사라지게 된 내막을 추적한 책이다. 희귀서 전문가가 되기 이전부터 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애독자’였던 저자는, “에메랄드빛 천 장정과 정교한 금박 책등”을 가진 프랜시스 버니의 소설 《에블리나》를 사들이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제인 오스틴이 사랑했던, 제인 오스틴이 될 뻔했던
8명의 ‘숨은 여성 작가’들을 찾아 나선
어느 희귀서 수집가의 이야기
희귀서 수집가이자 딜러인 저자가 제인 오스틴에게 영감을 주었던 여성 작가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작품이 지금 우리의 책장에서 사라지게 된 내막을 추적한 책이다. 희귀서 전문가가 되기 이전부터 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애독자’였던 저자는, “에메랄드빛 천 장정과 정교한 금박 책등”을 가진 프랜시스 버니의 소설 《에블리나》를 사들이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직업적 특성에 따라 이 책의 물리적인 속성이나 상태, 소설과 작가에 얽힌 이야기를 정리하던 중 프랜시스 버니가 제인 오스틴이 사랑한 당대의 ‘슈퍼스타’였고, 《에블리나》는 “복잡한 감정선이 빛나는” 뛰어난 성장 서사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그러고는 사건의 비밀을 밝혀야 하는 탐정처럼 제인 오스틴의 책장에는 꽂혀 있었지만 지금 우리의 책장에는 발붙이지 못한 ‘숨은 여성 작가’들을 찾아 나선다. 더불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고전 필독서 목록’ 선정에 대한 공공연한 비밀까지 밝혀나간다. 제인 오스틴 출생 250주년을 맞아 그의 생일(12월 16일)에 맞춰 출간된 이 책은, 오스틴의 위대함에는 이견이 없지만 어쩌면 오스틴이 “영문학사 ‘최초의’ 위대한 여성 작가”는 아닐지 모른다는 문제의식을, 도리어 오스틴이 사랑하고 애독했던 작가들로서 흥미진진하게 증명해 보인다.
“과장이 필요 없다. 그 자체로 위대하다.”
수천만 독자가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의 책장에 꽂혀 있던
여성 작가들의 책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영문학사 최초의 위대한 여성 작가”이자 “지난 1000년간 최고의 여성 문학가”로 꼽히는 제인 오스틴은 전 세계 수천만 독자가 사랑하는 작가다. 렌즈로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듯한 날카로운 관찰력과 능청스러운 위트는 약 250년간 ‘제인 오스틴이라는 장르’를 이루며 우리에게 생생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저자 역시 수많은 ‘제이나이트’(제인 오스틴의 팬덤) 중 한 사람이었으며, “짜릿한 감정이입”을 하며 그의 소설을 읽고 또 읽었다. ‘정전(正典, canon)’의 지위에 오른 후 오스틴은 모두가 공감하는 “모두의 제인”이 되었고, 그의 소설은 지금까지도 다양한 장르에서 재탄생하며 ‘살아 있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정말로 제인 오스틴이 ‘최초의’ 위대한 여성 작가였을까?
“마치 여성 소설가에게 할당량이 있는 것 같다. 한 세기당 한 명, 끽해야 반 세기당 한 명이면 족하다는 투다. 우리에게 이미 제인 오스틴이 있으니 그 자리가 찬 것이다.”(98쪽)
제인 오스틴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존 밀턴, 대니얼 디포, 새뮤얼 리처드슨 같은 영문학사에서 절대적인 자기 영역을 가진 작가들을 읽었다. 이 작가들은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그런데 오스틴은 프랜시스 버니, 앤 래드클리프, 샬럿 레녹스, 해나 모어, 샬럿 스미스,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헤스터 피오치, 마리아 에지워스도 읽었다. 보통의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고, 저자 역시 거의 읽어본 적 없는 작가들이었다. 여성 작가인 이들은 오스틴의 책장은 채웠지만, 지금 우리의 책장에는 거의 꽂히지 못했다. 이들의 작품이 훌륭하지 못해서일까? 그렇다면 제인 오스틴은 왜 이 여성 작가들을 애독했을까?
