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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목회/신학 > 신학일반
· ISBN : 9788994752730
· 쪽수 : 550쪽
· 출판일 : 2014-07-19
책 소개
목차
저자 서문
제1부 초월과 방랑, 역사와 자연
1장 방랑자의 고독에 깃드는 신성(백석)
2장 순진한 무심함 또는 예수의 고향(김종삼)
3장 눕고, 울고, 웃는 풀의 내력(김수영)
4장 사람으로 공부하는 하느님(마종기)
5장‘중심'의 괴로움과 '틈'의 구원(김지하)
6장 목련, 또는 '돌아감'의 여정(김지하)
제2부 치열한 대결, 거룩한 세속
7장 불멸에 이르는 불면(오규원, 남진우)
8장 '하느님'을 꿈꾸는 말들의 풍경(김정란)
9장 똥막대기 성자의 세계(최승호)
10장 독신(瀆神)의 신학적 역설(이성복, 권혁진)
11장‘미지'와‘흔적'으로서의 하나님(이성복)
12장 진창이 된 몸/삶의 거룩함(황지우)
제3부 관조의 양상, 성찰의 초상
13장 세 개의 바퀴(최승호, 류시화, 황동규)
14장‘흔들림'과‘흔들리지 않음'의 언저리(고정희, 임동확)
15장 시인 예수의 초상(정호승)
16장 신학적 관조의 두 양상(고진하, 배문성)
17장 바늘구멍 속의 일상(김기택)
18장 어느‘동네' 목사의 쓸쓸한 초상(기형도)
제4부 사물의 즐거움, 생명의 아름다움
19장 별의 시학, 별의 신학(윤동주에서 이성복까지)
20장 나무를 만나는 세 가지 방식(나희덕)
21장 거미로 읽는 시대와 인간(황인숙, 이문재, 박형준, 박성우)
22장 가난과 적막, 그 신학적 미학(송찬호, 문태준, 박남준)
23장 덧없는 생을 누리는 법(장석남)
24장 식사의 회복과 향유의 신학(안도현)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인은 이제 그 모든 따스하고 아름답던 것들과 단절된 채, 방랑의 길거리 위에서 정처 없이 헤매는 형편이다. 정처 없음의 처량함을 더해주는 것은“슬쓸한 거리”, 그것도 더 이상 기동할 수 없을 만큼 절박한 거리의“끝”이라는 말과 그 거리를 황량하게 장식해주는 거센 바람의 이미지다. 설상가상으로 시인은 그 바람 부는 거리 끝에서 하루의 끝, 곧 저녁을 맞는다. 저물녘 어둠이라는 시간적 종말의 이미지는 거리의 끝이라는 공간적 종말의 이미지와 맞물려 방랑하는 시인을 더욱 외곬의 모퉁이로 몰아세운다.…불교 전통에서도 그렇지만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제자들로 하여금 단호한 출가의 결행으로 방랑의 여정에 들게 했다. 그때 결별해야 할 것들은, 무엇보다 집과 집에 딸린 재산, 그리고 직계 가족들이었다. 부모자식, 형제자매들도 하나님 나라에 거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인식 가운데 종말론적 신국 운동은 주동자인 예수조차 머리 둘 곳이 없을 정도로 험한 방랑의 길 위에서 진행되었다. 게다가 그를 따르던 군중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친애하던 제자들조차 그를 떠나자 겟세마네에서 하나님 앞에 홀로 선 단독자로 고독하게 남기까지 예수의 삶은 이별과 상실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이 시의 주인공 백석에게는 예수가 품었던 천국에의 꿈도, 미래의 뚜렷한 목표도, 또 그것을 향한 자발적 유랑에의 결기도 없었다. 그는 아마도 예수를 따랐을 군중 가운데 한 사람처럼, 식민지 백성으로 집도 절도 없이 떠돌며 잃어버린 나라에서 정주민으로서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그야말로‘어느 사이에’놓였을 뿐이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시인은 불우하다. 1장_방랑자의 고독에 깃드는 신성(백석)
세상과의 불화와 방황 속에서 위안과 희망을 탐색하는 시인에게 종교, 특히 그리스도교 신앙은 두드러진 사색의 재료로 기능하는 듯하다. 내가‘사색의 재료’라고 말하는 까닭은, 그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이라는 것이 흔히 이해하듯‘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든지‘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든지 하는 교리적 얼개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하느님'을 말하면서 무심히 지나가는 듯한 어조로“말을 잘 할 줄 모르는 하느님”정도로 언급할 뿐이다. 그것도 애당초 하느님을 말하기 위해 언급한 것이 아니라, 병원 뜰에 놓여 있는 빈 유모차 한 대의 주인이 누구일까를 궁리하는 중 뜬금없이 어눌한 하느님의 이미지가 튀어나온 것이다. 이는 아마도 병원 뜰의 잔디밭 위로 맴도는 한가한 푸르름이 연상시켜준“사람들의 영혼”이란 시구로부터 파생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영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론적 맥락에서 사람의 정수, 곧 궁극의 가치로 들먹여지는 추상명사다. 인간의 보이지 않는 궁극적인 관심의 대상이란 면이 하느님을 떠올리게 한 동인이었으리라는 것이다.
2장_순진한 무심함, 또는 예수의 고향(김종삼)
앞서 제시한 <풀>에 얽힌 해석의 숲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이룬다. 해석의 시비를 떠나 진정성의 측면에서 그 숲을 구성하는 모든 나무들은 제각각 흥미롭고 아름답다. 다만 내가 이 대목에서 시도하려는 작업은 그 숲의 나무들을 깡그리 베어 넘어뜨리기보다 그 모퉁이에 조그만 나무 한 그루를 더 심는 것이다. 이 시의 배경과 원천 자료로 정재서가 포착한 『논어』의 공자가 가능하다면, 성서 또한 가능하지 않을까, 또 그리스도교 신학이 이 시의 구조적 난해함을 해소하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는 오래전에 품은 적이 있다. 이러한 생각은 풀과 꽃과 바람의 이미지가 구약성서에서 긴밀하게 연계되는 점에 주목한 결과다. 특히, 김수영의 시 쓰기가 그 끝 무렵에 단순히 풀과 바람의 대립뿐 아니라, 그 직전 단계에 쓰인 연작 <꽃>의 연속선상에서 꽃과 풀과 바람의 삼각관계로 전개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내 흥미를 끌었다. 이 또한 텍스트 상호관련성(intertextuality)의 적용과 신학적 해석의 심화라는 견지에서 충분히 모험해볼 만한 시도가 아닌가 한다.
3장_눕고, 울고, 웃는 ‘풀’의 내력(김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