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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5997116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펴내는 글 - 별똥별을 찾아서
1. 소녀시대
그 여름날의 애상(哀想)
가을 작달비
마당 깊은 집 언니의 알몸
소녀의 고자질
두 얼굴의 추석 서정
스네이크 포비아
선물, 그 찔레꽃 향기
갚아야 할 계란사랑
2. 뿔도 이도 없이 사는 세상
가을날 오후에 비친 부정
뿔도 이도 없이 사는 세상
만 원짜리 양심
탁월한 선택
가난한 날의 커피 한 잔
뻐꾸기의 단장곡
공짜와 도둑질
호미씻이
할매 죽고 방 넓고
3. 이상의 눈금
내 이름 은초
피의 두 색깔
발가벗고 춤추마
차별대우
대신 해주기
이 죽일 놈의 수학여행
이젠 알겠지
지하철 2호선을 탑시다
4. 악화는 영구 머리의 헌데
뚜껑 열기 5분 전
청기와 장수
누가 요전수를 심을 것인가
악화는 영구머리의 헌데
형가와 고점리
저울대 부조
'끽’'자 유감
인간시간표
가짜 연인들
5. 가지 않은 길
대타의 화려한 부활
가슴으로 나눈 피
주도
가지 않은 길
코드는 맞추어 가는 것
내 안에 유랑하는 행복
불혹의 짝사랑
우세 받는 외상값
6. 당신의 신호등 아래서
곡비(哭婢)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다음 세상의 비손
컴퓨터와 너나들이하기까지
하이힐
이웃 복처리
시퀀스
올빼미족을 위한 변명
당신의 신호등 아래서
작품해설 - 밑감이 고운 수필 / 이승훈
저자소개
책속에서
벌이가 없는 학생과 시골처녀이고 보니 데이트 자금인들 변변할 리 만무해, 우리가 만나는 곳은 언제나 다방이었다. 가난한 연인들이 만나 죽치기 좋은 곳은 그래도 다방만 한 데가 없었다. 우리는 늘 다방 한구석에다 자리를 잡곤 했다. 되도록 마담의 눈에 거치적거리지 않고 오래 앉아 뭉그적대려면 금방 잘 띄는 중앙보다는 아무래도 구석진 자리가 안성맞춤이었다. 구석에 앉았다고 만사형통은 아니었다. 커피 한 잔씩을 마시고 한 시간쯤 지나면 마담의 눈총이 슬슬 느껴지기 시작했다. 레지는 커피 잔을 치워간 지가 언젠데 우리 테이블 곁을 어슬렁거리며 탁자 위를 행주로 다시 훔치는 시늉을 하는지, 어떤 날은 설탕과 프림 통을 탁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으며 입을 실룩거리기까지 했다.
...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진하고 달짝지근한 커피맛 뿐이었다. 수족관 안에서 유유히 노니는 물고기 마리 수를 세다가 이십여 분만에 우리 부부는 다방에서 나왔다. 우리가 나올 때까지도 커피 잔은 탁자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만 나가 주기를 바라며 눈총 주던 그 옛날이 정겨웠었지?" ... 가난한 날의 행복을 찾아 나섰지만 우리가 떠나버린 것처럼 가난도 오래전에 떠나 버렸음을 알았다. 이제 우리에겐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해도 그것은 단지 경제적 여유일 뿐 우리가 만나고 싶었던 여유와 행복은 아니었다. - '가난한 날의 커피 한 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