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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의 세계)

콜린 칼, 토마스 라이트 (지은이), 이기동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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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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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애프터쇼크 (팬데믹 이후의 세계)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각국정치사정/정치사 > 미국
· ISBN : 9788997201648
· 쪽수 : 672쪽
· 출판일 : 2022-06-25

책 소개

코로나19는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어 있던 낡은 국제질서의 여러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이 충격이 인류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목차

시작하는 글
-팬데믹, 낡은 국제질서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다

제1부 과거의 팬데믹과 무너진 국제협력 체제
제1장 1차세계대전 종전과 스페인 독감
제2장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다
제3장 재앙을 잉태하다

제2부 글로벌 위기와 국가별 대응
제4장 비밀주의와 거짓말
제5장 기회를 놓치다
제6장 국가별 성공과 실패를 가른 요인들

제3부 무너진 세계질서
제7장 대봉쇄
제8장 취약한 국가, 위기에 처한 사람들
제9장 제9장 분쟁과 팬데믹
제10장 선동과 민주주의
제11장 코로나 독재가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다

제4부 코로나 이후의 세계
제12장 변이 바이러스와 백신
제13장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

참고노트

저자소개

토마스 라이트 (지은이)    정보 더보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2017년부터 이 연구소의 미국유럽센터장을 맡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과 강대국의 경쟁, 유럽연합, 브렉시트 분야의 연구 전문가이다. 종합 시사월간지 어틀랜틱(The Atlantic)의 고정 기고자이고 로이국제정책연구소(Lowy Institute for International Policy) 비상임연구원으로 활동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분석 전문가로 유명하며 저서로 <전쟁을 제외한 모든 수단>(All Measures Short of War)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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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칼 (지은이)    정보 더보기
현직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21년 4월 임명됐다. 국방장관에게 미국의 국방정책과 관련한 정책자문을 하고 국방부 안에서 국가안보정책을 입안하고 조율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의 우방과 동맹국을 상대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국방 분야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조정한다. 2013년~2017년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2009년~2013년 국방부 중동담당 차관보를 지냈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국제안보협력센터 공동소장, 정치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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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옮긴이)    정보 더보기
서울신문에서 초대 모스크바특파원과 국제부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소련연방 해체를 비롯한 동유럽 변혁의 과정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경북고, 경북대 철학과, 서울대대학원을 졸업하고, 관훈클럽 정신영기금 지원으로 미시간대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애프터쇼크』『바이러스를 이기는 새로운 습관』 『나스 데일리의 1분 세계여행』『김정은 평전-마지막 계승자』『AI의 미래-생각하는 기계』『현대자동차 푸상무 이야기』 『뉴차르』『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인터뷰의 여왕 바버라 월터스 회고록-내 인생의 오디션』『미하일 고르바초프 최후의 자서전-선택』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저서로 『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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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시작하는 글
- 팬데믹, 낡은 국제질서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다

