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영화를 만나다

들어가는 글

1부 시네마 시티의 사람들
친절한 린치씨 - 멀홀랜드 드라이브 l 인랜드 엠파이어
낯선 장소, 낯익은 감정 - 콜래트럴 l 히트
[ 길1 ] 헛걸음을 위한 배려 - 블랙 달리아 l 킹콩 l 디파티드 l 스파이더맨 1,2 l 분노의 질주: 도쿄 드리프트 l 매쉬 l 아버지의 깃발 l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스페인어의 영어 정복기 - 어글리 베티 l 여자라면 굴곡이 있어야지 l 달콤한 열여섯 l 스팽글리쉬
형님이 쓰러지셨다 - 브라더 l 하나-비 l 자토이치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 베터 럭 투머로 l 방황의 날들 l 옐로 l 언두잉
[ 길2 ] 찾아가는 영화 1 - 키드 l 이유 없는 반항 l 그리스 l 졸업 l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l 포세이돈 어드벤처 l 사랑은 비를 타고 l 대결 l 차이나타운 l 바그다드 카페
진실을 드러내는 허구 - 흡연에 감사해 l 인사이더
모두 모여 단체사진을 찍다 - 숏컷 l 플레이어 l 고스포드 파크 l 매그놀리아
[ 길3 ] 영화와 함게 피고 진 앰배서더 호텔
끝이 보이지 않는 충돌 - 크래쉬
그녀의 고귀한 친구들 - 퍼 l 프릭스

2부 영화 이전의 삶
지름길이 아니어서 좋은 여정 - 사이드웨이
사라진 아이들 - 미스 리틀 선샤인
[ 길4 ] 캘리포니아의 또 다른 얼굴, 사막 - 아일랜드 l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l 헐크 l 아이 로봇 l 세븐 l 킬빌 2
극장에서 토끼를 만나다 - 도니 다코
만화가 예술이야? - 판타스틱 소녀백서 l 아트 스쿨 컨피덴셜
[ 길5 ] 찾아가는 영화 2 - 미션 임파서블 3 l 아일랜드 l 투머로 l 엑스멘 1.2 l 캐치 미 이프 유 캔 l 시티 오브 앤젤 l 유주얼 서스펙트 l 트루 라이즈 l 사선에서 l 폴링 다운 l 저수지의 개들
미래로 부치는 편지 - 스캐너 다클리 l 블레이드 러너
나의 살던 고향은 -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 l 엘리자베스타운
[ 길6 ] 스타를 만나러 가는 길
플라잉 건맨, 날아라 사무라이 - 브로크백 마운틴 l 황혼의 사무라이
우연히 만난 그녀들 -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l 나인 라이브스

3부 할리우드의 고백
오늘도 별이 진다네 - 할리우드랜드 l 블랙 달리아 l 선셋 대로
영화, 올드 앤 뉴 - 오션스 일레븐 l 이탈리안 잡
[ 길7 ] LA 사람들의 화려한 놀이터, 라스베이거스 -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l 콘에어 l 카지노 l 오션스 일레븐 l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l CSI: 라스베이거스 l 밀리언 달러 베이비 l 챔피언
할리우드의 마녀사냥 - 굿나잇 앤 굿럭
발리우드, 할리우드를 기웃거리다 - 몬순 웨딩 l 슈팅 라이크 베컴
생리얼 드라마, 리얼리티 쇼를 평정하다 - 쉴드 l NYPD 블루
[ 길8 ] LA의 드라마 - 24 l 클로저 l 식스 핏 언더 l 디 오씨 l 앨리어스 l 앤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등급이 기가 막혀
[ 길9 ] 상복 터지는 계절
노인장, 젊은이와 맞장을 뜨다
사라져가는 극장들
[ 길10 ] LA의 영화제

길 위의 영화들

영화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 Anywhere but Here'(1999)에서 어머니 아델(수잔 서랜든)과 딸 앤(나탈리 포트만)은 고향 위스콘신을 떠나 LA의 베버리힐스로 온다. 넉넉지 않은 살림의 아델은 LA로 온 사람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듯한 꿈을 가지고 있다. 자신은 베벌리힐스의 부유한 의사를 만나고 딸 앤은 유명한 배우로 만드는 것. ... 그러나 베벌리힐스도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그렇게 부자들만 사는 동네는 아니라는 것이 그들에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 가난한 모녀는 세계적인 부촌 베벌리힐스에 살면서 값을 치러야만 한다. 베벌리힐스의 전기료가 위스콘신 전기료의 곱절이나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스콘신 출신 모녀에게 베벌리힐스에서 '단전'은 정말이지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다. 사실 미국에서는 전기료가 하루라도 체납이 되면 바로 단전된다. 시쳇말로 '얄짤없다'라는 게 정말 맞다. 정전이겠지 했던 생각이 옆집 텔레비전의 빵빵대는 소리에 깨지면 정말 매정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못 냈던 안 냈든 서럽기까지하다. 단전은 그 어떤 서비스 중단보다 강력히 인간을 비굴하게 만든다.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놓는 대저택에 살지 않는 한 전기료야 20~30달러 정도면 한 달을 너끈하게 버티겠지만, 사람을 궁색하게 만드는 건 돈 30달러가 아니라 '어둠'이다. 어둠 속에서 무방비 상태로 남겨지고 나면 전기의 고마움보다 지나간 서러운 일들만 뇌리를 스친다.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을 만든 사람들은 단전이 사람을 더 처량하게 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가스를 끊어 '브루스타'를 꺼내게 하지 않고, 전기를 끊어 두 여인을 어둠 속에 더욱 더 처량하게 묻어버린다. 타지는 늘 고향보다 혹독하다. - 본문 180~181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