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서정 2014

발간사/기본을 위하｜5

제1부 시

최동호 / 거울이 훔쳐간 얼굴 … 13
박정래 / 고뿔과 함께한 토요일｜장마와 옥수수 … 15
양균원 / 잔수결빙｜허공에 독을 타라 … 18
황명강 / 오만한 은유들｜천관녀 … 22
노승은 / 자작나무 숲｜늦은 점심 … 26
박순원 / 녹색당｜욕실에서 … 30
이인주 / 산조(散調)｜민주주의 수사학 … 32
박용진 / 물병자리에서 내리는｜유산 … 35
최해춘 / 포옹｜해탈 … 42
정혜영 / 우연히｜큐비즘을 불러오다… 45
강호정 / 빛을 담금질하는 사람｜몸에서 나무 타는 냄새가 났다 … 48
김승 / 한낮, 아름다운 검은 당신｜이름의 계 … 52
성선경 / 가는 봄을 붙잡으며｜마당에 암탉을 풀어놓고 … 57
배옥주 / 술래가 사라지는 계절｜울음 천문대 … 61
권기덕 / P석｜(혓바닥) … 64
배성희 / 李箱 폐인｜감상적인 들판 … 66
지정애 / 보라꽃에 이르다｜화석의 계절 … 72
한영수 / 백사白蛇｜툇마루 … 76
이지담 / 내력｜돌탑 … 78
홍우식 / 오지｜변태의 과정 … 81
김유섭 / 전철에서 졸다｜지나간 생을 만지작거리다 … 84
조혜경 / 日蝕｜새들은 어디로 … 87
이언주 / 방황의 기술｜벽련포구 … 91
한효정 / 경칩｜사과는 다르다 … 95
김조민 / 비망備忘｜검은 꽃 … 99
최정용 / 캘리의 방｜보광사 불경 … 104
송민규 / 곰팡이로 만드는 바람소리｜다트와 주사위 … 107

제2부 수필

백남오 / 선경이 … 113
정봉화 / 멈춰버린 친구의 시계 … 120
엄봉애 / 新年快樂 … 126

제3부 평론

오세인 / ‘건기’를 견디는 표정… 135
현순영 / 한영수의 <케냐의 장미>, ‘나’를 말하는 세 가지 방식 … 154

작품 해설
김종훈 / 서른 개의 목소리와 서른 개의 세상 … 169

[발간사]

기본을 위하여

2014년 4월은 잔인함을 넘어선 참담함이 거대한 노란색 물결로 일렁인다. 아니,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이다. ‘세월호’의 참사는 대한민국을 다시 세워야한다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자꾸만 목이매이는 대목은 이 땅의 모든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저 꽃송이 같은 어린생명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뼈저린 통한과 아픔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기본임무에만 최선을 다했더라도 하는 안타까움이 가슴을 친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직분에 대한 최소한의 사명감, 결국 그것은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는 중요한 덕목인 것이다.
선장은 목숨을 바쳐 승객을 보호해야하고, 회사는 그 직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하고, 국가는 철저한 관리 감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고, 해경은 침몰하는 배의 승객을 신속히 구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기본이고 상식이다. 각자의 직분에서 기본에만 충실 했더라면 이렇게도 처참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리산행을 하다가 길을 잃게 되면 반드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 정도이다. 어설픈 예단이나 지식으로 길을 찾으려 한다면 조난을 당하게 된다. 이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냉혹한 생존의 문제이다. 위기일수록 기본과 본질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문학’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도 거룩하고 크게만 보였던 ‘문학’이란 이름이 이렇게 유약하고 왜소해 보인다는 사실이 슬프기만 하다. 미래서정이 가야할 방향도 결국은 문학본래의 정체성을 찾는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문학정신’ 을 묵상해보는 것이 오늘의 이 참담함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우리들의 사명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미래서정의 변할 수 없는 서정성이리라.
《미래서정》3호가 세상에 나간다. 우리들의 기본, 우리들만의 개성, 우리들만의 서정성이란 강한 자신감이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세상을 향한 인간적인 겸손함과는 별개의 문제다. 좋은 원고를 주신 모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그동안 변함없이 격려해주시고 사랑을 주신 은혜, 가슴 저 밑바닥에 새겨 두리라 다짐해 본다.

2014년 아득한 봄날에
서정시학회회장 백남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