한때 명성을 떨친 ‘숨은’ 작가들의 책을
한 권 한 권 수집하며 재현해나간
제인 오스틴의 책장
제인 오스틴은 ‘로맨스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지만, 이 장르의 특성은 《오만과 편견》보다 35년 먼저 출간된 프랜시스 버니의 《에블리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스틴 소설에서 버니의 영향은 다양한 층위로 나타나는데, 그 결정적 단서 중 하나는 오스틴이 《오만과 편견》의 제목을 버니의 두 번째 소설 《서실리아》에서 따왔다는 사실이다. 나아가 전기 작가 클레어 하먼은 “《오만과 편견》이 [버니의 세 번째 소설] 《커밀라》와 유사성이 매우 많아서 정교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평하기도 했다. 《커밀라》는 지금의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한 방식으로 출간되었는데, 펀딩 참여자 명단에 ‘제인 오스틴’의 이름이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만약 그대들의 불행이 오만과 편견 때문이라면, 선과 악은 너무나 기막히게 균형을 이루는 법이니, 그 불행의 종식 또한 오만과 편견 덕분일 것입니다. _프랜시스 버니, 《서실리아》(70쪽)
저자는 제인 오스틴이 남긴 소설과 편지를 지도처럼 활용해 8명의 ‘숨은 여성 작가’들이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오스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후 어떻게 잊혔는지 집요하게 뒤따라간다. 프랜시스 버니부터 마리아 에지워스까지, 한때 명성을 떨치고 인기를 누렸던 이 작가들의 작품을 한 권 한 권 수집하며 제인 오스틴의 책장을 물리적으로 재현해나간다. 오스틴은 절대로 ‘고독한 천재’가 아니었다. 오스틴이 소설을 쓰고 발표하던 때는 오히려 여성 작가들이 맹활약하던 거대한 실험과 도전의 시기였다. 저자는 오스틴의 작품 곳곳에 빵 부스러기처럼 흩어진 단서들을 꼼꼼하게 그러모아 이들의 삶과 문학을 생생하게 되살려놓는다.
《노생거 사원》의 주인공 ‘캐서린 몰랜드’는 “《우돌포》를 읽는 동안만큼은 누구도 나를 비참하게 하지 못할 것 같아”라며 앤 래드클리프의 소설 《우돌포의 비밀》에 몰입한다. 《노생거 사원》에서 교양 있는 인물은 모두 래드클리프를 칭송하는데, 오스틴은 그의 소설을 애호하는지 여부를 인물의 식견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래드클리프는 고딕소설이라는 장르를 대중화시킨 주역이었지만, ‘호러병’을 앓은 정신이상자로 몰려 그 문학적 성취까지 깎아내려졌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내몰린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래드클리프의 소설은 여성의 자율성을 향한 끊임없는 투쟁을 다루는데, 이는 오스틴이 소설을 통해 여성의 법적 지위라는 정치적 의제를 계승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제인 오스틴은 언니 커샌드라에게 보낸 편지에 샬럿 레녹스의 소설 《여자 돈키호테》를 두고 “내게는 이 책이 크나큰 즐거움이야. 다시 읽어도 처음 읽었을 때 못지않게 재미있어”라고 적었다. 심지어 저자는 《여자 돈키호테》가 “오스틴의 어느 소설보다 훨씬 더 기지 넘쳤다”라고 평한다. 레녹스는 확실히 “기지에 대한 예리한 취향”을 가진 작가였다. 하지만 레녹스는 셰익스피어를 “천재가 아니라 결점이 있는 저자로 취급”하다가 남성들로 득시글한 기성문단의 미움을 샀다. 여기에 자신의 최대 걸작 《여자 돈키호테》의 일부를 새뮤얼 존슨이 썼다는 터무니없는 오해까지 받으며 정전의 목록에서 잽싸게 지워졌다.
해나 모어는 “독선적 도덕주의자”였는데, 그래서 오스틴은 그의 소설을 풍자이자 반면교사의 대상으로 삼았다. 오스틴의 미완성 작품에서 “고지식한 잔소리꾼 여인”은 따분한 설교 모음집 같은 모어의 소설을 한결같이 추천한다. 샬럿 스미스는 워즈워스에게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비범한 시인이었지만, 열여섯 살에 강제로 결혼한 뒤 무능하고 무책임한 남편 탓에 생계를 위한 소설을 써야 했다. 하지만 오스틴은 열여섯 살에 쓴 미완성 소설 《캐서린, 혹은 정자》에서 스미스의 소설을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이야기”로 극찬한다. 비평가 재클린 M. 래브는 스미스를 “오스틴의 작가적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했다.