도널드 트럼프는 타고난 일방주의자였다. 그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정강정책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다. 미국 우선주의로 70년 이어온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부정하고 동맹과 조약, 무역협정을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부와 국력을 훔치려고 맺는 속임수로 간주했다.
하지만 그의 핵심 참모들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게임 체인저가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아챘다. 참모들은 유럽 국가들보다 먼저 이런 점을 간파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직을 뒤흔들지도 모를 국가안보적인 위해 요소로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까지는 이후 몇 주가 더 걸렸다. 너무도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난 2020년 1월 31일 마침내 트럼프의 국가안보팀과 보건팀은 그를 설득해 중국으로부터의 입국금지조치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중대한 조치였지만 미흡했다. 예외로 미국 시민을 비롯해 중국에 체류하던 수만 명의 입국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감염 여부 검사와 접촉자 추적 등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했지만 당시 그런 조치는 전혀 취해지지 않았고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 영토에 상륙하고 말았다.
이튿날 로버트 오브라이언(Robert O’Brie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다른 나라들에게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해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두 신속하게 대응해야 억제할 수 있는데 그때 이미 때가 늦은 건 아니었을까? 호주가 중국으로부터의 여행금지조치를 취하고 일본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유럽 국가들은 개별적으로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유럽연합(EU) 전체가 통일된 대응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많은 유럽 국가들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통일된 대응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이탈리아에 상륙하자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유럽 각국 안보보좌관들에게 솅겐(Schengen) 역내에 여행금지조치를 내려 줄 것을 요청했다. 솅겐조약 26개 회원국들은 역내에서 비자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도 여행금지조치를 취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브라이언 보좌관과 매튜 포틴저(Matthew Pottinger)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팬데믹에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대통령을 설득했지만 트럼프는 “왜 유럽 국가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는가?”라고 화만 냈다. 여러 나라 관리들이 그때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다. 전대미문의 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동맹국들이 공동대응할 기회가 안개처럼 증발해 버린 것이다.
트럼프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해 첫 보고를 받는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이를 축소하려고 했다. 중국과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한 직후였고, 11월에 재선을 위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협상 주역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과시할 의욕에 차 있었다. 그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를 전쟁광이라고 불렀지만 그는 외국 지도자들과 여러 건의 협상을 타결 짓고 싶어 했다. 거칠게 상대를 밀어붙이면서도 협상을 성사시키는 유능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2017년 트럼프는 핵전쟁 직전까지 북한을 밀어붙이는 듯이 보였다. 그러다가 막바지에 극적인 돌파구를 만들어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과 2018년, 2019년 세 차례 회담을 가졌다. 모두 TV에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했지만 트럼프가 원한 건 오직 쇼뿐이었다. 2020년 초 미국경제는 호황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기조에 영향을 줄 어떤 행동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여행금지조치로도 충분하고 나머지는 모두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그와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말한 내용이 그랬다. 하지만 팬데믹과 경제 상황 모두 훨씬 더 악화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3월 초 시장이 급전직하로 추락했다. ‘코로나19’로 불리기 시작한 감염병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수백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해서 3월 11일 트럼프는 마지못해 3주간의 경제 셧다운에 동의했다. 그 자체로도 미흡한 조치였을 수 있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과 포틴저 부보좌관을 비롯해 미국 행정부의 보건 담당 보좌관들은 사안의 중대성을 대통령에게 납득시키려고 한 달 넘게 매달렸다. 하지만 댐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고 국가적인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트럼프는 갑자기 중국으로 화살을 돌렸다.(시진핑 주석과는 개인적인 친밀감을 유지했지만 중국은 트럼프가 제일 좋아하는 비난 대상이었다.) 그는 참모들에게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이 자들이 우리를 욕보이고(fucked us), 개인적으로 나를 욕보였다(fucked me).” 그는 팬데믹을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미군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우한에 가져왔을 수 있다는 루머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3월 26일 트럼프는 시진핑과 다시 통화하면서 코로나19의 유래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이후 트럼프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은 다시 통화하지 않았다.
3월 말이 되자 전 세계 선진 민주국가들이 모두 록다운에 들어가 2차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최종 사망자가 얼마나 될지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어림잡아 나오는 추산은 엄청났다.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미국 내에서 17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독일 관리들은 자국민 5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팬데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모두 하고 있었고 몇몇 나라들은 그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다 실제로 팬데믹이 닥치자 많은 지도자들이 정신없이 허둥댔다. 팬데믹 확산을 막겠다고 많은 나라들이 셧다운에 들어갔고 그로 인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recession)가 촉발되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1930년대 경제 대공황과 맞먹을 만한 상황이었고 어느 의미에서는 대공황을 능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시적으로는 실제로 그런 것처럼 보였다. 나라마다 자국민들이 심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다가올 사태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걱정했다.
국제협력은 사실상 정지 상태였다. 중국의 비협조와 중국에 지나치게 저자세인 세계보건기구(WHO)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팬데믹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관된 방역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나라마다 경쟁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독일은 국경을 봉쇄해 해외에 체류하는 자국민 수천 명의 입국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됐다. 프랑스는 리옹에 있는 스웨덴인 소유의 배송창고에 보관돼 있는 방역 마스크 600만 장을 압수했다. 마스크가 다른 유럽국으로 반출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였다. 이탈리아 지도자들은 코로나 위기가 유럽연합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전 세계 마스크 공급업자들을 설득해 다른 나라로 가기로 되어 있던 물량까지 행선지를 미국으로 돌리도록 해 큰손임을 과시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태평양상에 떠 있는 수천 명에 달하는 크루즈선 집단 감염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았다.
미국은 3월 중순까지 팬데믹 위기로 온 나라가 뒤숭숭했다. 트럼프는 어느 순간 자신의 재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다자회의를 무시하는 편이었지만 6월로 예정된 중대한 회의에 생각이 미쳤다. 미국은 주요 7개국(G7) 의장국으로서 선진 민주국가 정상들과의 정상회담을 주관하기고 되어 있었다. 팬데믹으로 모든 국제회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여름까지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물러가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와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절한 준비가 갖춰지면 회의에 참석하겠노라고 개별적으로 통보했다. 트럼프는 이렇게 트윗을 날렸다.

위대한 미국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나는 G7 정상회담을 예정된 날짜에 혹은 예정일 가까운 날에 장소를 워싱턴 DC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로 옮겨서 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다른 회원국들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정상화를 알리는 멋진 신호가 될 것이다.(1)

G7은 원래 1975년 2차 오일쇼크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의 4개국으로 시작했다. 이후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유럽연합(EU)이 참여하면서 G7으로 확대된 것이다. 러시아도 잠시 참여했으나 2014년 크림반도 강제합병으로 참석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부유한 선진 민주국가들의 모임으로서 G7 지도자들은 글로벌 위기와 국제질서의 장기적인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라는 문제가 이들의 발등에 떨어진 것이다.

