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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8096854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4-08-14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경칩 무렵 / 다람쥐 육아법 / 친정 오라비처럼 / 빈 들판 / 콩쿨대회 / 물방앗간 / 저울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날은, 갔네 / 원조론 / 지처명(知妻命)하다 / 속, 편안합니다 / 밥 한번 먹자는 말 / 엽서 / 나이테 / 몸붓 / 과민성대장 증후군 / 지리산 사과 / 덜미 / 이정표를 놓치다 / 발자국 / 새 / 신발 없는 세상 / 속도를 쫓다 / 2인 2각 / 동네아저씨 / 코 꿰이다 / 오늘도 걷는다마는 / 스민다는 것 /
제2부
봄밤 / 골목의 힘 / 등을 읽다 / 소문난 가정식 백반 / 친절한 금자씨 / 삼례 오일장 / 소리꾼 / 뽕브라 / 뻐꾸기시계 / 폭설 / 보자기 / 사랑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 바람벽에 걸린 헌옷처럼 / 넌출 / 염장 / 고양이 / 문 / 섬 / 스위치백 / 태양초 말리기 / 패션의 완성 / 진짜 사나이 / 상강(霜降) / 입춘 / 민들레 / 오목눈이 / 까치집 / 행복수선 / 참깨
해설 등을 읽힌 사내의 초상
강연호(시인, 원광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서]
앞산 능선이, 느긋하다
솔바람과 이름 모를 산새 소리나 품고 있을 듯한
모악산 둥근 잔등이
실은 턱턱 숨이 차는 비탈임을 안다
두어 걸음 물러서서 바라다보면
세상도 저 풍경처럼 느긋할 것이다 정녕
세월도 둥실둥실 업히기 좋은
만만한 사람의 등짝 같을 것이다
등을 말아 웅크리는 것들은, 바퀴처럼
자신을 끌고 간다 밀고 간다
바퀴는,
둥글게 웅크리는 그 힘으로 스스로 끌고 또 밀고 가는 것
무덤이 둥글다 아버지 앞에 엎드려
모난 세상을 고해바치는 내 등도, 그럴 것이다
스스로 방패다 위로다
[시집 속의 시]
1
지렁이 반 마리가 기어간다
허옇게 말라가는 콘크리트 바닥에
질질 살 흘리며 간다
촉촉한 저편 풀숲으로 건너는 길은
오직 이 길뿐이라고
토막 난 몸뚱이로 쓴다
제 몸의 진물을 찍어
평생 한 一자 한 자밖에 못 긋는 몸부림
한나절 땡볕에 간단히 지워지고야 말
한 획
2
고무타이어를 신었다
중앙시장 골목 어귀,
참빗 좀약 사세요 구두 깔창도 있어요
삐뚤빼뚤 삐뚤빼뚤
좌판 위 고무줄을 늘여 쓴다
바싹 마른입에 거품을 무는 듯
붓끝에 진땀을 찍는 듯
사내가 제 몸을 쥐어짠다
한 줄 더 써내려
몽당연필 같은 몸 필사적으로 끼적댄다
한 자 한 자 몸뚱이가 쓴 바닥을 지우며
기억뿐인 다리가 따라간다
―「몸붓」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