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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8791261
· 쪽수 : 560쪽
· 출판일 : 2014-12-18
책 소개
목차
서장
제1장 일별즉해(一瞥卽解)
제2장 산법승부(算法勝負)
제3장 북극출지(北極出地)
제4장 수시력(授時曆)
제5장 개력청원(改曆請願)
제6장 천지명찰(天地明察)
편집 후기
리뷰
책속에서
하루미는 이제 분명한 시선으로 그들의 바람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달력은 약속이었다. 태평한 세상에 대한 무언의 맹세라고 할 수 있었다.
‘내일도 살아갈 것’
‘내일도 이 세상은 존재할 것’
세상과 위정자가, 사람과 사람이 암묵리에 나누는 그런 약속. 그것이 달력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이 달력을 좋아하는 것은, 달력을 보며 살아가는 자기 모습에서 무엇보다 깊은 안심을 느끼기 때문인지 모른다. 전국 시대에는 어떤 약속도 존중받지 못했다. 그런 세상은 이제 질색이다. 이런 생각들이 달력이라는 것에 폭발적 관심을 끌어낸 것은 아닐까? 하루미는 그렇게 생각했다.
-「서장」中.
‘여기 구고현(직각삼각형)이 있는데, 구가 9촌, 고가 12촌이다. 그 안에 그림과 같이 직경이 동일한 원이 두 개 있다. 원의 지름을 구하라.’
직각삼각형은 가장 짧은 변을 ‘구’, 그다음으로 긴 변을 ‘고’, 가장 긴 사변을 ‘현’이라 하며, 산술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도형 가운데 하나이다. ‘구고현의 법’이 다양한 문제에서 답을 끌어내는 술이 되기 때문이다.
‘구 2승에 고 2승을 더한 값은 현 2승과 같다.’
라는 법, 즉 ‘삼평방(三平方)의 정리’를 이미 알고 있는 하루미는 당장이라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별즉해」中
다케베는 그 한마디만 하고 잔을 내려놓았다.
“하늘의 별들을 남김없이 구의(球儀)에 밝혀 놓는 거야. 태양의 황도, 태음(달)의 백도, 28수의 성도, 그 모든 운행을 하나로 모아서 한 개의 구체로 만드는 거야. 그리고―,”
다케베는 하루미가 처음 보는 표정을 지었다. 부끄러워하거나 겸연쩍어하는 표정이다. 그리고 두 팔로 뭔가를 품는 시늉을 하며 아무것도 없는 눈앞의 허공을 사랑스럽다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것을, 이렇게…… 이렇게, 내 두 팔로 하늘을 품고…… 삼도천을 건너고 싶어.”
그렇게 말하고 팔을 내리더니,
“그런 생각을 했어……. 언제부턴가 늘.”
하고 덧붙였다.
“얼마나 기분이 좋겠습니까.”
따뜻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토 옆에서 하루미는 크게 놀랐다.
- 「북극출지」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