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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붉다

사랑, 붉다

문청 (지은이)
힐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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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붉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사랑, 붉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8630218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3-07-17

책 소개

문청의 로맨스 소설. 은수를 처음 본 도현은 그녀를 데리고 결혼식장을 빠져나간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같은 사랑에 은수는 혼란스러워한다. 결국, 사랑했던 이들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그를 거부하던 그녀는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목차

prologue - 5p
01. 마른 마음에 비 내리다 - 22p
02. 사랑, 그 기묘한 시작 - 50p
03. 거부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 79p
04. 너에게 나를 묶어 - 115p
05. 씁쓰름한 갈등 - 144p
06. 아픈 예감 - 174p
07. 너만 보고, 너만 부르고, 너만을 원해 - 200p
08. 사랑을 위해 - 230p
09. 오로지 한 사람만을 - 259p
10. 뒤돌아 보다 - 286p
11. 사랑을 말하기 전에 - 311p
12. 사랑, 붉다 - 337p
Epilogue - 371p

저자소개

문청 (지은이)    정보 더보기
산꼭대기 작은 집에서 아들 같은 남편과 150퍼센트 주관적인 감정이지만 내게는 과분하게 멋진 두 아이와 말썽꾸러기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음. 늘 좋은 이야기꾼이 되길 바라는 소망을 심으며. http://blog.naver.com/jhjb76 http://cafe.naver.com/lovemelovesweet [출간작] 사랑, 붉다 사랑, 푸르다 사랑, 빛나다 사랑, 태우다 엄마 그리고 딸 다시 너를 달래강 아직, 끝나지 않은 밤 [출간 예정작] 항아리에 빠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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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다 잤어?”
보이지 않지만 도현의 목소리에 미소가 묻혀 있는 것이 느껴졌다.
“언제나 일어날까 기다린 지 한참 됐어.”
도현이 이미 자신이 깬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되자 은수는 더는 도망갈 수도 없었다. 은수가 작은 목소리를 낸다.
“내가 얼마나 잤어요?”
대답보다 먼저 도현의 입술이 은수의 목덜미에 잠시 닿았다 떨어진다. 따스한 입맞춤이었다.
“두 시간 정도.”
은수의 입이 놀라 벌어졌다.
“그럼 두 시간이나 기다렸어요?”
은수는 이렇게 저를 안고 도현이 두 시간을 있었다고 생각하니 도현의 팔이 무사한 건지부터 떠올려졌다.
“아니, 나도 한 시간쯤 잤어. 널 씻겨주고 싶었는데, 네가 너무 곤하게 자서. 또 잠시도 떨어지기 싫어서 그냥 깰 때까지 기다렸지. 같이 씻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해서.”
같이 씻는다는 표현이 너무 남사스럽게 들려 괜스레 은수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래서 은수의 등이 더 옹송그려진다. 은수를 감은 도현의 팔이 그런 은수를 더욱 꼭 그러쥔다.
저도 모르게 차오른 벅찬 감정에 도현이 잠시 말을 쉬며 지긋이 은수의 벗은 어깨에 입을 맞췄다. 아주 천천히 은수의 작은 어깨에 입맞춤을 내려놓는 도현의 숨이 가늘게 떨렸다. 그리고 도현의 벅찬 감정이 그렇게 은수에게도 흘러들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널 걱정해. 처음인 네가 고통스러웠을까 걱정하고. 혹시 부담스러웠을까 걱정한다. 불안해할까 걱정하고 혹여라도 상실감을 느끼진 않을는지 걱정해. 그래. 나는 지금 널 걱정해. 태어나 처음으로 내 안에 들어온 여자가 걱정스럽고 조심스럽고 눈치가 보여서. 이런 나마저도 두렵고 신기해.”

진중함으로 가득한 도현의 말투엔 따스함이 들어있었다. 틀림없이 이 남자는 자신이 처음인 것을 알고 은수를 얕잡아 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은수는 가슴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몸 여기저기가 다 이상한 것 같다. 한없이 무거워지고 한없이 젖어든다. 은수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 도현이라서 더 이상하다. 이 남자는 매번 은수를 이상하게 만들어놓고 만다.

“나도 그랬어요. 이 나이 먹도록 이런 나라서. 모자라고 미숙해서 걱정됐어요.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처음이라고 무시하진 않을는지, 혹은 나의 처음이 당신에게 단순한 포획물로 여겨지진 않을는지 걱정됐어요. 두렵기도 하고.”

은수가 진솔한 제 속마음을 내놓는다. 은수의 팔을 천천히 쓸어내리던 도현의 손길이 은수의 말에 멈추어 버린다.

“무시, 포획물…… 참 잔인하고 나쁜 단어다. 이 단어들이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긴 또 처음이네. 하여간 넌, 나한테 너무 많은 처음을 겪게 하는구나.”

도현의 말을 들으며 은수의 마음이 또 허둥댄다.
그런 은수의 생각 속에 다시 도현의 말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나도 처음이었어. 여자를 안으며 이런 느낌, 이런 감정, 이런 쾌락. 모두 처음이야. 그래서 정말 죽을 것처럼 좋았어. 죽을 만큼 좋다는 게 어떤 경험인지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너와 그 첫 순간을 나누어서 행복해. 처음의 훈장 따위 한 번도 중요하다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너와 내가 함께 나눈 첫 경험은 말로 못할 만큼 소중해.”

도현의 목소리가 느긋한 듯, 촉촉한 듯 느껴졌다. 동시에 은수의 심장 안 어딘가에서 한 줄기 전율이 피어올랐다. 따뜻한 눈물도 흘러내렸다. 그리고 잠시 은수와 도현은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은수가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눈가에 눈물을 조용히 닦아내려는 찰나 다시 도현의 입술이 은수의 목덜미에 부딪혀온다. 입술을 미끄러뜨리고 뒷목을 잘게 물어대며 도현이 들릴 듯 말 듯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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