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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4361116
· 쪽수 : 18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지만 감옥 안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자유의 가치를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발견하게 된다. 너무나 소중해서 좁쌀만 한 자유만으로도 피가 끓고 심장은 노래할 수 있게 된다.”
_ 세드릭 벨프리지Cedric Belfrage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욕스러운 순간이었다. 동시에 내 인생에서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중대한 순간이기도 했다. 치욕에 굴복하거나 저항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심리적 자유, 즉 내 정신의 자유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아흐메드 카스라다. 나는 내 이름과 내가 누구인지를 똑똑히 기억하며 천천히 샤워장으로 다시 들어갔고 그들의 얼굴에서 능글맞은 웃음기가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나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 존재임을 스스로 확인할 때까지 냉정하고 무심한 하늘 아래 서 있었다.
그날 이후 지금껏 나는 늘 찬물로 샤워를 한다. 그때의 긍지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감옥에서는 소박한 자유를 포기하지 않아야만 비로소 ‘보다 큰 자유’라는 꿈을 간직할 수 있다. 1989년 10월 15일 마침내 석방된 나는 여러 개의 종이 상자를 챙겨 나왔다. 그 안에는 내 소중한 재산이 들어 있었다. 여섯 곳의 교도소에 차례로 수감되는 와중에도 잃어버리지 않았던 옥스퍼드 영시선과 셰익스피어 전집, 내가 썼던 편지와 같은 수의 답장을 합쳐 모두 900장에 이르는 편지 뭉치, 그리고 수많은 글귀를 옮겨 적어 놓은 공책 일곱 권. 이 공책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문장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갈 때마다 기분이 한결 좋아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