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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5480120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07-10-01
책 소개
목차
자연, 그 바튼 숨 고르기 : '산치르의별' 등 16편
엇박자 장단에 춤추는 사람들 : '단추 구멍 속에다' 등 17편
거님 길에서 듣는 지혜 : '아프리카의 귀신들' 등 17편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빠, 비바람 속에서는 천둥 번개가 치는데 겨울에 눈보라 칠 때는 왜 천둥 번개가 안 쳐요?"
팔에가 다섯 살이었을 때 여름 휴가지에서의 일이다. 비가 무척 내려서 우리는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잠시 차도에 멈춰야 했다. 차창은 비바람과 함께 번개에 실려 온 천둥소리로 깨질 것만 같았다. 뒷자리에 있던 딸애가 눈빛을 반짝이며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당황했다. 딸애에게 아빠는 선생님 같은 존재였다. 무엇이든 녀석의 물음에 막힘없이 답해 주었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내 밑천이 바닥난 것을 느꼈다. 나도 그 답을 몰랐을 뿐더러 쉽게 답이 나올 질문도 아닐 성싶었기 때문이었다. 딸애의 질문은 상식적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내 상식 밖에 있었다.
"미안하다. 아빠가 지금 대답을 못 하겠구나. 나중에 집에 가서 말해 줄게."
휴가가 끝나고 딸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수소문했다. 어느 곳에서도 겨울철 눈보라 속에서는 천둥 번개가 없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들을 수가 없었다. 가장 근접한 답이라는 것이 기온 관계가 아니겠느냐 하는 정도였다. 이십여 년이 흐른 뒤 마침 케이블 방송에서 천둥 번개 현상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가 방송되었다. 비로소 딸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가 싶었다. 그런데 그 프로 역시 아직도 그 현상에 대한 정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천둥 번개가 치면 어떻고, 안친다고 대수랴! 그것을 따질 필요가 무에 있을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천둥 번개는 비바람과 함께 있을 뿐이라는, 딱히 말하기는 어정쩡하지만 그건 상식이 아니냐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겨울에 무슨 천둥 번개냐'고, 그러나 다섯 살짜리 아이의 순수한 호기심은 성인 전문가들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