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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6299998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1-05-25
책 소개
목차
책 머리에
2009. Tokyo
1. 여행 리허설
여행지에서 길을 잃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함께하던 친구를 잃는 것이다
2. 연애의 미션에 대하여
20대 때의 연애가 사귀어야 할 공통점 하나를 찾는 것이라면
30대 때는 사귀면 안 되는 이유 하나가 훼방을 놨다
3. 벼랑 끝 글쓰기
어쩌면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이
글을 잘 쓰기 위한 첫 번째 훈련일지도 모른다
4. 아타미의 서퍼들
카페를 정리한 후 연달아 여행을 떠난 이유는
여행용 생각에 대한 갈급 때문이었다
5. 20세기 소년
오랜 친구와의 술자리는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이다.
우리의 대화는 어느새 스무 살 그때로 돌아가고 있었다
6. 시한부 인생
사이 나쁜 산과 화해를 하게 된 건 전적으로 형 때문이었다.
형이 어느 날 갑자기 위암에 걸린 것이다
7. 억대 연봉자와 백수 사이
사람들이 돈에 약한 이유는 돈이 좋아서가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탐나는 물건과 근사한 시간들 때문이다
8. 마트료시카
내 모습이 지루해질 때면 스스로에게 미션을 주곤 했다.
그것은 바로 단 하루만 연극배우가 되는 것이다
9. 게임 오버
후배의 얘기를 들은 날 저녁,
비로소 나는 지긋지긋한 습관 하나를 떼어낼 수 있었다
10. 히토리데쓰
나는 혼자 있기를 싫어하면서,
또한 혼자 있어야 편한 사람이 되어갔다
11. 취한 말들의 시간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말,
과연 그게 진심인지 가끔씩 헷갈린다
12. 아! 대한민국
요즘처럼 몰상식이 상식을 밀어내는 시대에는
더더욱 애국이 요원해진다
13. 하프타임
30대가 되니 전반전이 끝난 기분이다.
스코어가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잘 모르겠다
2010. Flashback
14. 망각의 재구성
며칠 후 랑카위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5. 군대의 맛
군대는 계급에 따라 맡는 임무가 다르듯이,
먹는 것에 대한 자유조차 보이지 않는 차등이 있었다
16. 프리랜서의 월요일
나의 2010년은 결정적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17. 몽정기(1987.ver)
그때 우리의 여행 컨셉은 너무나 선명했다.
부모님이 안 계신 안전한 곳에서 야한 영화를 실컷 보자!
18. 이별 후유증
나는
핸드폰에서 H의 전화번호를 삭제했다
19. 바다가 필요한 순간
나는 한참이 지나 웃음이 멈췄을 때
광안리는 더 이상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20. 좋은 것만 볼 것
네 머릿속에 남의 생각으로 보지 말고,
네 눈을 믿고 네 눈으로 보아라
21. 서울 쥐와 시골 쥐
갑식이는 망설임 없이 험악하게 소리를 쳤다.
비로소 나는 올 것이 왔다는 직감을 했다
22. 와인의 향기
사랑하는 여자와 특별한 날에 깔롱세귀르를 마시는 것은
와인에 대한 가장 강렬한 로망이 되었다
23. 여행의 끝, 남자친구
여행을 떠나올 때부터 나는 마지막 날의 일정을
일성이와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24. 깍두기 프리랜서
확실한 것은 삼십대가 된다고
모든 것이 확실해지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책꼬리에
리뷰
책속에서

여행 리허설 中에서 (p.19)
술을 마시다 친구와 말다툼을 했다. 정치 얘기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얘기가 술자리에 좋은 주제가 아니란 것쯤은 나도 안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요즘은 그 사소한 진리조차 망각할 수밖에 없는 시대니까. 쓴 소주 한 잔을 더 입에 털어 넣었을 때 친구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아득해졌고 한기가 느껴질 정도의 외로움에 몸을 떨었다. 20년 지기였기에 더 아팠다.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이기에 친구를 속속들이 안다고 자부했지만 착각이고 오만이었다. 평생 함께 산 부부도 모르는 것이 사람 속인데 취기에 현혹되어 실수를 한 것이다. 흑백논리의 갈등처럼 서로가 반대편에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간단하다. 안 보면 그만이고 보더라도 다름을 인정하면 된다. 문제는 친한 사이의 갈등일수록 좁은 예각의 형태를 띤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조율도 화해도 어렵다. 머리통이 커진 것도 한몫한다. 어렸을 적 딱지 열 장이면 가능했던 화해가 이제는 커밍아웃 하는 것만큼 거대하게 다가온다.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면 타이밍도 물 건너간다. 불이 꺼진 창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가만히 옆에 누워도 좋을 친구라고 생각하다가, 모든 신뢰가 헝클어져버리면 남자도 끝내 눈물을 흘린다. 나는 여행지에서 길을 잃는 것보다 같이 걷던 친구를 잃는 것이 더 무섭다. 믿고 의지해왔던 지난 세월마저 길을 잃기 때문이다. 오래 두고 가까이 사귄 벗을 가까이 할 수 없는 안타까움……. 실수가 반복되면 트라우마가 된다.
연애의 미션에 대하여 中에서 (p.34)
오랜 기간 연애를 하지 않으면 연애 세포가 죽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과학적인 연구 자료에 근거한 기사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일종의 가설에 가까운 가십성 기사였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의 시작이 만만치 않은 나 같은 사람들은 뜨끔했다. '나도 점점 연애 세포가 죽어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진도를 나가야 할 때 복습을 하고, 때론 진도와 무관한 예습으로 관계를 망친 적도 있다. 타이밍을 착각해서 허우적대다가 급기야 어렵게 시작한 연애가 무위로 돌아갈 때는, 감이 떨어진 거라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그러나 쉬운 시작을 할 수 없게 된 지금은, 어쩌면 연애 세포가 죽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죽이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소개로 이성을 만났을 때 첫 만남에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주선자의 체면을 생각해서 마음에 썩 들지 않는 상대에게 애프터를 신청했다가 쌀쌀맞게 거절이라도 당하면, 자비를 들여 광화문 전광판에 독신 선언 광고라도 내고 싶어진다. 연애를 시도하다 몇 번의 고배를 마시면, 왜 당신인지 왜 나인지가 아니라, 왜 연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마저 밀려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