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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4013688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3-08-26
책 소개
목차
1. 천 개의 파도
2. 나는 왜 사라지지 않았을까?
3. 절대로 꺼지지 않는 등불이 있었네
4. 눈부신 착각
5. 엄마의 바다
6. 그들이 없는 다섯 번의 여름이 지났다
7. 아름다운 폐허를 걷다
8. 주인을 잃어버린 팬케이크
9. 기쁜 우리 젊은 날
10. 흰긴수염고래를 기다리며
11. 그리움은 파란 기차를 타고 온다
12, 천 개의 밤, 천 개의 추억
리뷰
책속에서
거품은 곧 파도로 변했다. 해변 저 끝 능선 너머로 들이닥치는 파도들. 이상했다. 바닷물이 이렇게 깊숙이 들어온 적은 처음이었다. 파도는 물러서지도, 사그라지지도 않았다. 외려 자꾸만 가까워졌다. 짙은 갈색으로, 혹은 시커먼 색으로, 그도 아니면 탁한 잿빛으로 우리를 향해 시시각각 다가왔다. 침엽수를 뛰어넘은 파도는 이제 우리가 있는 방을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별안간 공포가 엄습했다. 겁이 덜컥 나 소리를 질렀다. “스티브, 당장 나와요, 얼른!”
_ ‘천 개의 파도’ 중에서
그들이 한 모든 말, 지진해일, 해일. 그런 것들은 내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뭔가가 우리에게 닥쳐왔다. 그땐 그것이 뭔지 몰랐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내 가족이 죽을 수 있단 말인가? 호텔 방에 다함께 있었는데? 난 내 가족 없이는 살 수 없어. 못 살아, 못해. 나는 왜 안 죽었을까? 나는 왜 그 나뭇가지에 매달렸을까? 나는 산산이 부서진 채 어두컴컴한 지옥 속에서, 끝없는 나날과 나날 속에서 허공을 떠돌았다.
_ ‘나는 왜 사라지지 않았을까’ 중에서
남편과 함께 쓰던 침대에 드러눕자 그들의 부재가 강력한 무게로 나를 덮친다. 스티브와 내가 마지막으로 잠을 잔 뒤로 나는 이 방의 이불을 한 번도 갈지 않았다. 덕분에 난 밤새 재채기를 하고 있다. 스티브의 사롱은 지금도 창가에 세워둔 실내용 자전거에 걸려 있다. 하지만 지금 내 머리 밑에는 그의 어깨가 없다. 스티브의 베개 위에, 거의 4년 동안 그가 한 번도 벤 적 없는 베개에 눈썹 한 가닥이 놓여 있다.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 이불을 머리 위로 끌어당긴다.
_ ‘엄마의 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