각자도생의 길로

42세의 마크롱은 나폴레옹 이후 가장 젊은 프랑스 지도자가 되었다. 아주 영리하고 야심만만한 그는 자신을 21세기에 닥칠 여러 도전을 잘 이겨내도록 프랑스와 EU를 개혁할 적임자로 생각했다. 코로나19로 이제 이 야심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마크롱과 트럼프는 대단히 복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마크롱은 그에게 찬사를 보내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트럼프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다른 유럽 국가 지도자들과 차별화를 보인 것이다. 마크롱은 프랑스혁명기념일인 바스티유 데이(Bastille Day) 군사 퍼레이드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해 극진한 환대를 베풀었다. 깊은 인상을 받은 트럼프는 워싱턴 DC에서도 유사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마크롱은 자신이 트럼프에게 쏟은 정성만큼 대접을 받지 못했고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시들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G7 정상회담에서 의장으로 회의를 주관한 마크롱 대통령은 팬데믹 초기에 G7가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회의를 주도해 주기를 바랐지만 트럼프는 회의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건 크게 놀랄 일이 아니었지만 프랑스 관리들은 백악관이 자체적으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정말 아무 계획이 없었다. 위기가 심화되자 프랑스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G7 정상 간 원격 화상회담을 하자고 백악관에 제안했다. 백악관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회담 준비는 프랑스가 맡았다. 프랑스는 앞장서서 회담준비에 나섰고 화상회담은 3월 18일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3월 26일 오래 준비해 온 주요 7개국 외무장관 회담이 화상으로 개최되었는데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로 끝났다.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미국 국무장관이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로 부르자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측은 크게 놀랐다. ‘정말 미국은 바이러스 이름 때문에 G7을 좌초시키려고 하는가?’ 마크롱이 나서서 이런 문제는 정상들이 직접 만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G7 정상회담 개최에 찬성하며 직접 참석하겠다고 하자 마크롱은 고무되었다. 마크롱 역시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지도자들끼리 직접 만나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G7 대면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긴 금발과 격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연설, 포퓰리즘으로 영국의 트럼프로도 불렸다. 하지만 그를 트럼프와 연결하는 건 합당치 않았다. 존슨 총리는 평생을 정치인으로 살아 왔고 광범위한 독서광이고, 트럼프와 달리 기후변화 문제를 인식하고 이란과의 핵협상을 받아들이고 다자기구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지도자였다. 그러면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영국의 오랜 외교 전통에 입각해 트럼프의 지도력을 기꺼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었다. 존슨 총리의 입장에서 볼 때 따를 만한 지도력을 미국이 보여주지 않는 게 문제였다. 팬데믹에 대응할 전략적인 접근방법을 구상하는 데 미국은 철저히 비켜나 있었다. 그래도 존슨 총리는 G7 정상회담을 열자는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을 적극 지지했다. 회담이 열리면 선진 주요국들이 주도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G7 지도자들이 단체로 세계백신면역연합 개비(Gavi), 코백스(COVAX)와 직접 협상에 나서자고 주장했다. 개비는 게이츠재단의 자금지원을 받는 글로벌 민관 보건기구이고, 코백스는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해 설립된 국제백신협력프로그램이다. 존슨 총리는 또한 팬데믹과 글로벌 경제봉쇄로 큰 타격을 입은 개발도상국의 경제회복을 위한 지원에도 효과적으로 협력할 것을 적극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존슨 총리는 트럼프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혀 그럴 의사가 없었다. 공산당 통치 시절 동독에서 성장한 과학자인 메르켈은 실증적이고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이었다. 2005년 11월에 권좌에 오른 그녀는 2021년에 물러나기로 되어 있었다. 메르켈과 트럼프 두 사람은 한 번도 마음이 서로 맞은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함께 있으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2019년에 그녀는 트럼프의 실체를 제대로 알게 되었는데, 두 사람은 정책적인 불화 때문만이 아니라 스타일 면에서도 서로 부딪쳤다. 과학, 겸손, 지성, 다자주의 등 그녀는 트럼프가 싫어하는 것을 모두 갖춘 인물이었다. 다시 말해 어떤 형태로든 트럼프와 만나기만 하면 그의 아주 형편없는 면이 그대로 눈에 띄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투우라면 메르켈은 그의 눈앞에서 흔들어대는 붉은 망토였다. 그는 메르켈과 대화만 하면 옆길로 샜다. 그녀는 그저 가만히 자리를 지켜주는 게 상책이었다. 메르켈은 두 사람이 함께 지도자로 있는 한 독일과 미국은 어떤 공통분모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에 메르켈은 자유롭게 처신했다. 2019년 5월 메르켈은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축하연설을 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함축적인 의미를 담았는데 다자주의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피력하면서 트럼프식 정치를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표현을 조심할 필요가 없었다. 트럼프는 이미 그녀를 싫어했고, 어차피 국제무대에서 남이 설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2)
메르켈은 G7 화상 정상회담에는 참석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6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 직접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해오자 가지 않겠다고 했다. 독일 정부관리들은 메르켈 총리의 참석 거부가 팬데믹과 관련된 여행금지조치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맞는 말이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를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했다. 4월에 그녀는 독감 백신을 맞았는데 접종한 의사가 그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외국 인사와의 면담도 대부분 거절했다. 따라서 미국 방문을 하지 않겠다는 게 그렇게 놀라운 결정은 아니었다. 당시 미국은 팬데믹의 글로벌 중심지처럼 되어 있었다. 하필이면 트럼프가 미국의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참석을 거부하고 나아가 회원국 탈퇴까지 감행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지 불과 몇 시간 뒤에 메르켈의 불참 발표가 나왔다.
