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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964714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4-02-25
책 소개
목차
저자 서문
빠리의 기자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아홉 달이 마치 꿈결처럼 느껴진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그 세 계절을 제대로, 그러니까 공정하게, 되살려놓을 자신이 없다. 인간의 기억력이란 얼마나 하찮은 것이고, 시간의 마모력이란 얼마나 당찬 것인가? 시간은 대체로, 나쁜 기억을 풍화시키고, 좋은 기억을 터무니없이 미화시킨다. (하기야 시간의 그런 불공평한 처사 때문에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피부 빛깔과 문화 배경이 생판 달랐던 우리들은 그럼에도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우리들은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프랑스 동료는 하나뿐이었다). 우리들 모두가 파리라는 도시의 이방인이었다는 사실이 우리들을, 말하자면 아웃사이더끼리의 정겨움으로 묶었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또 어느 정도 우리들에게 들뜸과 자유를 주기도 했다. 값싸다고도 말할 수 있을 센티멘털리즘과 멜랑콜리가 거기에는 있었다. 그 센티멘털리즘과 멜랑콜리의 힘으로 우리는 술을 마셨고, 노래를 불렀고, 춤을 췄고, 뽀뽀를 했고, 울었고, 싸웠고, 화해했다. 그리고 일했다. 게다가 우리는 모두 저널리스트였다
“남한의 인철이야.”
“세네갈의 압둘라이야.”
“이름을 보니 무슬림이구나.”
“맞아.”
“그래서 술을 안 마시고 있는 거니?”
“맞아.”
“너 담배도 안 피우니?”
“맞아.”
“너 결혼했니?”
“아니.”
“너 그럼 무슨 재미로 사니?”
“쾌락만이 삶의 다는 아냐.”
(그가 너무 진지했으므로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