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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8746117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15-06-2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부 집 짓고 땅 일구기
이사하다
서울을 떠나다/몇 가지 이유/소도시가 지닌 매력/<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별들과 함께
호젓한 마을에서/또 다른 별들/대포 소리/<크림슨 타이드>
터를 잡다
눈먼 땅/논에 집을 짓겠다고?/비 맞는 소년들/계약을 맺다/<폴터가이스트>
헌집 고치기
헛간을 허물다/지하수 끌어올리기/실내 작업/뒷간도 집이다/토박이들을 사귀다/<건축학 개론>
새 집
어떤 집을 지을까?/바닥 공사/벽돌 쌓기/<킹 오브 썸머>/책들이 사는 집/천장과 지붕/쉽고도 어려운 건축/ 집들이/<나의 건축가>
땅을 일구다
작은 숲/나무와 꽃을 찬미하다/<과일 원정대>/열심히 일할 뿐/텃밭 가꾸기/<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2부 사람들과 어울리기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우리 마을/이웃 마을/<야곱 신부의 편지>
비밀이 없다
누군가 보고 있다/텃세 부리는 사람들/<어둠의 표적>
동네 모임
편이 갈리다/선거일 진풍경/청장년 모임/독서 동아리를 만들다/<책 읽어 주는 여자>
손님맞이
잠자리를 보는 기쁨/대문 없는 집/사냥꾼과 맞닥뜨리다/<패닉 룸>
시골 장례
어떤 축복/누가 요령을 피웠을까?/영원한 잠/<황금 연못>
3부 자연 환경에 익숙해지기
사계절
천둥번개 공포증에 대한 변명/땔감 만들기/물 걱정 노래/<트위스터>
야생 동물
야생과 인간/뱀 때문에 국화밭을 없애다/까마귀와 참새/<새>
벌레들
곤충도 벌레다/말벌과 한판 승부/진드기에 대한 푸념/철갑을 두른 지네/<구운 벌레 먹는 법>
개와 닭
개가 닭 보듯이?/개를 키우는 까닭/수탉 울음을 좋아한다고?/<강아지 호텔>
고양이와 순둥이들
고양이 이해하기/토끼를 키울 때 알아야 할 것들/돼지와 소/<템플 그랜딘>
4부 느리고 건강하게 살기
교통과 교육
즐거운 버스/자연 속에서 배우다/<아홉 살 인생>
통신
느려도 인터넷/우체부도 동네 사람/<일 포스티노>
무얼 먹을까?
가게에 두부가 없다/자연이 베푸는 음식을 찬미하다/도토리묵 만들기 특강/<바베트의 만찬>
운동
날마다 등산/산을 탈 때 조심해야 할 일/자전거 타기/<연습곡>
글을 맺으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 가족은 시골에 지을 집으로 흙벽돌집을 골랐다. 낡은 흙벽돌집을 고쳐 작업실로 쓰면서 지내보니, 무엇보다 집 안에서 나는 흙냄새가 좋았다. 아궁이에 불을 많이 땐 날엔 흙냄새가 더욱 짙었다. 게다가 이런 집은 벽으로 공기가 드나들어 건강에 좋을 듯했다. 시멘트 벽돌집이나 샌드위치 패널 집은 벽으로 공기가 잘 드나들지 못하거나 안 드나들었다. 오래된 흙집에서 한 해를 보낸 뒤에, 위쪽 터에 새로 지을 집을 설계하는 일에 들어갔다. 친구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문 설계사한테 맡기지 그래?”
내가 빙그레 웃으며 되물었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일을 왜 남한테 넘기지?”
우리 마을 사람 가운데 예순 살이 넘은 사람이 절반을 넘었다. 일흔 살이면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나이였다. 어느 집에서 늘 데리고 지낼 일꾼을 찾다가 서울 동대문 어딘가에서 남자를 구해 왔다. 이 사람 나이가 예순넷이었다. 처음 시골에 와서 이웃들에게 인사를 다녔다. 나도 인사를 주고받았는데, 아주 뿌듯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모두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마을에 젊은이 하나가 새로 들어와 든든하다면서요.”
우리 마을에서 나이 예순넷이면 어른 대접을 받기 어려웠다. 칠팔십 노인들이 환갑을 넘긴 지 꽤 된 이들에게 말을 건네며, 성씨를 빼고 이름만 부르는 일이 잦았다.
“영남이, 지금 어디 가나?”
“춘식이, 오랜만이네. 식구들 모두 잘 지내지?”
영남이나 춘식이로 불린 이는 칠팔십 노인들 앞에서 담배를 못 피웠다. 저 멀리서 칠팔십 노인이 나타났다 하면 흠칫 놀라며 등을 보이고 돌아섰다. 한참 피우던 담배를 재빨리 땅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밟았다. 말도 못하게 잘못된 일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보였다.
선거일은 동네 축제일이기도 하다. 다른 말로 대동곗날이라고 부른다. 마을회관 아래층에선 부녀회 사람들이 바삐 음식을 만드느라 손이 잘 보이지 않는다.
투표장에서 난장판을 만드는 데 한몫을 톡톡히 한 사람들, 무릎에 올려 맞잡은 손에 힘주며 혀를 내둘렀던 사람들은 모두 회관 아래층으로 들어간다. 한 상 잘 받아 반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는다.
‘이런 판에 밥이 넘어가요?’
다른 마을 사람들이 보면 그렇게 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두 맛있게 잘 먹고 잘 마신다. 웃음소리와 우스갯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얼핏 어떤 갈등도 없고 아주 정겨운 자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 마을 사람들, 성질 한번 화끈하면서 속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