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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4508320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1-07-12
책 소개
책속에서
그 시절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게으르게 지내던 날들이 사실은 심오한 활동이 아니었나, 하고 종종 자문한다네. 훗날 우리가 했던 모든 일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던 날에 우리 안에서 생겼던 위대한 움직임의 반향이 아니었나 하고 말일세….
노려보고, 분노하고, 마음속으로 저주를 퍼붓고는, 조용하게 구시렁대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치며 그를 버스 밖으로 내동댕이치는 상상을 한다. 교통 체증에 걸리면 구시렁대면서 씨근덕거리며 저주를 퍼붓는다. 상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게 되면 저주를 퍼붓고 씨근덕거리며 중얼댄다. 무슨 일이 발생하든 나는 저주를 퍼붓고 씨근대며 중얼거린다. 분노에 찬 저주를 즉시 내뱉지 못하면 다음번에 똑같은 상황에 직면하면 뭐라고 말할지, 어떻게 한바탕 꾸중을 할지 생각하면서 리허설을 하느라 숨을 씨근거리고, 그렇게 끊임없이 을러대고 모욕의 소리를 떠올린다. 이런 바보 멍청이, 이런 거지 같은 자식, 이런 젠장맞을…. 이것이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로라는 내가 작가가 맞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걸으면서도 입을 끊임 없이 달싹거린다고. 마치 자기에게 말을 걸거나 자기에 대해 생각하는 듯하다고. 책에 쓸 대화문을 생각하거나, 이미 쓴 구절을 머릿속에서 훑어보기라도 하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 바로 그렇다고, 나는 말하겠다.
코르네토 인터그랄리를 맛볼 일이 기다려졌다. 몇 주 동안 파르네세에 어슬렁거리며 코르네토 인터그랄리가 남아 있는지 없는지에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제 나는 코르네토 인터그랄리가 남아 있지 않으면 다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회복의 분명한 징후였다). 불평을 하고,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건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파리에서 로댕 박물관에 가지 않은 것, 로런스의 그림 대부분을 볼 수 있는 뉴멕시코로 떠나지 않은 것, 요 몇 달간 우울증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낭비한 것 등을 말이다. 나는 치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