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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96565956
· 쪽수 : 311쪽
· 출판일 : 2011-07-05
책 소개
목차
서문
제1장 제왕학을 완성한 제나라 지신(智臣) 관중
먼저 도착하는 자, 왕이 될 것이다/ 몸바친 소홀과 살아남은 관중/ 부국강병의 첫걸음/ 인재경영이 곧 천하경영/ 백성을 배부르게 하는 재정 정책/ 중요한 것은 경제인가, 정부 신뢰인가
제2장 백성을 먼저 생각한 초나라 양신(良臣) 손숙오
그의 집안은 왜 몰락하게 되었나/ 명군과 현상의 운명적 만남/ 낮추고 베풀고 겸손하라/ 왜 하필 초나라와 다툽니까?/ 백성의 가까운 곳에 있던 손숙오/ 죽음 후에도 현명한 아버지
제3장 공자를 감동시킨 정나라 현신(賢臣) 자산
현상시대 신도의 모델/ 탁월한 과학정신 vs 성리학의 재앙/ 궁극적 목표는 문화대국 건설/ 개방적인 언론정책의 성공/ 공자가 닮기 원한 인물
제4장 2인자의 모범이 된 제나라 정신(貞臣) 안영
안영을 향한 사마천의 흠모/ 복숭아로 눈엣가시 제거하기/ 민심이 천심이다/ 권력투쟁 속 빛나는 사직정신/ 예(禮)로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 공자와 안영은 만났는가?
제5장 당대의 병법가 오나라 모신(謀臣) 오자서
박수칠 때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차이/ 초나라 복수극의 내막/ 새 왕을 세운 전어 요리/ 동병상련이 키운 적/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는 누구인가?/ 썩어버린 초나라의 멸망/ 충신인가 매국노인가
제6장 토사구팽을 피한 월나라 간신(諫臣) 범리
명성과 안전을 함께 도모한 자/ 같은 꿈을 품고 벼슬을 던진 두 사람/ 대역전극의 디딤돌/ 호랑이에게 심장과 간을 먹히다/ 서시와 희대의 미인계/ 난세의 시기, 방심하지 마라/ 사의 표명 뒤의 삶
제7장 통일기반을 닦은 진나라 능신(能臣) 상앙
천하통일을 도울 노비를 얻다/ 눈앞에서 놓친 인재/ 맞춤형 부국강병 컨설팅/ 중원 진출을 위한 일대 혁신/ 천하제일의 강국이 된 비결/ 웃는 진나라와 우는 위나라/ 막힐 것 없는 상앙의 개혁/ 찬란한 업적과 달리 비참한 최후
제8장 강국에도 당당한 조나라 직신(直臣) 인상여
빼놓을 수 없는 화씨벽 일화/ 강대국을 마주하는 완벽 행보/ 진왕을 꾸짖은 기개와 의협/ 나라를 위해 자신을 굽힐 줄 안 대인
부록
1. 춘추전국시대의 특징
2. 춘추전국시대의 신도
왕도와 패도/ 역린과 곤직/ 충도와 역도/ 아홉 가지 충도
3. 춘추전국시대 연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서의 기록에 따르면 구천이 부차의 노복으로 온 지 삼 년째에 이르자 오나라 내에서는 구천의 처리 문제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태재 백비를 중심으로 한 ‘석방파’와 오자서를 중심으로 한 ‘처단파’가 격렬히 대립한 것이다. 마침 이 와중에 부차가 문득 병이 나 자리에 누웠다. 이때 범리가 구천에게 한 가지 계책을 제시했다.
“지금 오왕은 우리를 용서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가 오자서의 말을 듣고는 또 마음이 변했습니다. 그런 심약한 사람의 동정을 얻으려면 비상수단을 써야 합니다. 먼저 오왕에게 문병을 가서는 그의 똥과 오줌을 직접 맛보십시오. 이어 그의 안색을 살펴본 뒤 병세가 점차 호전될 것이라고 말하고 병석에서 일어날 날짜를 말하십시오. 예언이 적중하면 그다음은 염려할 게 없습니다.”
구천이 이를 좇아 다음날 태재 백비를 찾아가 오왕의 병환을 문후(問候)하고자 청했다. 마침 부차가 대소변을 보았는데 태재 백비가 이를 들고 밖으로 나오다가 방문 밖에서 구천과 만나게 되었다.
“제가 대왕의 변을 보고 대왕 병세의 길흉을 판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손으로 소변과 대변을 각각 떠서는 한 번씩 맛본 뒤 곧 안으로 들어가 이같이 말했다.
“죄인 구천이 대왕에게 축하의 말씀을 올립니다. 대왕의 병은 사일(巳日)이 되면 곧 호전될 것입니다. 3월 임신일(壬申日)에 이르면 병환이 완전히 치유될 것입니다.”