오스틴이 애독한 소설들을 다시 모은 컬렉션과 그녀가 사랑했던 저자들을 기리는 한 권의 책. 이 프로젝트가 오스틴이 내게 남겨준 것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었으면 한다.(32쪽)
엘리자베스 인치볼드는 무명 배우에서 진취적인 극작가로 도약한 인물이다. 그의 희곡 《사랑의 맹세》는 오스틴의 소설 《맨스필드 파크》에서 인물들이 연습하는 연극으로 등장한다. ‘유혹이라는 범죄’를 다룬 작품답게 인물들의 도덕적 결함이나 갈등 서사를 촉발하는 장치의 역할도 한다. 인치볼드는 오스틴이 교훈주의의 압박에서 벗어난 글쓰기를 하는 데 토대를 제공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오스틴이 “나의 친애하는 피오치 부인”이라고 부른 헤스터 피오치는 남편의 무책임 탓에 열두 명의 자녀 중 여덟 명을 먼저 떠나보내며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겪었다. 남편과 사별한 후 재혼하지만, 재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섹스 콤플렉스”에 빠진 천박한 여성이라 손가락질당하고 엉뚱하게 문학적인 평가마저 매도당했다.
마리아 에지워스는 19세기 초 가장 널리 읽히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소설가 중 한 명이며, 제인 오스틴이 존경하고 문학적 본보기로 삼았던 작가다. 오스틴은 《노생거 사원》에서 버니의 소설과 함께 에지워스의 두 번째 소설 《벨린다》를 “지성의 최고 역량이 발휘된” 역대 최고의 소설로 꼽았다. 하지만 19세기 말에 이르러 에지워스의 소설은 “유행이 지났다”라는 석연치 않은 평가를 받았고, 그의 문학적 기여는 오스틴 같은 후배 작가들에게 길을 열어준 역할로 축소되었다. 나아가 오스틴의 초기 전기 작가들 역시 오스틴이 남성 작가인 새뮤얼 리처드슨의 영향만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에지워스를 비롯한 여성 작가들의 영향을 의도적으로 생략해버렸다. 이것은 오스틴을 ‘고독한 천재’로 만들어 문학 계보에서 유리시키려는 시도였고, 우리가 오스틴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큰 걸림돌을 만들었다.
2025 굿리즈 초이스 어워즈
역사·전기 부문 최종 후보
저자는 당대에 ‘슈퍼스타’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이 작가들의 희귀본을 한 권 한 권 수집하며 제인 오스틴의 책장을 물리적으로 복원해낸다. 그리고 이 책들이 오늘날의 모든 다독가와 애서가들의 ‘필독서 목록’에 재진입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더불어 희귀서 전문가답게 책의 수집과 관리 요령, 가치 있는 책을 판단하는 방법 등을 중간중간 설명하며 ‘북러버’들의 호기심을 채운다.
《제인 오스틴의 책장》은 우리에게 학교와 개론서의 필독서 목록 너머로 시선을 돌려, 누가 그 필독서 목록을 정하는지에 의문을 품고 자신만의 소설 컬렉션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제인 오스틴 출생 250주년을 맞아 그의 위대함과 그 너머에 가려져 있던 여성 작가들을 새로이 마주하는 벅찬 기쁨을 안겨줄 책이다.
