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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64361948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1-04-30
책 소개
목차
역자 서문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행동으로 나아가는 페시미즘
생텍쥐페리의 삶, 그리고 그 후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꽃 때문이야…
나는 <<물론>> 하고 대답하고는 말없이 달 아래 펼쳐진 모래 주름들을 바라보았다.
-사막은 아름다워, 그 아이가 덧붙였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언제나 사막을 사랑해왔다. 모래 둔덕 위에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침묵 속에서 빛난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모래의 신비로운 빛남을 갑자기 깨닫고는 놀랐다. 내가 꼬마 아이였을 때 나는 오래된 집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 집에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누구도 그 보물을 발견하지 못했고, 어쩌면 그것을 찾아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보물은 집 전체에 매력을 주었다. 우리 집은 그 마음 깊은 곳에 비밀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내가 그 아이에게 말했다,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것들을 아름답게 하는 건 보이지 않는 법이지!
-나는 기뻐, 그 아이가 말했다, 아저씨가 내 여우와 같은 의견이어서.
그래, 생텍쥐페리의 세계는, 그의 행동주의는 남성적 다부짐의 세계이고 페시미즘의 여성성을 배반하는 듯한 아니무스의 세계야. 그렇지만 그 세계가 어떤 특정한 정치적 이념과 특별한 친연성을 갖는 것은 아니었어.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프랑스에 독일군이 진주했을 때, 그래서 필리프 페탱을 수반으로 한 ‘프랑스 국가國家’가 비시를 임시수도로 수립되고 드골이 런던에 망명정부를 수립했을 때, 참여라는 것은 그에게 너무나 당연한 과제였지만, 어느 편에서 참여를 해야 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였어. 그래서 그는 한동안 이 모든 혼란된 상황에 거리를 유지한 채 그것들을 관망하게 돼. 그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 로맹 롤랑이 그랬듯 생텍쥐페리가 평화주의자여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어, 그것은 차라리 그가, 직관적으로, 조국 방어라는 성스러운 행위가 단지 어떤 파당의 정치적 야심을 충촉시키는 수단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는 걸, 새로 태어나고 있는 영웅들이 결국엔 타락한 정치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었어. 그답지 않은 이런 ‘우유부단’은, 어쩌면,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데 익숙해져 있던 그가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 파노라마의 광활함에서 온 것일지도 모르지.
- 「생텍쥐페리, 행동으로 나아가는 페시미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