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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4343518
· 쪽수 : 379쪽
· 출판일 : 2011-12-2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저녁 풍경
제1장 유령 맨션
제2장 의혹의 사나이
제3장 두 개의 불빛
제4장 가레키 앞바다를 바라보는 집
제5장 주홍색 악몽
종장 머나먼 태양
에필로그 석양
작가후기
문고판 후기
책속에서
‘어떻게 이런 노을이.’
좀처럼 볼 수 없는 처절한 저녁 풍경에 그 인물은 마음을 빼앗겼다.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서쪽 하늘을 올려봐도 좋을 텐데, 군중의 강물은 그치기는커녕 고이지도 않는다. 이래서야 핵폭탄이 머리 위에서 터져도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아니, 이 하늘은 정말로 뭔가 정체 모를 거대한 폭발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혹은? 어쩌면 이 저녁 풍경은 자신의 망막에만 비치는 게 아닐까 하는 의혹마저 솟았다. 그 정도로 사람들은 하늘에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아니다. 그게 아니라 모두가 이 하늘에 영혼을 빼앗겨,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틀림없이.
어떤 징조를 예감케 하는 저녁 노을.
“저하고 아리스가 이곳으로 오는 길에 스쳐 지나간 남자가 있습니다. 수상한 기색은 없었고 그냥 평범하게 길을 걷고 있었지만 6시도 되지 않은 이른 아침이라 그밖에 다른 사람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그 남자가 태연한 얼굴로 현장을 떠나는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말씀입니까?”
“조금 생각하기 어려운 경우이기는 합니다. 그 남자와 마주친 장소는 이 맨션 30미터 앞이었습니다. 범인은 전화로 저희를 이곳에 불러냈으니, 그런 곳에서 터덜터덜 걷고 있다가는 저희와 마주칠 줄 알았을 겁니다. 굳이 스쳐 지나갈 이유는 없겠지요. 다만 현장 부근에서 본 유일한 사람이니, 마음에 걸립니다.”
나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범인이라면 스쳐 지나갈 때 얼굴을 돌리거나, 걸음을 서두르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걸었다. 뭐, 히무라가 마음에 걸린다고 해도 그 인물을 목격한 지 벌써 한 시간도 더 됐으니 이제 와서 뒤를 쫓을 방법도 없다.
“혹시 모르니 인상과 풍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히무라의 천부적인 통찰력이 발휘되는 장면이었다. 남자는 연령 20대. 신장은 1미터 70센티미터 전후, 적당한 몸집. 머리카락은 가운데 가르마로, 길이는 귀를 반쯤 덮는 정도. 베이지색 코트 깃을 세우고 있어 콧대나 입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볼록한 이마와 또렷한 눈이 특징적이었다. 약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었고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이게 전부입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라니 대단도 하시다. 나는 그 인물이 코트를 입은 젊은 남자였다는 정도만 자신 있게 증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