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94343303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오늘의 특선 메뉴
로마식 칼팀보카
마카로니 풍피두르
피오렌티노식 돼지고기 요리
추천 와인
카르네 쇼비뇽
말벡
리뷰
책속에서
세사르 롬브로소가 처음으로 인육 맛, 그러니까 제 어머니의 살코기 맛을 본 것은 태어난 지 7개월 정도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당시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토실토실한 아기를 품에 안고 있자니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듯 몽롱해져 비몽사몽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기가 물고 있던 젖꼭지를 놓았다. 그리고 순간 아기의 온몸이 막대기처럼 빳빳하게 경직되었다. 발그스름한 장밋빛 입술이 벌어지고 두 눈에서 불꽃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날카로운 부리로 먹잇감을 잡아채는 민첩한 매처럼 아기는 순식간에 어머니의 왼쪽 젖꼭지를 잇몸으로 억세게 물어 통째로 뜯어내고 말았다.
불과 두 시간도 안 되어 가엾은 파블로 마르소요의 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세사르는 손톱만큼의 시간 낭비도 하지 않고 곧바로 뒤처리에 들어갔다. 주방을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하고, 시신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과 옷가지는 대형 화덕에 넣어 태워버렸으며, 파블로가 신고 있던 신발과 허리띠, 잘게 찢어버린 신분증 등 쓰레기로 버릴 것들은 세심하게 포장했다. 마침내 아침 9시 종이 울릴 무렵, 세사르 롬브로소는 주방을 나가 깨끗하게 샤워까지 마치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한창 유행하는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어대며 알마센 문을 열었다. 거리로 나선 그의 어깨위에는 봉투가 하나 얹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