8명의 ‘숨은 여성 작가’들을 찾아 나선
어느 희귀서 수집가의 이야기
희귀서 수집가이자 딜러인 저자가 제인 오스틴에게 영감을 주었던 여성 작가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작품이 지금 우리의 책장에서 사라지게 된 내막을 추적한 책이다. 희귀서 전문가가 되기 이전부터 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애독자’였던 저자는, “에메랄드빛 천 장정과 정교한 금박 책등”을 가진 프랜시스 버니의 소설 《에블리나》를 사들이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직업적 특성에 따라 이 책의 물리적인 속성이나 상태, 소설과 작가에 얽힌 이야기를 정리하던 중 프랜시스 버니가 제인 오스틴이 사랑한 당대의 ‘슈퍼스타’였고, 《에블리나》는 “복잡한 감정선이 빛나는” 뛰어난 성장 서사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그러고는 사건의 비밀을 밝혀야 하는 탐정처럼 제인 오스틴의 책장에는 꽂혀 있었지만 지금 우리의 책장에는 발붙이지 못한 ‘숨은 여성 작가’들을 찾아 나선다. 더불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고전 필독서 목록’ 선정에 대한 공공연한 비밀까지 밝혀나간다. 제인 오스틴 출생 250주년을 맞아 그의 생일(12월 16일)에 맞춰 출간된 이 책은, 오스틴의 위대함에는 이견이 없지만 어쩌면 오스틴이 “영문학사 ‘최초의’ 위대한 여성 작가”는 아닐지 모른다는 문제의식을, 도리어 오스틴이 사랑하고 애독했던 작가들로서 흥미진진하게 증명해 보인다.
“과장이 필요 없다. 그 자체로 위대하다.”
수천만 독자가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의 책장에 꽂혀 있던
여성 작가들의 책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영문학사 최초의 위대한 여성 작가”이자 “지난 1000년간 최고의 여성 문학가”로 꼽히는 제인 오스틴은 전 세계 수천만 독자가 사랑하는 작가다. 렌즈로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듯한 날카로운 관찰력과 능청스러운 위트는 약 250년간 ‘제인 오스틴이라는 장르’를 이루며 우리에게 생생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저자 역시 수많은 ‘제이나이트’(제인 오스틴의 팬덤) 중 한 사람이었으며, “짜릿한 감정이입”을 하며 그의 소설을 읽고 또 읽었다. ‘정전(正典, canon)’의 지위에 오른 후 오스틴은 모두가 공감하는 “모두의 제인”이 되었고, 그의 소설은 지금까지도 다양한 장르에서 재탄생하며 ‘살아 있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정말로 제인 오스틴이 ‘최초의’ 위대한 여성 작가였을까?
“마치 여성 소설가에게 할당량이 있는 것 같다. 한 세기당 한 명, 끽해야 반 세기당 한 명이면 족하다는 투다. 우리에게 이미 제인 오스틴이 있으니 그 자리가 찬 것이다.”(98쪽)
제인 오스틴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존 밀턴, 대니얼 디포, 새뮤얼 리처드슨 같은 영문학사에서 절대적인 자기 영역을 가진 작가들을 읽었다. 이 작가들은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그런데 오스틴은 프랜시스 버니, 앤 래드클리프, 샬럿 레녹스, 해나 모어, 샬럿 스미스,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헤스터 피오치, 마리아 에지워스도 읽었다. 보통의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고, 저자 역시 거의 읽어본 적 없는 작가들이었다. 여성 작가인 이들은 오스틴의 책장은 채웠지만, 지금 우리의 책장에는 거의 꽂히지 못했다. 이들의 작품이 훌륭하지 못해서일까? 그렇다면 제인 오스틴은 왜 이 여성 작가들을 애독했을까?
