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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94353685
· 쪽수 : 660쪽
· 출판일 : 2014-11-28
책 소개
목차
홀로 걸어가다 문득 돌아서서 이곳을 바라보는 사람_ 김이윤
1. 인간기념물
2. 생활 제일과
3. 신판 《흥부전》
4. ‘……생애는 방안지라!’
5. 아씨 행장기
6. 조그마한 사업
7. 천냥만냥千兩萬兩
8. 외나무다리에서
9. 행화의 변
10. 태풍
11. 대피선
12. 만만한 자의 성명은……
13. 흘렸던 씨앗
14. 슬픈 곡예사
15. 식욕의 방법론
16. 탄력 있는 아침
17. 노동 ‘훈련 일기’
18. 내보살 외야차內菩薩 外夜叉
19. 서곡
작가 연보
리뷰
책속에서
낙동강이니 한강이니 하는 다른 강들처럼 해마다 무서운 물난 리를 휘몰아 때리지 않아서 좋다. 하기야 가끔 홍수가 나기도 하 지만.
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 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시가지)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그러나 항구라서 하룻밤 맺은 정을 떼치고 간다는 마도로스의 정담이나, 정든 사람을 태우고 멀리 떠나는 배 꽁무니에 물결만 남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갈매기로 더불어 운다는 여인네의 그런 슬퍼도 달코롬한 이야기는 못 된다.
‘계집애 한 마리 겁나서 할 일 못 할 내더냐? 그래 어때? 헌계집 데리고 살다가 내버리는 게 머 역적 도모더냐?’
제호는 뱃심이 금시로 불끈 솟았다. 그러면서 그는 우정 초봉이게로 한 발짝 다가선다.
초봉이는 종시 깜짝도 않고 제호를 올려 쏘고 있다. 가쁜 숨길이 보이는 것 같다. 얼굴은 해쓱하니 핏기 한 점 없고, 지그시 문 아랫입술은 새파랗게 질렸다. 젖꼭지를 물고 안겨 있는 송희의 가슴께로 드리운 왼편 팔 끝의 손이 알아보게 바르르 떨린다. 무슨 말이 와락 쏟아져 나올 텐데 그게 격분에 막혀 터지지를 못하는 체세다.
이 약병은 무엇을 하자는 것이냐. 인명을 궂혀서까지 내 목숨을 자결하자는 것이 아니냐.
내가 어쩌다 이렇듯 무서운 독부가 되단 말이냐. 이것이 환장이 아니고 무엇이냐. 이 노릇을 어찌하잔 말이냐. 이러한 것을 일러 운명이란다면 그도 하릴없다 하려니와, 아무리 야속한 운명이기로서니 너무도 악착하지 않으냐.
운명! 운명! 그래도 이 노릇을 어찌하잔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