메르켈이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한 마디로 트럼프와 같은 회의장에 앉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단순히 시간낭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물과 기름 같은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자신이 참석하면 사태를 더 그르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녀는 또한 미국이 점차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트럼프에게 과시용 사진이나 찍을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지 않았다. 그걸 가지고 재선 홍보용으로 쓰고 냉전 중인 중국 때리기에 이용할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2020년 5월 28일 메르켈은 트럼프와 통화했다. 그녀는 G7 회담에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트럼프는 충격을 받았다. 메르켈이 끝까지 그렇게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트럼프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메르켈과 날선 공방을 주고받은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백악관 참모들도 메르켈 총리를 거세게 비난했다. 메르켈이 불참함으로써 미국의 G7 정상회담 개최 의미가 크게 퇴색되었다고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들을 일일이 직접 초청했다.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트럼프가 호의를 다해 초청했는데 메르켈이 모욕적으로 불참 결정을 했다고 백악관 측은 생각했다. 트럼프 보좌관들은 “일이 엿같이 꼬였다. 메르켈이 G7을 죽여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상들이 직접 만났더라면 무언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말로는 협력의 신봉자들처럼 떠드는 유럽인들이 일을 망쳐 버렸다고 생각했다.
트럼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정상회담을 대선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나는 G7이 이제 세계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대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회담을 미루기로 했다. G7은 시대에 대단히 뒤처진 모임이다.”(3) 그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갔다. 다음에는 호주, 인도, 한국, 더구나 논란의 소지가 많은 러시아까지 함께 초청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들이 참석할 준비가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는 이 러시아 독재자를 좋아했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그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고, 왜 러시아가 미국의 적이냐는 물음을 수시로 제기했다. 그리고 2018년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푸틴의 주장을 옹호했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러시아를 G7에 초청하려고 했다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비롯한 다른 지도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좌절된 바 있다. 트럼프는 메르켈로부터 무시당해 G7 정상회담이 연기되자 대체 논리를 개발하며 푸틴 초청 건을 다시 꺼낸 것이다.
프랑스 정부 인사들은 정상들이 직접 참석하는 G7 정상회담을 늘 환영하는 입장이었지만 트럼프의 회담 연기 결정에 그렇게 실망스러워하지 않았다. 프랑스 측은 회담이 열리더라도 그렇게 실효성 있는 회담이 될지에 대해 매우 유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이 취하는 입장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치고 세계경제를 살리는 데 크게 효과적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프랑스는 미국이 코로나19에 맞서 국제적인 대응태세를 갖추는 데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았다.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를 놓고 중국을 비난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의 이런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미국 행정부관리들은 팬데믹이 처음부터, 그리고 전적으로 중국의 문제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미국의 유일한 관심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단합된 노력을 이끌어내는 것뿐이었다. 프랑스는 트럼프가 G7 정상회담을 연기한 뒤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한 게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미국은 글로벌 공중보건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나 주문을 내놓지 않았고 경제회복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백신 개발을 위해 전 세계가 힘을 모으자는 계획도 없고, 세계 각국에서 고통 받는 수백만 명을 위해 인도적인 지원을 하자는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한마디로 리더십 부재 상태였다. 오직 침묵뿐이었다.
한편 영국은 러시아를 G7에 불러들이자는 트럼프의 생각에 몹시 기분이 언짢았다. 영국은 G7이 선진 민주국가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는데 크렘린은 2018년 3월 영국에 와 있던 러시아 반체제 인사를 화학물질인 신경작용제를 사용해 독살하려고 시도해 많은 이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렸다. 그리고 러시아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어떤 기여도 할 게 없는 나라인데 도대체 왜 G7에 초청하겠다는 말인가? 존슨 총리 팀은 이를 보며 ‘이제 포기하자!’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트럼프는 진지하지 않고 아무런 행동도 할 의사가 없으며 국제적인 대응을 주도할 의지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해서 영국 관리들은 트럼프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존슨 총리 주도로 영국은 미국의 도움 없이 국제백신협력프로그램 코백스(COVAX)에 협력하고, 세계백신면역연합인 개비(Gavi) 정상회담을 주관했다. 그리고 미국이 탈퇴한 WHO의 최대 공여국이 되었다.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완전히 등을 돌림에 따라 G7은 실질적인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드디어 냉혹한 현실이 눈앞에 닥쳤다. 2020년 들어 코로나19가 세계 구석구석을 모조리 휩쓸자 모든 나라가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팬데믹으로 바뀐 역사의 물줄기들

