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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국방/군사학 > 국방 일반
· ISBN : 9788997094547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4-07-18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Story 01 DMZ의 안과 밖
한강이 바로 휴전선
북한강의 최상류는 금강산
38선의 탄생과 고착화
휴전선, 군사분계선, DMZ, 그리고 민통선
GP, GOP, FEBA
Story 02 파주 / DMZ를 건너는 오솔길
행주산성에서 임진각까지
경의선 철도와 자유의 다리
도라산 일대와 제3땅굴
JSA와 판문점
대성동 마을
임진강의 꽃, 초평도
설마리 전투 이야기
Story 03 연천 / 상처 위에 새살이 돋는 땅
옛 영화 꿈꾸는 고랑포구
북한군 전차가 지나던 호로고루
신라의 마지막 임금 경순왕의 능
1·21 무장공비 침투로
승전OP에서 보는 북녘의 산하
사미천 목함지뢰 사건
제1땅굴의 발견
허목 묘역 가는 길
군남댐과 두루미의 비극
연천역 급수탑과 경원선
휴전선 800미터 앞에 설치된 태풍전망대
열쇠전망대의 황홀한 풍경
백마고지 이야기
Story 04 철원 / 철새의 낙원이 된 한반도의 중심 도시
철의 삼각지대
노동당사와 옛 철원 도심
옛 철원역과 월정리역
평화전망대와 태봉국 도성지
제2땅굴과 천왕봉OP
철원의 민통선 마을들
금강산 철교와 오성산
민들레 없는 민들레들판
러시아도 있고 미국도 있고
승리전망대와 저격능선
철책은 계단을 따라
Story 05 화천 / 구름에 옷깃이 젖는 산상도시
사방거리에서 칠성전망대까지
425고지에서 만난 병사들
백암산의 부식 추진 케이블카
양의대습지와 오작교
Story 06 양구 / 저절로 10년이 젊어지는 땅
소지섭길과 두타연 갤러리
양구의 최고 명소, 두타연
야생의 숲, 백석산
천지OP 가는 길
단장의 능선
대암산 용늪과 가칠봉
도솔산 고갯마루에 부는 바람
가칠봉의 걷히지 않는 안개
펀치볼
Story 07 인제 / 대한민국 예비역들의 제2의 고향
서화리, 금강산 가는 지름길
전방 사단의 수색대 용사들
사천리 4천계단 이야기
통문을 넘어 DMZ 안으로
DMZ에 뜨는 별
향로봉 가는 길
Story 08 고성 / 해 뜨는 동해안의 최북단 마을
고성 제1경 건봉사
고진동 계곡
천국의 계단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DMZ 작전 전문가
최북단 마을 명파리
전망대와 작은 독수리 계곡
강원도 DMZ박물관
해 뜨는 동해에서
에필로그
책속에서
휴전선 최서단 파주의 초소에서 시작된 우리의 휴전선 기행은 마침내 최동단 고성의 마지막 해안 초소에 이르렀다. 155마일, 248킬로미터에 이르는 휴전선과 DMZ, 남방한계선 철책도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끝난다. 계절을 바꾸고 해를 바꾸어가며 거듭거듭 찾았던 DMZ 일원은 이제 우리 일행에게는 더 이상 변방의 낯선 도시나 시골이 아니었다. 길이 익숙해지고 산천은 편안해졌다. 전방에 자리 잡은 여행 장병들의 숙소인 무슨무슨 회관들의 작은 방과 낡은 침대, 녹슨 철책과 24시간 이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은 더 이상 신기할 게 없는 일상처럼 여겨진다. PX가 따로 없는 최전방의 외딴 소초 앞마당에서, 1주일에 한 번 오는 황금마차에서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사서 병사들과 나누어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시 군에 입대하여 훈련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험난한 계단들도 오르내렸다. 이 흥미롭고 고된 여행을 통해 우리는 무얼 본 것일까? 민간인들이 밟아보기는커녕 구경조차 어려운 최전방의 철책들을 돌며 우리가 찾아낸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DMZ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군데군데 설치된 최전방 전망대에서 전방이 아니고는 볼 수 없는 거대한 숲과 너른 풀밭, 오염되지 않은 물길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웅덩이들을 보았다.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요, 보지 않으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풍경이다. 숨 막히는 정적과 고요 속에 납작 엎드린 대초원, 까마귀가 날고 고라니와 멧돼지들이 뛰노는 산비탈, 형형색색의 단풍과 맑은 물줄기가 어우러진 고산준령이 거기 있다. 남방한계선 철책 바깥에서 사람들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동안, 철책 안의 DMZ 안에서는 대자연이 또 하나의 기적을 이루어놓았다. (…)
“전방 사단에 배치된 걸 알고 착잡했습니다. 신병 교육을 마치고 부대로 오는데 너무 시골인 데다가 민가가 아예 보이지 않아 두려웠습니다. GOP 연대에 배치되었을 때는 엄마 얼굴이 그렇게 보고 싶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배속이 되자 하루라도 빨리 GOP 근무를 시작해서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제가 밀려 있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올라오고 나니 괜히 미리부터 걱정을 너무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엔 고생도 좀 했지만 금방 익숙해졌습니다. 이제는 겨울도 그다지 두렵지 않습니다.”
늦가을의 최전방 산악지대 철책을 지키는 한 병사는 그렇게 말했다. 젊다는 건 그런 것이다. 어렵고 힘든 일일지라도 필요하다면 몸을 던져 해내는 사람이 젊은이다.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먼저 나서서 해내는 사람이 젊은이다. 눈치 보고 뒷걸음질 치고 회피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GOP를 지키는 장병들의 하루하루 일과는 민통선 바깥에서 온 예비역에게는 보기에도 안쓰럽고 눈물겹다. 모자라는 수면시간과 낮과 밤이 수시로 바뀌는 불규칙한 생활, 토요일과 일요일과 휴일이 전혀 없는 똑같은 일상, 비바람과 눈보라를 적이 아니라 친구로 삼아야 하는 올빼미의 삶이 이들의 일과다. 너무 추워서 발가락을 잘라내고 싶었다는 병사도 만났고, 누구든 하루에도 몇 번씩 수천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무릎의 인대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예비역도 만났다. 젊음이 아니고는 감당할 수 없는 이런 생활을 오늘도 묵묵히 이겨내고 있는 GOP 부대의 장병들이야말로 이번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