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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3952186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10-06-30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그림자 화가》의 탄생
프롤로그
제1부 살인
1 도살
2 선물 상자
3 바르셀로나의 사교클럽
4 화가와 모델
5 나만의 색깔
6 편지
7 마법
8 두 번째 희생자
9 두 번째 선물
제2부 게임
10 전보
11 열정의 감염
12 사립 탐정, 스티븐 애로우
13 시작
14 연쇄살인사건
15 중독
16 만남
17 용의자
제3부 천재 화가
18 그림벌레
19 화실
20 마누엘 파야레스
21 다림질하는 소녀
22 선원
23 그림
24 「과학과 자선」
25 엘 카트르 가츠
26 리카르도 시트웰
27 말라가
28 마드리드
29 바르셀로나
30 새 화실
31 카사 베니그나
32 방황
33 룰루
34 노넬
35 다툼
36 마르타 플라나스
제4부 살인의 해석
37 첫 번째 추리
38 주검이 말하다
39 난 지옥에서 왔다
40 하데스와 마르시아스
41 <라 방과르디아>
42 윤곽
43 섬뜩한 사건
44 창가의 여주인
제5부 다림소 처녀
45 카르멘
46 주정뱅이 영감
47 프랑스 아가씨
48 세 번째 희생자
49 군중 속에서
50 바르셀로나의 영국인
51 요양원
52 아마데우 센텔레스
53 네 번째 희생자
제6부 불편한 결말
54 지사
55 구역질
56 숨바꼭질
57 납치
58 그림자
59 정의와 진실
60 끝
책속에서
“저기 그 여인들이 있군.”
파야레스가 스케치북을 가리켰다.
“그래. 나의 아비뇽의 처녀들이 모두 저 안에 있어. 비평가들이 이 그림을 놓고 얼마나 한심한 소리를 쏟아내던지. 하여튼, 이 그림을 그렸을 때 내 나이 스물여덟이었지.”
“파블로! 스물여덟이 아니라 스물다섯이었어.”
파야레스의 말에 피카소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여러 해 동안 저 여자들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 그렇게 그 긴긴 세월을 보냈고 머릿속에서 그 괴물을 지워버리고 싶었는데, 그걸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어. 하지만, 그때만 해도 아직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지. 오로지 고통스럽기만 했어. 고통스럽고, 또 증오심으로 불타올랐고. 결국 멀리 떠나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
피카소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탁자 위에 놓인 그림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떤 멍청한 작자들은 내가 마티스, 드랭 등과 겨루기 위해 경쟁적으로 저 그림을 그렸다고 하지만, 그건 다 헛소리야! 내가 저 그림을 그린 건, 마침내 그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어. 숱한 세월이 지난 후에야 내가 그려낼 형상을 찾아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림상 볼라드 덕분에 난 난생처음 돈도 쥐게 되었고. 이봐, 마누엘! 저 그림의 탄생은 내게는 마치 자식을 낳은 것과도 같았네. 오로지 저 그림을 그려내겠다는 일념으로 아홉 달을 빠져 있었거든. 스케치만 8백 커트를 그렸고, 최종 작품을 만들어낼 때까지 쓴 스케치북만 해도 산더미 같았고, 실제 그림도 여섯 번이나 그렸어. 그리고 마침내 나의 내면으로부터 저 여인들을 끄집어낼 수 있었지. 여자들은 내게 뭔가를 요구하고 있었어. 가엾은 여인들! 끔찍하게도!”
아벨 폰테 청장은 부검의가 부검을 하는 동안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폰테 청장은 쉰 살 정도 되는 차분한 성격의 남자로, 쿠바에서 군 생활을 했던 탓에 시신을 보는 데에는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주검을 숱하게 본 그조차도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사인은 과다출혈이며, 시신이 발견된 지점이 살해 현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심장에 하나, 그리고 왼쪽 폐 쪽에 다섯 군데 찔린 자국이 있고요. 저항하며 생긴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즉 피해자가 저항을 하느라 손이나 팔 같은 데 입은 자상의 흔적이 없다는 겁니다. 추측건대, 제일 먼저 목을 베인 것 같습니다. 살인자가 목을 먼저 벤 후, 이미 바닥으로 쓰러진 피해자를 상대로 마구 칼을 찔러댄 것이지요. 발견된 칼자국만도 스물다섯 군뎁니다. 아까 언급한 것 외에도 앞가슴뼈에 한 군데, 성기에 다섯 군데 찔린 자국이 있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도살 수준이네요. 자, 어디 어딘지는 아시겠죠? 하여간, 이런 시신은 처음 봅니다. 마구 칼질을 해댄 뒤, 옷을 찢어버리고 다시 시신을 상대로 분노를 폭발시킨 거예요. 성기 쪽에 낸 상처는 그야말로 끔찍합니다. 말 그대로 잔인무도 그 자체예요. 그리고 이쪽에 난, 이 기다란 칼집 있지요? 이리로 간을 꺼내 갔어요.”
“간이라고요?”
“맞습니다, 청장님. 범인이 피해자의 간을 꺼내 갔어요.”
마넹이 청장에게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오늘 아침에 배달된 겁니다.”
「와! 이번 일 진짜 재미있었어! 오늘 창부 하나를 개복수술 해줬거든. 경찰들은 다들 자고 있나 봐? 안녕! -잭으로부터」
폰테 청장이 편지를 읽었다. 증거물만 아니었으면 두 손으로 박박 찢어버렸을 것이다.
“시신은 새벽 5시에 발견되었습니다.”
“저도 일찌감치 신문사에 나와 있다가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잠도 오지 않고, 집에 가고 싶지도 않더군요. 그런데 책상 위에 이게 있었어요. 그 개자식이 여자를 죽이고 제게 편지를 남긴 겁니다. 우릴 조롱하고 약 올리면서 신이 나는 모양이에요.”
지난번 사건이 일어나고 다시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꼭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마넹은 경찰청장에게 무슨 쓸 만한 증거라도 찾아낸 게 있느냐고 캐물었다. 폰테 청장은 마넹이라는 기자가 몹시 신경에 거슬렸다. 새벽부터 그 염병할 사진기자를 대동하고 사건 현장에 나타나 사진기 셔터를 마구 눌러댈 때부터 참고 참으려 했지만, 이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 뜻대로 다 되었어요.”
“무슨 뜻입니까? 내 뜻대로 되었다니요?”
“조만간 영국에서 귀신같은 사람이 하나 올 겁니다. 지원차 오는 건지, 조사 총책임을 맡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