역사에는 특별히 두드러진 시기들이 있다. 1914년과 1939년에는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1918년과 1945년은 그 세계대전이 각각 끝난 해이다. 1929년과 2008년에는 세계금융위기가 일어나 수억 명의 생존이 위험에 처했고, 1989년과 2001년은 지구촌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른 지구촌 시대가 시작된 해이다. 하나는 희망으로 시작하고 다른 한쪽은 비극으로 시작했다. 2020년도 두드러진 시기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전 세계가 한 세기 전인 1918~20년의 독감 대유행 이후 최악의 팬데믹 공포에 휩싸였기 때문만이 아니다. 수천만 명이 감염되고 200만 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2020년 말 기준으로 글로벌 경제에 가한 충격은 22조 달러를 넘어섰다.(4) 팬데믹이 와도 좋을 시기라는 건 없겠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한 것은 격동의 10년을 거친 다음 국제협력이 거의 와해된 최악의 시기였다. 세계 지도자들이 서로 말도 잘 나누지 않을 정도로 지내고, 팬데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정상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해 주었다.
이 책에서 우리는 밀접하게 연결된 세계가 심각한 불평등, 포퓰리즘과 자국우선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강대국 간에 지정학적인 경쟁관계가 거세지는 가운데서 글로벌 감염 사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자국우선주의적인 경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긴요한 협력을 저해했고, 미중 경쟁이 거의 모든 분야를 압도해 국제적인 대응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는 정말 큰 파장을 몰고 온 전 지구적인 정치적 위기사태였다. 유럽연합(EU) 약화와 글로벌 경제 록다운,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이룬 빈곤 감소를 무위로 돌리고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를 훼손했다. 그리고 팬데믹 정치가 낡은 국제질서에 어떻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는지도 설명했다. 우리 모두가 집단적으로 경험한 일을 이해하고 앞으로 닥칠 일들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런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020년 이전 30년 동안 세계는 위기의 순간에 함께 협력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1991년 소련 연방 해체 이후를 대비할 때 그랬고 2003년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HIV/AIDS)이 사하라사막 이남을 휩쓸 때와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그리고 같은 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가 득세할 때도 미국의 주도로 세계가 협력해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경우 협력은 미흡하고 불완전했지만 그래도 변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런 협력관계는 여러 해에 걸쳐 서서히 닳아 없어지다 2020년에 들어와 완전히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국제관계는 시험에 처해졌다. 국제정치가 다른 나라들과 협력할 의지가 없고 그럴 능력도 없는 자국우선주의 정부들에 의해 좌우된다면 글로벌 위기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직전 미국은 미국 제일주의자인 트럼프가 이끌었다. 그는 국제정치를 제로섬 경쟁을 벌이는 상거래와 동일시했다. 미국이 자국 중심으로 빠져드는 사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국내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고, 바깥으로는 이웃 나라들을 겁박해 이 나라가 국제질서에서 책임 있는 이해 당사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산산이 부숴 놓았다. 한때 민주주의와 다자주의의 보루였던 브라질과 인도는 비자유주의(illiberal)로 돌아섰다. 영국은 유럽연합과 쓰디쓴 결별을 감행했다. 인류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서로 더 긴밀하게 연결되었지만 과도하게 글로벌화 된 세계는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불만으로 가득 차고, 신기술의 영향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까지 가담한 자발적인 공범자들에 힘입어 무분별한 가짜 정보와 음모론이 판치고 있었다.
코로나19는 이런 살벌한 지정학적인 배경 안에서 복잡하게 얽힌 국제적인 재앙을 다량으로 만들어냈다. 나라별로 전대미문의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독자적으로 대응했지만 대부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독일과 이스라엘은 초기에 효과적인 대응을 했지만 2차 대유행이 닥치자 어려움을 겪었다. 호주, 뉴질랜드, 한국, 대만 등 극소수의 나라들이 일관되게 효과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유럽 국가들이 피해 가지 못한 전면 록다운을 피할 수 있었다. 록다운을 피한 이 나라들은 철저한 감염경로 추적과 잠재적인 감염자 격리, 그리고 매우 엄격한 여행금지조치를 시행했다. 이 가운데는 지정학적인 이점 덕분에 바이러스를 수월하게 차단할 수 있었던 나라들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 나라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최근에 전염병이나 팬데믹에 잘못 대응한 경험이 있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었다는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현대에 들어 최악의 경기하강을 불러왔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대규모 금융위기가 일어날 직전 단계까지 갔으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적극적인 개입 덕분에 겨우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팬데믹은 많은 나라가 필수 의약품 공급을 비롯한 여러 물품의 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점을 드러내 보였다.
팬데믹은 또한 경제와 사회, 안전 문제를 공동 해결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뭉친 27개국 유럽연합(EU)의 기본 조직을 찢어놓았다. 국경이 봉쇄되고 의약품 공급을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모습은 공동 목표를 흔들어놓은 것은 물론이고 유럽연합의 존립 자체에 대한 의문까지 불러일으켰다. 몇 개월 뒤 EU는 제자리를 찾았지만 2020년 가을과 겨울에 다시 위기가 닥치면서 2차 팬데믹을 막는 데 실패하자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었다. 백신의 개발과 배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는 과제도 새로 생겨났다.
적어도 초기에는 중국과 일부 서방국가에서 록다운 모델이 효과가 있었다. 감염병의 확산속도를 늦추고 다른 방역조치들이 시행될 때까지 시간을 버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봉쇄조치는 개발도상국가들에게는 재앙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저중간 소득 국가들은 자택대기 명령과 영업장 폐쇄조치를 발동해서 버는 시간을 활용해 다른 방역조치를 준비할 입장이 못 된다. 이런 나라들은 또한 이미 한계상황에 내몰린 주민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해줄 자원이 없다. 그 결과 코로나19는 이미 취약한 사람과 국가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상당한 경제적 성공을 거둔 개도국들도 부채가 늘고 수천만 명이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기아선상으로 내몰림으로써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미 극심한 분쟁과 거주지 이동으로 주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동 등지의 취약한 나라들에서는 팬데믹이 한층 더 암울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비자유주의적인 지도자와 독재자들은 보건위기를 이용해 권력을 강화하고 선거부정을 저지르고, 시민의 자유를 더 억압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했다. 이들은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개발한 감시 앱을 비롯한 최첨단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아 이런 짓을 저질렀다. 많은 나라들에서 대유행을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의 심각성을 부인하며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의 제재를 풀려고 하는 포퓰리스트 지도자들 간의 충돌로 정치가 혼란을 겪었다. 코로나19에 대응해 너무 과도하게 대응하는 정부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정부에 반대해서, 그리고 그로 인해 야기되는 정치적 경제적인 파장에 불만을 품은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변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몰려나왔다.

