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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7150298
· 쪽수 : 254쪽
· 출판일 : 2013-11-15
책 소개
목차
제1부 아버지의 왼손
봉숭아 꽃물 | 동생과 나 | 아버지의 왼손 | 패밀리주스 병
수박 유감 | 남산 이발관 | 지금 언니는 공부 중 | 엄마의 금비녀
제2부 현관 앞에서
거리 두기 | 화분 | 현관 앞에서 | 밑불 | 관여觀如의 등
형주의 정원 | 유쾌한 빵집 | 느림의 미학
제3부 우리는 모두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흘러가고 있다 | 바람처럼 사라진 그녀 | 뚱딴지 꽃핀 날
이제 그날은 없다 | 없는 게 낫다 | 나만의 명품 | 일단 줘봐유 | 감자가 탔다
제4부 그대에게 바친다
꽃을 자르다 | 아침 손님 | 행복한 사람들 | 잘한 일일까 | 오해
오늘은 커피 대신 민들레차를 마셔야겠다 | 그대에게 바친다 | 찔레꽃 필 무렵
제5부 첫날
아버지와 두꺼비 | 크레파스가 있는 풍경 | 첫날 | 종주 | 한 번 보자
빨래를 삶으며 | 엄마의 장바구니와 나 | 한천희 뎐傳
제6부 마흔일곱에 꿈꾸는 이층집
들꽃 한 다발 | 잃어버린 생일 | 첫눈 | 주인 잃은 흔들의자 | 한 거리, 진 거리
행복한 유전 | 류순덕 여사의 휴대전화 | 마흔일곱에 꿈꾸는 이층집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버지는 막걸리 주전자를 받아들고 툇마루에 걸터앉는다. 마치 무슨 예식을 치르기라도 할 듯 엄숙하고 진지하다. 나는 재게 부엌으로 가 쟁반에 놋대접과 열무김치를 내 온다. 콸콸콸 소리와 함께 막걸리는 금세 한 대접 채워지고 아버지는 눈을 지그시 감은 후 숨을 가다듬고 단번에 들이킨다. 손등으로 입을 쓱 닦고는 열무김치를 집어 잡수신다. 빨간 김칫국물이 모시적삼에 한 방울 떨어진다. 어적어적 김치 씹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나도 덩달아 침을 꿀꺽 삼킨다. 아버지 콧등에 어느새 빠알간 봉숭아꽃이 피어난다.
제1부, 「봉숭아 꽃물」 중 발췌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기분이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목소리 톤을 어느 정도 높이고 얼마만큼 낮추는가에 따라 상대방의 기분이 달라진다는 것 또한 빵집 남자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 이참에 나도 연습을 해야겠다. 이왕이면 내 집이나 화원에 오는 손님을 유쾌한 말과 목소리로 맞아야겠다. 장삿속이 아닌, 어디까지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인사말을 하는 것이 크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다. 아주 작은 변화로도 가능할 터이니 한 번 시도해볼 만하다.
제2부, 「유쾌한 빵집」 중 발췌
대개 명품이라 하면 값이 비싼 유명상표를 떠올리게 된다. 내게도 그런 물건은 몇 가지 있다. 선물을 받은 것도 있고 어렵게 계획을 세워 장만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정성을 다해 손으로 만든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니 내게는 최고의 명품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그깟 천 조각으로 만든 것을 가지고 호들갑떤다며 나무랄지도 모르지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것이기에 명품인 것이다. 나에게는 명품 항아리도 있고, 명품 돌멩이도 있으며, 명품 밥상도 있다. 값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세속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나에게 건네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억만금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인 것이다.
제3부, 「나만의 명품」 중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