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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410348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5-08-3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거지 왕자의 탄생
1. 너희들은 배고파서 기절해 본 적 있니?
2. 밥순이의 탄생
3. 알바 하는 왕자님
4. 넌…… 넌 내 밥순이야!
5. 그렇게 거지 왕자는 철들기 시작했다
6. 함께 먹는 밥맛
7. 거지 왕자, 드디어 각성하다
8. 밥순이는 거지 왕자를 좋아해 자꾸자꾸 좋아지면 나는 어떡해
9. 거지 왕자와 밥순이는 얼레리 꼴레리
10. 거지 왕자의 탈피
11. 결국은 해피 엔딩일 거면서, 흥흥흥
에필로그 - 결혼합시다, 제발
그들을 바라보는 자영의 시점 1 - 바보 커플
그들을 바라보는 자영의 시점 2 - 두 여자
정말 마지막 이야기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저기……. 머리는 정말 괜찮은 거예요?”
“아파.”
“죄송해요.”
은백이 고개를 숙였다.
“저기 병원에 가는 게 어떠세요? 아, 물론 저랑 같이요.”
“문 열고 집에 들어갈 힘도 없는데 병원은 무슨. 됐어.”
“그래도 제가 다치게 했는데…….”
끝으로 갈수록 점점 더 기어들어 가는 은백의 말에 그녀를 잠시 가만히 쳐다보던 남자의 한쪽 입꼬리가 삐딱하게 올라갔다.
“나한테 많이 미안해?”
“네.”
“흐응.”
다시 한 번 남자가 알 수 없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집이 여기야?”
남자가 흥미로운 표정을 짓자 은백이 홀린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밥 있어?”
“네?”
그는 여전히 한 손으로 뒤통수를 누른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에 밥 있냐고.”
“아침에 제가 먹고 나온 후로 다른 사람이 몰래 들어가 훔쳐 먹지 않았다면, 있겠죠.”
“그럼 됐어.”
“뭐가요?”
“그렇게 미안하면 나한테 밥 좀 줘.”
“뭐라고요?”
은백이 황당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얼굴이 잘생겨서 잠시 홀렸었는데 사실은 정신이 좀 돈 남자라거나, 음흉한 생각을 품고 있다거나……. 하지만 뭐, 음흉한 생각을 품고 있다면 고려는 해 볼…….
은백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싫다고?”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젓는 게 거절의 뜻인 줄 알고 남자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뒤통수를 가리켰다.
“나 이렇게 만들어놓고 그냥 내빼겠다고?”
“그러니까 병원에 같이 가자고…….”
“머리 아픈 거보다 배가 더 아파.”
“배가 아프다고요?”
은백이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한 남자의 허리춤으로 시선을 내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배가 너무 고파서 아픈 거지.”
배고파서 배가 아플 지경이라는 황당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모습에 은백이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됐어.”
남자가 살짝 열려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은백은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무슨 일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멍하게 서 있다가 얼음에서 풀려난 듯 집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를 잡았다. 그녀의 손에 잡힌 남자의 팔목은 의외로 단단했다. 은백의 손가락 끝으로 남자의 손등 위로 튀어나와 있는 핏줄이 만져졌다.
“왜?”
“자, 잠깐만요!”
“밥 어디 있어?”
“뭐라고요?”
“밥 어디 있냐고. 나 굶어 죽기 일보 직전이야. 좀 살려 줘.”
은백이 입술을 깨물며 계속 손목을 잡고 있자 남자가 한숨을 내쉬고는 부어오른 채 피가 흐르는 뒤통수를 은백의 눈앞에 들이댔다.
“그렇게 나한테 밥 주기 싫으면 이걸 보면서 밥 주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 봐.”
은백이 입술을 깨물던 것을 멈추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생각해 봐요.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갑자기 집에 쳐들어와서 밥을 달라는데 누가 순순히 주겠어요?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갑자기 집에 쳐들어왔어? 내 뒤통수 다치게 했으니까 대신 밥 달라고 쳐들어온 거지.”
뻔뻔한 그의 말에 은백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사람이 정말 너무 황당하면 웃음이 나는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밥 줘.”
“그럼 그 전에 몇 가지만 물어볼게요. 우리 집 앞에는 왜 누워 있었어요?”
“내가 사는 집이 여기 바로 옆집이거든?”
“아…….”
은백이 작게 감탄사를 뱉었다. 얼마 전에 옆집 사람들이 이사를 갔는데, 비어 있던 집에 새로 이사를 왔나 보다.
“그럼 그쪽 집 앞에 누워 있어야지 왜 우리 집 앞에 누워 있었어요?”
“머리는 댁 집 문 앞에 있었어도 몸통은 내 집 문 앞에 있었어. 원래 기럭지가 긴 걸 어떡하라고?”
인정. 적어도 180센티미터는 훌쩍 넘어 보인다. 그녀는 키가 큰 남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180센티미터가 넘으면 160센티미터인 그녀는 고개를 바짝 치켜들고 쳐다봐야 해서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집 앞에 안 누워 있었으면 되잖아요.”
“누군들 누워 있고 싶어서 누워 있었겠어?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어. 그런데 배가 너무 고프잖아. 배고파서 문 열 기운이 없었어. 그래서 잠시 기운 보충할 겸 잠깐 앉았는데, 그 후로 기억이 없다가 뒤통수가 깨지는 느낌에 정신이 든 거라고.”
남자의 말을 뒷받침해 주듯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