미중 대결의 그림자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지정학적으로 오랜 기간 큰 파장을 가져올 글로벌 위기를 불러들였다. 2020년에 시작된 이 위기는 고통을 겪는 개인뿐만 아니라 빈국과 부국을 가리지 않고 많은 나라들에게 경제적으로, 그리고 국가보건 면에서 큰 타격을 가했다. 2020년에 일어난 이 위기의 한가운데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슈퍼파워의 대결이 자리하고 있다. 두 강대국은 서로 경쟁에 몰두하느라 자신들이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초기에 중국 당국의 대응이 늦었던 것은 이해해 줄만도 하다. 다른 많은 나라들도 코로나19가 국내외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위협을 가할지 깨닫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중국은 얼마나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명백하게 드러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국제사회와 협력하기를 거부했다. 그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짓이었다. 중국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이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래서 WHO는 코로나19 초기 사례들의 샘플 채취에 실패했다.(이 책을 쓰는 지금까지도 중국 당국은 이런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사와 언론인들을 철저히 탄압했다. 중국은 2002년~2003년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위기를 겪으면서 향후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개혁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사스를 계기로 시작된 이런 개혁조치는 의료당국 대신 시진핑 주석이 직접 위기관리 지휘봉을 잡으면서 대부분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시진핑 주석이 2012년 말 권좌에 오르고 이후 독재체제를 강화하면서 예고된 필연적인 결과였다. 중국은 경쟁국들에게 어쩔 수 없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외하고는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다.
국내적으로는 이런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초기에 중국의 소셜미디어에 사태를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당국을 빗대 ‘체르노빌 순간’이라는 자조와 조롱이 나돌기도 했지만, 이후 중국 당국은 2020년 내내 국내에서 효과적인 방역상태를 유지했다. 중국이 초기에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는 데 거둔 성공은 서방의 무능과 대비되었다. 중국 당국은 자신들의 체제가 우월함이 입증되었다고 선전했다. 팬데믹은 또한 중국이 미국보다 경제적으로 이득을 더 많이 본 지정학적인 사건이다. 2027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중국이 팬데믹이 몰고 온 경제적 파장을 더 효과적으로 극복한 덕분에 교차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5년 앞당겨지는 셈이다. 중국공산당으로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몇 십 년 만에 미국을 능가할 기회를 두 번째로 또 맞게 된 것이다.
중국은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하자 곧바로 해외 유화정책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서방을 상대로 대대적으로 가짜 정보를 퍼트렸다.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것이라고 주장했고, 미국에서 개발한 백신에 대해 음모론을 퍼트렸다. 그리고 팬데믹을 이용해 홍콩의 주권운동을 탄압하고,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주권이 이양된 1997년 이후 홍콩인들에게 고도의 자치와 자유를 보장하기로 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사실상 끝장내 버렸다. 중국은 소위 ‘전랑외교’(战狼外交,wolf warrior diplomacy)를 내세워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나라들을 겁주는 한편 유럽,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지에 팬데믹 지원을 제공해 중국의 지정학적인 이익을 증진시키기는 수법을 썼다. 하지만 이런 고압적인 외교는 오히려 반작용을 불러 많은 나라들이 다른 파트너를 찾아 나서도록 만들 것이다. 아쉽게도 트럼프 대통령시절 미국은 전통적으로 해오던 미국의 역할을 중시하지 않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중국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있던 트럼프 행정부관리들은 중국 정부가 내놓은 해명과 달리 우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대만을 제외하고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빠르게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 내내 미국은 팬데믹을 중국과의 경쟁구도라는 프리즘을 통해 대응했다. 팬데믹을 국제협력이 필요한 글로벌 보건 위기로 보지 않고 중국 정부가 세계에 가하는 위협을 상징하는 사건으로만 보았다. 최소한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끼리라도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그러다 보니 특히 유럽 선진 민주국가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회의적인 시각에 일부 동조하면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냉전이 격화하면서 불가피하게 보건위기가 부수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국제적인 분노를 집중시키는 노력을 하느라 팬데믹에 대응하고 팬데믹이 초래한 경제적인 파장과 인도주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모으도록 하는 당연한 임무를 소홀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관료들 중 일부는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적으로 기울이는 노력을 지원하고, WHO에 필요한 내부 개혁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WHO를 중국과 싸우는 데 이용할 정치적 논란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이러한 제로섬 경쟁은 G7과 유엔안보리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의 다자주의적인 노력까지 마비시켰다.
