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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8096878
· 쪽수 : 234쪽
· 출판일 : 2014-08-18
책 소개
목차
젊은시인들 10집을 펴내며 - 5
젊은시인들의 신작시
김혜영 / 결혼이라는 계약을 생각하는 저녁 외 1편 - 12
정이랑 / 거울 속의 방 외 1편 - 18
안효희 / 기면 외 1편 - 21
장인수 / 발작, 창밖으로는 벚꽃 외 1편 - 26
박일만 / 초음파검사 외 1편 - 32
이정모 / 조용한 작업 외 1편 - 36
배옥주 / 즐거운 골목 외 1편 - 41
이일림 / 퍼즐 명사수 외 1편 - 45
해 설 차이들의 별자리, 사건들의 가치 / 김남영 - 50
한보경 / 바나나는 노랗다 외 1편 - 74
이창하 / 노천카페에서 외 1편 - 80
정훈교 / 그믐 외 1편 - 86
박종인 / 가장 편안한 기억 외 1편 - 90
한해미 /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외 1편 - 93
송미선 / 두 번 접다 외 1편 - 97
유승영 / 수상한 데이터 외 1편 - 101
정연탁 /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2번 외 1편 - 106
해 설 심리적 분리와 근원성 호출의 현상학 / 정진경 - 112
이달의 시인 시선
이재무 / 좋겠다, 마량에 가면 - 130
서지월 / 에밀레, 에밀레 - 131
나희덕 / 뿌리로부터 -132
신현락 / 물방울관음 ―水月觀音圖, 慧虛작, 고려시대, 비단에 채색, 142.0×61.5cm - 134
임동윤 / 감자를 캐며 2 - 136
이성희 / 쳇바퀴 소리 - 138
김종태 / 그늘의 복화술 - 139
김은령 / 만월 ―父, 忌日- 140
송 진 / 봄아, 괜찮아 - 141
박영민 / 기차는 지우개를 들고 간다 - 142
동인이 뽑은 젊은 시인
이은림 / 태양 중독자 - 146
반연희 / 우기(雨期) 1987로부터 - 147
정영효 / 티베트 티베트 - 148
염민기 / 12월, 거미 - 150
이진욱 / 면역력 - 152
주목하는 시인들
박상봉 / 내 어디 살고 있는지 - 154
조 은 / 고통의 돌기 - 155
김유석 / 동사서독(東邪西毒) - 156
김혜연 / 안민고개 - 157
김정수 / 고사용 돼지머리 - 158
권현형 / 포옹의 방식 - 160
박서영 / 흑백사랑 - 162
이경호 / 말뚝 유전 - 163
최치언 / 콜라 - 164
장무령 / 시간의 에피소드 4 : 종(終) - 166
임희구 / 소주 한 병이 공짜 - 169
강영은 / 앵무歌, 눈물의 이면 - 170
변홍철 / 장마 ―다시, 그 방을 생각하며 - 173
조인호 / 뉴 키즈 온 더 블록 - 174
김윤선 / 초록화성 브로콜리 공화국 - 178
박이정 / 살구 - 180
정용화 / 봄의 완성 - 182
최은묵 / 벽지―가정법원, 여자의 진술 - 183
서정임 / 봄날의 에버랜드 - 184
한경용 / 시간의 무게 - 186
손 미 / 양파 - 188
서경원 / 포세이돈의 식탁 - 190
김재근 / 월광탱고 ―죽은 자 가운데 사흘 만에 일어날 수도 - 192
조혜경 / 검은 스웨터를 뜨는 시간 - 194
유현서 / 소금쟁이가 사는 방식 - 196
최해돈 / 바퀴의 묵언 - 198
안은주 / 물의 각 - 200
문성록 / 無名- 202
이철경 / 꿈속의 방 - 204
최호빈 / 투석기(投石紀)의 성 - 206
젊은시인들 추천시
황인찬 / 물산 - 210
정진영 / 어느 가방의 죽음 - 213
기 혁 / 파주(坡州) - 215
이성희 / 씨앗 - 219
신현락 / 물방울관음 ―水月觀音圖, 慧虛작, 고려시대, 비단에 채색, 142.0×61.5cm - 221
나희덕 /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224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서]
푸른 잎사귀를
뜨거운 물에 끓이면
거미줄처럼 미세한 잎맥이 드러나듯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뜨거워지면
그곳에 달의 기억이 찍히고
달의 앙상한 뼈가 드러난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건
자기 안의 무언가를 채우기 위함인데
쉽게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슬픈 현실
공기를 마시듯 시로 숨 쉬고 싶다
젊은시인들 탄생 10주년
미래를 꿈꾸는 간절함이
여기, 동거하고 있다
가시방석에 앉은 꽃은 불안했다
스물에 만난 시어머니는 시끄러운 호랑이
보름달 떠오르면
검은 자동차 운전석에 앉은
남편이라는 남자가 낯설었다
가족들의 대화가
무거운 돌처럼 가라앉았다
프라이팬에 두른 콩기름이 뜨거워지고
계란 옷 입은 명태살이 익어가는 추석 전날
쪼그려 앉은 두 발이 저렸다
늙은 혓바닥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시는 고양이
꾸부정한 무릎 관절이 아파도
까만 콩을 까는 시어머니
베트남에서 온 택배
사춘기 소녀의 젖가슴 같은 향수가 배달되었다
뭉클하게 익어가는 신부도 늙어가고
머나먼 룽쑤엔 고향집
마당에 심은 무화과 가지가 축 늘어졌다
―김혜영, 「응우엔 티 짱」 전문
장미 한 송이 입에 넣는다 입가에 붉은 강이 흐른다 한 줄기 강물을 비튼다 튀어나오는 은어 등줄기에서 쏟아지는 하얀빛, 허벅지를 쿡쿡 찌른다 어떠한 응답도 보낼 수 없는 시린 눈빛 등나무 의자를 흔든다 요람에서부터 공처럼 몸을 말았던 수많은 의자가 흔들린다
자명종시계가 혼자 울린다 태엽에 감긴 인형처럼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시계바늘을 따라 가는 긴 침묵에도 숨소리가 들린다 열꽃이 핀다 벽에 걸린 액자가 떨어지고 유리가 깨어진다 두 개의 달이 어둠을 지킨다
며칠째 식도에 걸려 있는 울음, 며칠째 빨랫줄에 걸린 외투가 펄럭인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뻐꾸기는 시간을 헤치고 나와 제 이름을 부른다 나는 석간을 펼친다 석유 냄새를 풍기며 푸드득 새가 날아간다 맨발로 건너야 할 너무 먼 숲으로……
―안효희, 「기면」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