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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94963228
· 쪽수 : 672쪽
· 출판일 : 2011-12-20
책 소개
목차
야생의 땅 숲
야생의 얼음 빙하
야생의 물 바다
야생의 불 사막
야생의 공기 자유
야생의 정신 희극
리뷰
책속에서
1장 야생의 땅 ― 숲
말의 뿌리는 대지의 과거로 뻗는다. 새로운 단어처럼 건방진 새 잎들은 초록이라는 순수한 기쁨으로 밝게 빛난다. ‘빛’에서 ‘생명’을 만들어내는 태양의 활기찬 동음이의의 말장난 속에서 엽록소는 햇빛으로 초록색 실을 잣는다. 은유는 언어가 경계를 뛰어넘고 넘나드는 가장 야생적이며 생기 넘치는 자유로운 곳이다. 따라서 아마존의 언어들이 식물로 뒤얽힌 숲처럼 은유로 엉겨붙고 난해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울타리가 쳐지지 않은 야생의 자연, 아마존은 의미가 의미 속에 엉키고 단어들이 결합해 쌍을 이루고 무리를 짓는, 무한한 암시의 장소다. 바람은 나뭇잎의 의미를 비틀고, 비는 하늘에서 숲으로 다시 숲에서 하늘로 까불고 뛰놀며 언어의 순수한 비옥함을 드러낸다. 밝혀진 의미의 이면에 은유적 의미가 포개지듯, 얼굴 뒤에 정신이 존재하듯, 선명한 초록빛에 암시를 담은 야생 언어는 명백함의 저편에서 노래한다.
2장 야생의 얼음 ― 빙하
겨울철, 바다는 마치 잠재의식이 그 타는 고통을 갈무리해 얼음 위에 내려놓은 듯 꽁꽁 얼어붙는다. 겨울의 첫 번째 무거움은 마치 뒤죽박죽되고 혼란에 빠진 정신과도 같다. 바닷물은 얼음같이 차가운 침묵으로 휘저어진 언어와 같고, 그나마 어쩌다 비틀거리며 이는 파도는 해안에 부딪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결국 무시당하고 점점 쇠약해진다. 겨울은 사실상 귀머거리다. 정신은 곰발바닥 같은 빙판으로 단단해지고, 각각의 빙판은 삭제된 문단과 눈에 보이는 침묵, 단어가 있어야 할 자리의 빈 공간이다. 바다의 얼굴은 점점 움직임과 표정이 적어지고, 정신은 얼어붙는다. 찰싹찰싹 치는 파도의 수다와 해안을 내려치던 바다의 소란한 외침은 사라지고 어둠 속, 고독한 침묵 속에서 여름의 정신은 침묵에 잠긴다. 그래서 이따금씩 해빙이 깨질 때, 정신의 단층을 따라 어마어마한 고통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억압되었던 기억이 맹렬히 폭발하면서 배를 구부리고 쇄빙선을 부순다. 메아리치는 아우성에 실린 분노는 소름끼치게 무섭고 충격적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얼어붙고 오랫동안 침묵했던 상처받은 마음은 그 분노를 터뜨리며 산산이 부서져 야만적으로 변할 수 있다.
3장 야생의 물 ― 바다
최초의 탄생과 궁극의 죽음이 여기서 만난다. 유인원이든 해초든 모든 생명은 먼저 바다에서 나와, 끝없는 변형을 거쳐 시계꽃과 당신이 되었다. 그리고 한때 살았던 모든 생명의 잔해는 끝없는 변형을 거쳐 흙과 강물, 많은 동물들의 몸을 통해 바다로 다시 돌아간다. 생명력을 거의 다 소진한 채 바다로 씻겨내려간 이 덧없는 조각들과 골수가 다 빠져나가 한 줌 먼지가 되어버린 뼈는 바다의 겨울에 바다의 눈이 되어 해저에 쌓인다. … 바다의 마법은 바로 바다로부터 생명이 발생한다는 점에 있다. 시간의 바로 그 시작에 죽음과 생명, 그 상극의 연인이 하나의 바다 침대에서 구르며 벌이는 그 가장 심오한 교미에서 모든 생명이 시작된다. 겨울의 차가운 바닷물은 가라앉고 침대의 따뜻한 물은 위로 솟으면서, 그 침대로부터 탄생한 생명은 너울너울 날아 다시 올라간다. 과거에 죽었던 것의 아주 작은 조각은 솟아오르는 따뜻한 바닷물에 살짝 섞여 올라가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고, 바다는 새로운 생명의 계절을 맞아 다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