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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신앙생활 > 신앙생활일반
· ISBN : 9788996026426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1부. 혈루병 여인, 예수를 만나다(여성, 장애우 등 사회 약자들을 위한 이야기)
엽기적인(?) 그녀
‘오아시스’는 없다
하인스 워드 유감
뚱뚱한 개그우먼과 가난한 미술교사
노레보와 비아그라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모성을 보호한다고?
‘물 좋은 생선’으로부터의 자유
‘여인천하’ 다시보기
마리아의 크리스마스
‘마르다’의 추석
투명인간 살리기
연변개그 - ‘수지 김’ 버전
‘다모폐인’이 남긴 것
꽃미남 권하는 사회
‘지름신’의 강림을 경계함
2부. 예수, 야이로를 만나다(병들어 가는 우리 공동체를 위한 이야기)
피가족과 물가족
'곰 세 마리'에 딴지를 거는 이유
‘가정의 달’ 뒤집어 보기
떠나는 자와 남는 자
섹스, 마약,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나는 네가 지난 세월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못 다 핀 꽃 두 송이
결혼은 미친 짓이다?
자선냄비 혹은 양심지수에 대하여
‘대박’ 권하는 사회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길수가족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통일을 잉태하는 여성들
골방예찬
3부. 야이로, 원숭이를 만나다(우리주변 생명을 살리는 이야기)
만지면 변한다
탱고 한 번 추실래요?
황사 그리고 부활
청녹색 7월에는
등명사와 휴가문화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위험한 밥상, GMO
세상의 모든 아기는 거룩하다
얘들아, 노올자!
평화감수성
함께 밥을 먹고 싶어
오태양씨의 ‘발칙한’ 꿈
고래사냥
몸살의 영성
틈새예찬
나무, 단풍 들다
야이로, 원숭이를 만나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 그런데 최근의 이랜드 사태를 보면서 뜬금없이 투명인간이 떠오른다. 이랜드 기업인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데모하는 아줌마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신을 ‘찍순이’라 부르는 그들, 여섯 시간 동안 꼼짝 없이 서서 화장실에도 못 가고 바코드만 찍어대는 날이 수두룩한 그들, 그렇게 일해서 번 돈 80만원을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 살림에 보태고 아이들 학원 보내고…, 0개월 계약이니 비정규직 보호법이니 그런 거 몰라도 좋으니까 제발 일자리만 빼앗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하는 그들, 그들이야말로 투명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생글생글 나긋나긋한 몸짓으로 붙박이처럼 제 자리를 지키며 서 있었다. 거의가 40대를 전후한 중년 여성으로, 중고등학생 자녀를 한 둘쯤 두고 있는 그들. 집에 가면 그들도 누군가의 사랑스런 아내요 존경받는 어머니로서 어엿한 대접을 받고 있을 터였다.
… 아이러니하게도 투명인간의 구원은 그가 사람들 눈에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이루어진다는 사실! 여기, 우리가, 이렇게, 존재한다고, 눈물로 호소한 아줌마들의 절규가 하늘에 닿기를 빌어본다. 이 땅의 노동운동의 역사를 새로 쓴 아줌마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부디 그들의 고단한 삶과 소박한 꿈에 날개가 달렸으면 좋겠다.
아, 그보다는, 제발 기독교라는 이름이 더 이상 진흙탕 속으로 추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 이름을 망녕되이 부르는 자들, 바로 우리 자신으로 인해 하나님의 파업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 본문 제1부 '투명인간 살리기' 중에서
맨 처음 압력솥에 밥 짓는 법을 배울 때 엄마는 덜렁대는 나를 붙잡고 단단히 경고했었다.
“압력추에서 김이 다 빠지기 전에는 절대 뚜껑을 열면 안돼, 만약 그랬다가는 폭발해, 그러니 제발 조심해!”
삶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을 대할 때면 언제나 압력솥이 생각난다. 그리고 엄마의 간절한 당부도 함께 메아리친다.
… 인생이란 탱고를 추는 것이다. 음악이 언제 시작되고 끝나는가는 하나님 손에 달려 있다. 생명을 낳고 돌보고 거두어들이는 하나님의 우주적 춤이 계속되는 한, 우리도 그 춤의 일부가 되어 열심히, 신나게 스텝을 밟을 일이다.
자살의 유혹과 충동이 아무리 커도, 일단 한 번 김이 빠지면 그것은 오히려 건강한 삶을 위한 자양분으로 승화될 수 있다. 다시 느린 호흡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김을 빼줄 압력추가 의외로 숨어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삶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 본문 제3부 '탱고 한 번 추실래요?' 중에서
살다보면, 야이로 같은 경우를 참 많이 당한다. 한 고비 잘 넘어가나 싶었는데, 용케 원숭이가 나타나 공을 엉뚱한 데 떨어뜨려 놓고 도망간다. 그때마다 원숭이를 미워하고, 또 그 원숭이를 만든 하나님을 원망한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원숭이를 끌어안는 편이 훨씬 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대안이 될 게다.
예측불허의 세상을 건너가는 법, 의외로 아주 단순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춤추듯 발걸음을 내딛는 것. 발이 좀 엉키면 어떤가? 예수님과 함께 추는 춤인데. 두려움이야말로 믿음의 적이다.
정한 것과 부정한 것을 가르는 것이 주 업무였던 회당장 야이로와 그런 종교적 잣대에 의해 부정한 죄인으로 낙인찍혔던 혈루병 여인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춘다. 열두 해나 자궁에서 피가 흘러 고통받았던 한 여인과 이제 막 초경을 시작하려고 하는 열두 살 소녀가 손을 맞잡고 춤을 춘다. 아버지와 딸이, 스승과 제자가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자리, 바로 그 자리가 새로운 생명의 춤사위를 시작할 자리다. (제3부. ‘야이로, 원숭이를 만나다’ 中. 「야이로, 원숭이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