“그것을 어찌 알 수 있소?”
“제가 일찍이 변을 통해 병세를 알아맞히는 사람으로부터 그 방법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분변은 먹는 곡물의 맛을 좇아야 하니 시령(時令)의 원기(元氣)를 거스르는 사람은 곧 죽게 됩니다. 분변이 시령의 원기를 좇게 되면 곧 살아나게 됩니다. 지금 신이 개인적으로 대왕의 분변을 맛보았습니다. 대변의 맛은 쓰고 맵고 십니다. 이 맛은 봄과 여름 사이의 원기에 응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저는 대왕의 병세가 3월 임신일이 되면 완전히 나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차가 크게 기뻐했다.
“참으로 인인(仁人)이오.”
구천이 예측한 날이 가까워져 오자 부차의 병이 거의 낫게 되었다. 부차가 곧 큰 잔치를 벌이고는 이같이 명했다.
“오늘 월왕을 이 자리에 참석하게 했으니 군신들은 귀빈의 예로써 그를 대하도록 하라.”
구천과 범리가 함께 일어나 쾌유를 축하하며 만세토록 장수할 것을 기원했다. 부차가 마침내 구천을 석방한 뒤 귀국하도록 했다. 송별할 때 부차가 구천에게 말했다.
“그대를 사면하여 귀국도록 했으니 앞으로 더욱 충성하도록 하시오.”
구천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왕이 신을 불쌍히 여겨 귀국의 은덕을 베풀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목숨을 다 바쳐 충성할 것입니다.”
이에 마침내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이상이 ‘문질상분’ 일화와 관련한 『오월춘추』의 개략적인 내용이다.
구천이 행한 ‘문질상분’ 행보는 ‘와신상담’과 같은 취지로 해석하는 게 옳다. 온갖 굴욕을 참아내는 일종의 극기(克己)에 해당한다. ‘와신상담’처럼 칼날의 빛을 감추고 힘을 키우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취지와 하등 다를 게 없다.
- ‘제6장 월나라 범리’ 중에서
조혜문왕이 민지 땅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진소양왕의 행렬이 도착했다. 두 나라 군주는 각기 행관으로 들어가 쉬었다. 회동하는 날이 되어 두 나라 군주는 서로 예로써 회동한 뒤 술을 마시며 환담했다. 주연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진소양왕이 문득 조혜문왕에게 청했다.
“과인은 일찍이 군왕이 비파에 정통하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에 마침 과인이 아끼는 좋은 비파가 있으니 한 곡 연주를 청하고자 합니다.”
조혜문왕은 이를 치욕스럽게 생각했으나 부득불 비파를 연주할 수밖에 없었다. 진소양왕이 곁에 있는 태사에게 명했다.
“오늘 과인 앞에서 조왕이 비파를 탔다고 기록해두도록 하라.”
인상여가 문득 앞으로 나와 진소양왕에게 청했다.
“과군은 일찍이 대왕이 진나라 음악에 정통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신이 이제 분부(盆缶)를 바칠 터이니 대왕이 한번 이를 두드리시기 바랍니다.”
‘분부’는 술이나 장을 담는 그릇으로 박자를 맞추는 악기로도 사용되었다. 인상여는 분부를 바친 뒤 무릎을 꿇고 청했다.
“대왕은 분부를 두드려 연석의 흥취를 돋궈주시기 바랍니다.”
크게 노한 진소양왕이 듣지 않았다. 인상여가 위협했다.
“저와 대왕과의 거리는 불과 다섯 보도 안 됩니다. 장차 제 목을 찔러 그 피로써 대왕의 옷을 물들일 수 있습니다.”
진나라 무사들이 달려들어 인상여를 잡아채려고 했으나 인상여가 눈을 부릅뜨고 꾸짖자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진소양왕도 할 수 없이 한 차례 분부를 두드리게 되었다. 인상여가 조나라 태사를 돌아보며 이같이 청했다.
“태사는 이를 기록해두도록 하시오.”
진나라 신하들이 일제히 일어나 조혜문왕에게 말했다.
“오늘 군왕이 각별한 대접을 받았으니 이 자리를 축하하는 뜻에서 15개 성읍을 우리 진나라에 바치시오.”
인상여도 일어나 진소양왕에게 말했다.
“조나라가 즉시 15개 성읍을 바칠 터이니 진나라도 조왕의 장수를 축하는 의미에서 함양성을 우리에게 내주시오.”
진소양왕이 양쪽을 무마했다. 술자리가 끝난 후에도 진나라는 끝내 조나라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조나라도 유사시를 대비해 이미 군사를 이끌고 와 주변에 배치해 놓고 있었다. 진나라 군사들이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두 나라는 우호조약을 맺었다.
- ‘제8장 조나라 인상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