제네바에 있는 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사무총장은 두 강대국의 경쟁관계가 자신의 입지를 매우 곤란하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싸움에 빠져들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다. 그는 비공개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면서 공개적으로는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격려했다.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그렇게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했는데 그 때문에 미국과 충돌하게 되었다. 미국 행정부의 관리들은 중국이 팬데믹 와중에 진실을 은폐하고 국제사회와 필요한 협력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그가 인정해 주기를 바랐다. 이러한 입장 차이 때문에 그는 미국 정부와 충돌했다. 미국은 중국이 핵심 정보를 내놓도록 하려면 공개적인 압박을 가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러한 입장을 따르지 않았고 결국 미국은 7월에 WHO를 탈퇴하는 결정을 내렸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후 2021년 봄 바이러스 발원지를 규명하는 조사과정에서 중국 측의 투명성과 협력이 미흡하다고 비난해 이번에는 중국의 분노를 샀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 팬데믹 대응을 엉망으로 해 중국과의 ‘체제 경쟁’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35만 2,000명을 기록했다.(중국은 4,800명)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의 20퍼센트를 차지하는 놀라운 수치였다. 미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4퍼센트에 불과하다. 세계 최강대국이라고 자부하는 나라가 인구 대비 사망자 순으로 상위 14번째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5)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2월, 2018년과 같은 팬데믹에 대비해 중국에 대한 여행금지조치에 덧붙여 일련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몇몇 고위관리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당시 이들은 이탈리아와 같은 위험지역에 대해 추가적인 여행금지조치를 내리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진단과 의료 서비스 제공, 치료 지원을 포함해 본격적인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했다. 하지만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신중한 대처를 주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우세했다. 그렇게 해서 의료 전문가들의 주장은 옆으로 밀려나고 2월은 잃어버린 한 달이 되고 말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잘못한 데 대해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과 비난을 엉뚱한 데다 떠넘겼다. 필요한 정보와 지원을 해주지도 않으면서 주정부를 비롯한 지방정부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공중보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세계 최고의 가짜 정보 전파자라는 보고서들이 나왔다. 그는 약효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약을 선전하고 겁낼 것 없다고 말하며 팬데믹 사태의 심각성을 깎아내렸다. 마스크 착용과 다중모임 금지와 같은 기본 방역수칙도 지극히 정치 도구화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통해 초고속으로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적시에 조치를 취해서 경제 붕괴를 피한 공로는 인정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공은 팬데믹으로 초래된 다양한 재난을 관리하지 못한 광범위한 실책으로 빛을 잃고 말았다.
조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됨으로써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은 사실이다. 2021년 1월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국제기구 활동에 다시 복귀하고 국내외적으로 코로나19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2020년부터 누적된 여러 다양한 충격은 계속 위세를 떨치며 최소한 앞으로 10년은 세상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다. 팬데믹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종말을 고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그동안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아래서는 미국이 민주주의 동맹국들과 함께 국제기구와 팬데믹이나 기후변화 같은 국제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서는 게 당연했다. 강대국 간의 경쟁관계와는 무관하게 그렇게 작동했다. 이제부터 미국은 앞을 내다보며, 특히 중국과의 강대국 간 경쟁관계에 깊이 뿌리를 내린 채 글로벌 충격에 더 자주 휩싸이게 될 세계에 대비해야 한다. 경쟁 관계에 있는 강대국들과도 공동의 위협에 대비하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대처 과정에서 중국의 행동이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듯이 그러한 협력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다른 자유주의 국가들,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보다 밀접하게 협력해야 한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미래에 대비해야