한때 명성을 떨친 ‘숨은’ 작가들의 책을
한 권 한 권 수집하며 재현해나간
제인 오스틴의 책장
제인 오스틴은 ‘로맨스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지만, 이 장르의 특성은 《오만과 편견》보다 35년 먼저 출간된 프랜시스 버니의 《에블리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스틴 소설에서 버니의 영향은 다양한 층위로 나타나는데, 그 결정적 단서 중 하나는 오스틴이 《오만과 편견》의 제목을 버니의 두 번째 소설 《서실리아》에서 따왔다는 사실이다. 나아가 전기 작가 클레어 하먼은 “《오만과 편견》이 [버니의 세 번째 소설] 《커밀라》와 유사성이 매우 많아서 정교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평하기도 했다. 《커밀라》는 지금의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한 방식으로 출간되었는데, 펀딩 참여자 명단에 ‘제인 오스틴’의 이름이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만약 그대들의 불행이 오만과 편견 때문이라면, 선과 악은 너무나 기막히게 균형을 이루는 법이니, 그 불행의 종식 또한 오만과 편견 덕분일 것입니다. _프랜시스 버니, 《서실리아》(70쪽)
저자는 제인 오스틴이 남긴 소설과 편지를 지도처럼 활용해 8명의 ‘숨은 여성 작가’들이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오스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후 어떻게 잊혔는지 집요하게 뒤따라간다. 프랜시스 버니부터 마리아 에지워스까지, 한때 명성을 떨치고 인기를 누렸던 이 작가들의 작품을 한 권 한 권 수집하며 제인 오스틴의 책장을 물리적으로 재현해나간다. 오스틴은 절대로 ‘고독한 천재’가 아니었다. 오스틴이 소설을 쓰고 발표하던 때는 오히려 여성 작가들이 맹활약하던 거대한 실험과 도전의 시기였다. 저자는 오스틴의 작품 곳곳에 빵 부스러기처럼 흩어진 단서들을 꼼꼼하게 그러모아 이들의 삶과 문학을 생생하게 되살려놓는다.
《노생거 사원》의 주인공 ‘캐서린 몰랜드’는 “《우돌포》를 읽는 동안만큼은 누구도 나를 비참하게 하지 못할 것 같아”라며 앤 래드클리프의 소설 《우돌포의 비밀》에 몰입한다. 《노생거 사원》에서 교양 있는 인물은 모두 래드클리프를 칭송하는데, 오스틴은 그의 소설을 애호하는지 여부를 인물의 식견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래드클리프는 고딕소설이라는 장르를 대중화시킨 주역이었지만, ‘호러병’을 앓은 정신이상자로 몰려 그 문학적 성취까지 깎아내려졌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내몰린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래드클리프의 소설은 여성의 자율성을 향한 끊임없는 투쟁을 다루는데, 이는 오스틴이 소설을 통해 여성의 법적 지위라는 정치적 의제를 계승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제인 오스틴은 언니 커샌드라에게 보낸 편지에 샬럿 레녹스의 소설 《여자 돈키호테》를 두고 “내게는 이 책이 크나큰 즐거움이야. 다시 읽어도 처음 읽었을 때 못지않게 재미있어”라고 적었다. 심지어 저자는 《여자 돈키호테》가 “오스틴의 어느 소설보다 훨씬 더 기지 넘쳤다”라고 평한다. 레녹스는 확실히 “기지에 대한 예리한 취향”을 가진 작가였다. 하지만 레녹스는 셰익스피어를 “천재가 아니라 결점이 있는 저자로 취급”하다가 남성들로 득시글한 기성문단의 미움을 샀다. 여기에 자신의 최대 걸작 《여자 돈키호테》의 일부를 새뮤얼 존슨이 썼다는 터무니없는 오해까지 받으며 정전의 목록에서 잽싸게 지워졌다.
해나 모어는 “독선적 도덕주의자”였는데, 그래서 오스틴은 그의 소설을 풍자이자 반면교사의 대상으로 삼았다. 오스틴의 미완성 작품에서 “고지식한 잔소리꾼 여인”은 따분한 설교 모음집 같은 모어의 소설을 한결같이 추천한다. 샬럿 스미스는 워즈워스에게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비범한 시인이었지만, 열여섯 살에 강제로 결혼한 뒤 무능하고 무책임한 남편 탓에 생계를 위한 소설을 써야 했다. 하지만 오스틴은 열여섯 살에 쓴 미완성 소설 《캐서린, 혹은 정자》에서 스미스의 소설을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이야기”로 극찬한다. 비평가 재클린 M. 래브는 스미스를 “오스틴의 작가적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했다.
