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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4370194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0-05-0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chapter 6.
chapter 7.
chapter 8.
chapter 9.
에필로그
작가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뭐 하는 짓이지?”
라언의 지독하게 시린 목소리가 시율에게 날아들었다.
“라언 씨…….”
시율이 당황해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꾹 깨물며 서둘러 액자에서 유리를 걷어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늘 무미건조한 눈동자나 차갑게 식은 얼굴로 시율을 쳐다봤던 라언이 지금은 서슬 퍼런 분노를 눈동자 안 가득 담은 채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누가 내 서재에 함부로 들어와도 된다고 했지? 누가?”
라언이 슬리퍼를 신은 발로 바닥에 흩어져 있는 유리를 밟으며 시율에게로 다가와 섰다. 주눅 든 어린아이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던 시율이 자신의 앞에 선 라언을 올려다봤다.
“죄송해요. 어쩌다 보니…….”
“남이 내 물건에 함부로 손대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잖아?”
질책 섞인 라언의 눈빛에 시율이 들었던 고개를 다시 숙였다.
“앞으로 다시는 그럴 일 없을 거예요. 망가진 액자는 내일 다시 수리해 놓을게요.”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작게 중얼거리는 시율의 앞에서 라언은 차디찬 얼굴로 재희의 얼굴이 담긴 액자를 집어 들 뿐이었다. 액자를 집어 들고 재희의 얼굴 위에 남은 미세한 유리 조각 하나를 손가락으로 털어내는 라언의 모습을 본 시율의 가슴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 액자가 아직도 그렇게 소중한가요?”
유리 조각을 치우기 위해 다시 허리를 구부리던 시율이 날카롭게 조각난 유리 조각을 하나하나 주우며 물었다. 액자를 책상 위에 내려놓은 라언이 커다란 손으로 시율의 팔을 잡았다. 라언의 시선만큼 차가운 손길. 손이 찬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다던데 라언은 마음까지 차가운 남자였다.
“허울뿐인 아내에 만족하는 것도 여기까지였군.”
라언의 싸늘한 목소리에 시율이 몸을 가늘게 떨었다. 마치 한겨울에 밖에서 벌거벗은 채 떨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라언은 가늘게 몸을 떨고 있는 시율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대고 으르렁거렸다.
“나는 너를 이용하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바보처럼 그것에 속아 사랑한다는 말 따위 꺼내지 말란 말이야. 한 번만 더 이딴 짓 했다간 정말 끝이야. 두 번 다시 내 얼굴 볼 생각하지 말라고. 알아들었어? 재희의 사진에 다시는 손대지 마. 재희는 너 같은 여자가 손댈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여자라고.”
라언의 차갑고 무정함에 질린 듯 시율이 새파란 얼굴을 한 채 묵묵히 그의 성난 목소리를 듣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재희 사진이 삐뚤어졌었어요. 다시 바로잡아 놓으려 했던 건데, 그게 바닥에 떨어지는 바람에…….”
“듣기 싫어.”
“정말 일부러 떨어뜨린 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믿어줘요.”
시율이 울 것 같은 얼굴로 호소하는데도 라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서재 문을 열었다. 딱딱하게 굳어진 등을 시율에게 보인 채 잠시간 열린 문 앞에 서 있던 라언은 천천히 서재 밖으로 걸어 나갔다.
“당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재희가 될 수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