공동저자인 콜린 칼(Colin Kahl)과 톰 라이트(Tom Wright)는 15년 넘게 우정을 나눈 친구 사이이다. 두 사람 모두 국제정치 연구자이지만 서로 다른 시각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콜린 칼은 개발도상국에서 인구문제와 환경문제가 내전과 민족분쟁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6) 미군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한 그는 1990년대 초반을 학자로서 정치 보좌관으로 정부관료로 일하며 이 문제 연구에 매달렸다. 오바마 행정부 때는 국방부에서 중동 문제 담당 고위관리로 일했고, 나중에는 백악관에서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다.
그는 이 책 집필을 시작하고 나서 다시 국방부로 복귀했다. 톰 라이트는 워싱턴 DC에 있는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에서 미국과 주요 강대국의 관계와 유럽정치를 연구해 왔다. 2017년에 저서 『전쟁을 제외한 모든 조치들』(All Measures Short of War)을 발간했다. 협력적인 국제질서에 대한 희망이 왜 강대국 간의 경쟁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는지에 대해 설파한 책이다.(7) 두 사람은 여러 차례 함께 일했다. 선거운동을 함께 한 적도 있고 싱크탱크와 연구소에서 함께 일했다.
진행 중인 거대한 변화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암중모색하고 미국이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8) 2020년 봄부터 시작된 이 논쟁에서 우리가 주목한 것은 거시전략과 국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전반적으로 예측하는 데는 관심을 많이 두는 반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가 실제로 취했거나 취하지 않은 행동을 분석하는 데는 신경을 크게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이 책을 쓰기로 한 이유는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증적으로 상세히 밝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계 전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팬데믹 정치와 그 충격파, 그리고 이 두 가지 모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실상을 밝혀내려고 했다. 그를 통해 보다 폭넓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효능이 뛰어난 백신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지금 이 순간까지 세계 전역의 많은 지역에서 계속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책에서 우리가 다룬 많은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생 동안 겪은 가장 심각한 이 국제적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겠다고 5년~10년을 더 기다릴 수는 없다. 어떤 문제는 지금 당장 그 실상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명이 이 위기가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 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집 앞의 슈퍼마켓은 언제쯤 정상적인 영업이 재개될지? 아이들은 언제 다시 학교에 가고 사무실에는 언제 다시 출근하게 될지? 연로하신 친척 어른들의 건강은 어떻게 지키고? 집세는 어떻게 낼 수 있을지? 어떤 백신을 언제 맞을지? 많은 이들은 본인이 직접 감염되거나 아는 이들이 감염되어서 팬데믹을 직접 경험했고, 가족이나 친구가 코로나19에 걸려 목숨을 잃은 사람도 수없이 많다.
2020년 내내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관련 뉴스와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관해서 주로 다루었다. 트럼프의 언행과 코로나19 모두 전 세계적으로 의미를 갖는 사안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의 정책을 논의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하는 사고의 국제적인 의미에 많은 관심을 집중했다. 언론은 트럼프의 기이한 언행을 집중 보도했지만 우리는 그런 일에 일일이 분노하기보다는 그것이 갖는 국제적인 의미에 더 비중을 두었다. 우리는 또한 전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가 팬데믹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식과 그에 따른 결과들을 분석했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팬데믹 현장에서 어떤 대응체제를 보여주었는지, 그리고 다자기구들이 국경을 넘어 전파되는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다루었다. 이런 이야기 대부분은 사람들의 관심권 안에 들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여러 해에 걸쳐 세계에 영향을 미칠 코로나19의 충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다.
이 책은 네 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역사상 있었던 대규모 팬데믹을 다시 살펴보고 팬데믹이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을 되짚어본다. 역사에서 간과되어 온 사실이지만 1918~1920년 ‘스페인 독감’으로 불린 팬데믹이 1차세계대전 종전과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구축하려고 했던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 사이 벌어진 극심한 불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어두운 역사를 다시 살펴보는 것은 지금의 위기상황과 너무도 닮아 있고 지금의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주는 경고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19 발생 전야 세계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상세히 살펴본다. 한 세기에 한 번 올 정도로 심각한 이번 팬데믹은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의 팬데믹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우리는 생각한다. 팬데믹이 닥치기 전 이미 세계가 뿔뿔이 흩어져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제2부는 팬데믹 초기 국가별 대응 상황을 살펴본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상황과 중국이 이를 이겨내기 위해 애쓰던 초기 단계부터 세계무대에서 위세를 과시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는 과정을 분석한다. 그리고 유럽, 동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이 감염병을 이겨내기 위해 기울인 대응 노력을 평가한다.
제3부는 팬데믹으로 촉발된 위기가 고조되어 가는 과정을 심층 분석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전례 없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분석한다. 개발도상국과 분쟁지역이 겪는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을 분석하고,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점점 더 거세지는 지정학적 경쟁과 흔들리는 국제협력 구도 속에서 이런 충격파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는지를 살펴본다.
제4부는 2차 대유행에 대한 글로벌 대응상황을 분석한다. 백신이 궁극적으로 팬데믹을 종식시켜 줄 것이라는 희망이 커지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감염 사례가 증가하는 현상이 시기적으로 중첩되었다. 2020년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소개하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미국의 외교정책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코로나 위기와 국제협력 붕괴라는 두 가지 사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과 겹쳐서 일어났다. 하지만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물러났다고 옛 질서가 곧바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자국우선주의와 지정학적 경쟁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의 대응을 좌우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은 매우 제한돼 있다. 이제는 주요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광범위하게 서로 일치한다고 생각할 수 없고, 공동의 문제가 생겼을 때 이들 주요국들이 당연히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아가 팬데믹 충격의 여파는 앞으로도 여러 해 동안 핵심 국가와 지역들의 세력을 약화시킬 것이고, 그로 인해 세계는 단합이 아니라 분열을 향해 더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상처 나고 찢긴 옛 질서는 이제 끝났다. 지금의 위기가 적나라하게 발가벗겨 놓은 무거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팬데믹을 비롯한 여러 공동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다시 세계무대와 국제기구에 복귀해야 한다. 하지만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는 없다. WHO처럼 중요한 기구들의 개혁을 수행할 때도 투명성과 책임감, 국제협력을 이행하기로 약속한 나라들이 중국 같은 나라의 저항에 부딪쳤을 때 자기들이 가진 자원과 영향력을 동원해서 자발적으로 앞으로 나아가 주어야 한다. 자유사회가 자신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지켜서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미래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함께 힘을 합쳐 싸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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