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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작가론
· ISBN : 9788997090792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7-12-30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사격하는 여자(射擊する女) _ 이시카와 다쓰조
봉청화(鳳靑華) _ 이시카와 다쓰조
월희와 나(月姬と僕) _ 장혁주
어떤 고백담(ある打明話) _ 장혁주
이민족 남편(異俗の夫) _ 장혁주
편력의 조서(遍歷の調書) _ 장혁주
부록
팔공산 바위 우에서 _ 장혁주
한반도와 나 _ 이시카와 다쓰조
조선 여류작가와 니키 히토리 _ 아키타 우자쿠
『아키타 우자쿠 일기』 중에서 _ 아키타 우자쿠
『아키타 우자쿠 자전』 중에서 _ 아키타 우자쿠
백신애 여사의 전기 _ 이윤수
발굴 작품 「일기 중에서」 _ 백신애
발굴 자료 「신진작가 소개」
해설
백신애와 일본 문인들의 교유
- 또 하나의 한일 문화교류의 궤적 _ 이승신
윤색된 사실과 여성을 보는 왜곡된 시선
- 장혁주의 백신애 모델 소설에 대하여 _ 서영인
백신애 연보
백신애 작품 연보
책속에서
근대 문학사에서 여성 작가들은 온전히 제 몫으로, 한 명의 예술가로 대접받은 적이 별로 없다. 최근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문학사를 새로 읽으려는 시도 속에 이들 여성 작가들이 재조명되고 있으나, 이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여성 작가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남성 작가들에 의해 창작된 이른바 모델소설을 통해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김동인, 염상섭, 전영택 등 근대 문학 초기의 주요 작가들은 여성 작가들을 모델로 삼아 당시의 세태를 그려냈는데, 이는 당시의 여성 작가들이 이른바 ‘신여성’을 대표하는 존재로, 근대의 시작과 함께 휘몰아친 풍속의 변화, 가치관의 혼란을 반영하는 존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김동인의 「김연실전」, 전영택의 「김탄실과 그의 아들」은 여성 작가 김명순을, 염상섭의 「해바라기」는 나혜석을, 「너희는 무엇을 얻었느냐」는 김일엽을 모델로 한 소설들이다. 이들 소설에서 여성 작가들은 방탕과 문란의 풍속교란자로, 주체적 의식 없이 시류에 부화뇌동하는 자기모순의 대표자로 그려졌다. 이를테면 남성 작가들에 의해 그려진 여성 작가들은 ‘근대의 나쁜 예’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이런 과정 속에서 한국문학사에서 타자화되었다.
백신애를 모델로 한 소설들 역시 이런 범주에 포함된다. 특이한 것은 백신애에 대한 모델 소설들은 일본 작가이거나, 일본에서 활동한 작가들에 의해 창작되었다는 점이다. (…)
일반화할 수 없지만, 근대 초기부터 남성 작가들의 소설에 모델로 등장한 여성 작가들은 방탕하고 문란한 신여성을 표상하는 데 활용되었다. 백신애의 경우도 같은 범주에서 논할 수 있다. 일종의 스캔들이나 소문으로, 남성 작가의 자기변명이나 보상심리를 위해 악의적으로 형성된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여러 편의 소설을 통해 반복적으로 형상화되면서 단 한 번도 그의 작품적 성취나 작가적 정체성이 수용된 적이 없는 이 소문들을 뚫고 찾아야 할 진실은 무엇일까. 백신애는 한 명의 작가였으며, 악의적 소문으로 훼손된 여성 주체였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미궁 속에 놓인 그의 수많은 전기적 행적에 관한 내용 역시 이러한 진실과의 연관하에 진지하게 추적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이 글의 일차적 목적은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된 소문들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있었다. 이 지점은 사실의 편견을 넘어서서 진실의 가치를 추적하기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