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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생명과학 > 생명과학
· ISBN : 9788996695851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2-07-10
책 소개
목차
Prologue
Chapter 01 러쉬대학병원
부검
시카고의 자랑, 러쉬-장로교-성누가 의료원
병아리 전공의
임상-병리 합동 집담회
다가오는 생명과학
지름길은 없다
아, 대한민국!
Chapter 02 의대시절
꿈속의 고향
예과
잡동사니의 즐거움과 위력
의대 본과
근원을 찾아서
Chapter 03 벽안의 스승들
공포의 컨퍼런스
병리를 향한 고민
대머리 독수리와 유럽 지성인
스승이란?
아는 것과 깨닫는 것
슈타인 박사의 충고
퇴로는 없다
독일 암 연구소와 유럽 분자생물학연구소
Chapter 04 세계 최고의 병원을 위하여
세상을 한 바퀴 돌아
맨땅의 병리과
세계 최고 병원
한국 의료계의 현실
“환자들부터 지킵시다”
뼛속까지 외로웠던
맑은 세포
우리 것
Chapter 05 공부는 쾌락이다
새 천년의 새 학문, 유전체학
유전체와 맞춤의학
굴드 교수의 방한과 강연
병리학과 병기론
의학은 과학인가
부처의 다섯 가지 눈과 병리학
학습중추 = 쾌락중추
Chapter 06 젊어선 장사, 늙어선 농사
Epilogue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래서 그걸 어디다 씁니까?"
나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왔다.
"수술 칼을 만들지요. 우리도 의사들처럼 수술을 한다니까."
그가 익살스런 표정으로 나이프를 들어 올려서 작은 원을 그리며 말했다.
"예?"
"병든 유전자를 정확히 오려내서 새로 갈아 끼울 수 있으면, 그게 바로 ‘분자수술’ 아니겠어요?"
분자수술! 그 한 마디에 눈이 번쩍 뜨였다. 아, 세상은 달라지고 있었다.
전공의 생활이란 것이 심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대 의학의 최고봉인 미국에서는 의학수련이 소위 ‘몸으로 때우는’ 것보다 좀더 날씬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이건 뭐 한술 더 뜨는 것이 아닌가.
"선생, 이거 암 맞나요?"
입에 시가를 문 둘라스 교수가 다가와 수술보에 싸서 직접 들고 온 장기를 내게 건네며 물었다. 그는 러쉬가 자랑하는 외과의로서 최고의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당장 봐드리지요."
나는 웃으며 그것을 받아서 검사대 위에 펼쳤다. 그런데 열고 보니 그 대장에는 변이 상당히 남아 있었다. 수술 전 처치가 깨끗하게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 여기 있네요. 암 맞습니다, 선생님."
그러자 그가 묻어있는 대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맨손으로 내부를 만져보더니 만족스럽게 말했다.
"흐음, 엉뚱한 데를 자르지는 않았구먼. 고마워요, 선생."
그리곤 유난히 큰 앞니 뿌리까지 다 드러나도록 환하게 웃고는 휑하니 걸어 나갔다. 그의 손에서 대변이 옮겨 묻은 시가가 이제는 입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