오스틴이 애독한 소설들을 다시 모은 컬렉션과 그녀가 사랑했던 저자들을 기리는 한 권의 책. 이 프로젝트가 오스틴이 내게 남겨준 것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었으면 한다.(32쪽)
엘리자베스 인치볼드는 무명 배우에서 진취적인 극작가로 도약한 인물이다. 그의 희곡 《사랑의 맹세》는 오스틴의 소설 《맨스필드 파크》에서 인물들이 연습하는 연극으로 등장한다. ‘유혹이라는 범죄’를 다룬 작품답게 인물들의 도덕적 결함이나 갈등 서사를 촉발하는 장치의 역할도 한다. 인치볼드는 오스틴이 교훈주의의 압박에서 벗어난 글쓰기를 하는 데 토대를 제공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오스틴이 “나의 친애하는 피오치 부인”이라고 부른 헤스터 피오치는 남편의 무책임 탓에 열두 명의 자녀 중 여덟 명을 먼저 떠나보내며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겪었다. 남편과 사별한 후 재혼하지만, 재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섹스 콤플렉스”에 빠진 천박한 여성이라 손가락질당하고 엉뚱하게 문학적인 평가마저 매도당했다.
마리아 에지워스는 19세기 초 가장 널리 읽히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소설가 중 한 명이며, 제인 오스틴이 존경하고 문학적 본보기로 삼았던 작가다. 오스틴은 《노생거 사원》에서 버니의 소설과 함께 에지워스의 두 번째 소설 《벨린다》를 “지성의 최고 역량이 발휘된” 역대 최고의 소설로 꼽았다. 하지만 19세기 말에 이르러 에지워스의 소설은 “유행이 지났다”라는 석연치 않은 평가를 받았고, 그의 문학적 기여는 오스틴 같은 후배 작가들에게 길을 열어준 역할로 축소되었다. 나아가 오스틴의 초기 전기 작가들 역시 오스틴이 남성 작가인 새뮤얼 리처드슨의 영향만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에지워스를 비롯한 여성 작가들의 영향을 의도적으로 생략해버렸다. 이것은 오스틴을 ‘고독한 천재’로 만들어 문학 계보에서 유리시키려는 시도였고, 우리가 오스틴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큰 걸림돌을 만들었다.
2025 굿리즈 초이스 어워즈
역사·전기 부문 최종 후보
저자는 당대에 ‘슈퍼스타’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이 작가들의 희귀본을 한 권 한 권 수집하며 제인 오스틴의 책장을 물리적으로 복원해낸다. 그리고 이 책들이 오늘날의 모든 다독가와 애서가들의 ‘필독서 목록’에 재진입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더불어 희귀서 전문가답게 책의 수집과 관리 요령, 가치 있는 책을 판단하는 방법 등을 중간중간 설명하며 ‘북러버’들의 호기심을 채운다.
《제인 오스틴의 책장》은 우리에게 학교와 개론서의 필독서 목록 너머로 시선을 돌려, 누가 그 필독서 목록을 정하는지에 의문을 품고 자신만의 소설 컬렉션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제인 오스틴 출생 250주년을 맞아 그의 위대함과 그 너머에 가려져 있던 여성 작가들을 새로이 마주하는 벅찬 기쁨을 안겨줄 책이다.
목차
들어가는 글 _9
제1장 제인 오스틴 _33
제2장 프랜시스 버니 _69
제3장 앤 래드클리프 _133
제4장 샬럿 레녹스 _195
제5장 해나 모어 _247
제6장 샬럿 스미스 _297
제7장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_347
제8장 헤스터 린치 스레일 피오치 _397
제9장 마리아 에지워스 _461
결론 _516
감사의 글 _537
참고 문헌 _539
리뷰
책속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른 서가였다. 거기에는 1890년대부터 1900년대 초에 런던 맥밀런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줄지어 꽂혀 있었다.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천 장정과 정교한 금박 책등 덕분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보자마자 그 컬렉션 전체를 매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우리는 인수한 책들을 상자에 담아 서점으로 날랐다. 그 안에 내 인생을 바꾸게 될 책이 들어 있었다.
그 결정적 단서란 이것이었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문구가 버니의 두 번째 소설 《서실리아》(1782)에서 왔다는 사실이었다. 알고 보니 프랜시스 버니는 오스틴이 가장 좋아했던 작가 중 한 명이었다.
버니는 오스틴이 살아 있던 시절 가장 유명한 소설가 중 한 명이었다. 나는 전혀 몰랐다. 수십 년간 오스틴의 작품을 읽고 또 읽으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영국 작가에게 깊이 영향을 미친 이 중요한 영국 작가는 까맣게 간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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