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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8853242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15-12-20
책 소개
목차
1.초충도가 사라졌다 - 9
2.벌 나비와 대화하는 아이- 46
3.미로를 그리는 사람들 - 81
4.태임을 만나고 - 114
5.오죽헌에서 만난 인연들 - 142
6.슬픈 사랑의 노래- 183
7.허수아비의 춤 - 221
8.사모하고 사모하다 사임당이 되다 - 256
9.위작은 또 위작을 낳고 - 283
10.현몽과 현룡 - 309
11.얽히고 설킨 인연들 - 336
12.천 사람에게 덕을 베풀어야 - 365
13.엇갈린 길 - 398
14.대관령을 넘어 - 431
15.교활한 자들의 음모 - 461
16.달하 노피곰 도다샤 - 490
저자소개
책속에서
“선생님의 함자를 신문에서 뵌 적이 있어요. 지난번에 사임당의 초충도가 무더기로 발견되었을 때 다른 분은 진품이라고 했는데, 선생님은 위작이라고 하셨지요?”
“위작이었으니까. 사임당의 초충도에는 위작이 많아. 그것은 사임당의 초충도가 단순한 구도에 색칠이 단조롭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면 선생님은 사임당의 초충도를 높게 평가하지 않으시는군요.”
“아니지. 아니야. 아주 높게 평가하지. 다만, 사임당의 그림엣는 그림이 지니고 있는 정신을 읽어내야 한다는 뜻이지. 자네가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듯이.”
“환청이었지요. 설마 그림 속의 개구리가 울었겠어요?”
“허허, 자네는 그림 속의 호랑이가 밤마다 나와 주인집의 소를 잡아먹었다는 소리도 못 들어보았는가? 정말 좋은 그림이라면 그림 속의 새가 울고, 꽃은 향기를 내뿜는다네.”
“닭이 메뚜기 그림을 쪼아버렸어요, 어머니.”
다섯 살짜리 매창이 구멍이 뚫린 그림을 들고와 눈물을 글썽였다.
“닭이 네 그림한테 속은 것이로구나. 괜찮다. 매창아, 앞으로는 그림을 말린다고 마루에 내놓지 말거라.”
사임당이 딸의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큰 아들 선과 둘째 아들 번이 글 읽기를 즐긴다면 맏딸 매창은 그림을 즐겨 그렸다. 나이 세 살 때부터 사임당의 자수를 흉내 내고, 사임당의 그림을 흉내 내더니, 제법 제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매창아, 너는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느냐?”
사임당의 물음에 매창이 초롱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꽃의 마음으로 꽃을 그리고, 나비의 마음으로 나비를 그려야 한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잖아요. 붓을 들면 그 말씀이 떠올라요.”
“그래서 네가 꽃이 되고, 네가 나비가 되었느냐?”“될려고 애는 쓰는데 잘 안돼요. 저는 언제나 저인 걸요?”
“그럴 것이다. 사람이 어찌 꽃이 되고 나비가 되겠느냐? 그것들을 아끼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사임당은 매창의 하는 짓이 꼭 자신의 어린시절을 닮은 것 같아 대견스러웠다. 어떻게든 매창의 재능을 키워주고 싶었다.
“선이와 번이를 데리고 서방님이 세곡을 싣고 평안도로 떠난 날이었어요. 눈앞이 어질거리고 가슴에 통증이 일더니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아, 내가 죽는구나, 싶어 억쇠를 시켜 서방님과 선이와 번이를 불러오려 했지만, 이미 배는 떠난 다음이었어요. 성균관에 간 이가 돌아와 저녁 문후를 여쭈었지만 아픈 내색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사흘이 지났어요. 외조부와 아버지께서 저를 찾아오셨어요. 함께 가자고 손짓을 하셨어요. 두 분과 함께 훨훨 날아 강릉으로 갔어요. 경포대에서 호수에 빠진 달을 내려다보았어요. 오죽숲에서 하늘에 높이 떠 있는 오월 열이레 달을 올려다보았어요. 오죽의 작은 잎을 스쳐가는 대바람 소리를 들었어요. 어미니는 건강한 모습으로 잠들어 계셨어요. 한참을 내려다보아도 ‘사임당아 왔느냐?’ 하고 묻지 않으셨어요. 저는 어머니를 안을 수도 없었고, 어머니의 잠을 깨울 수도 없었고, 어머니를 부를 수도 없었어요. 그날, 오월 열이레에 제가 죽었어요. 사임당이 죽었어요.
갈홍근을 통하여 다녀온 김민혜의 전생여행은 그렇게 끝났다.
김민혜는 인터넷을 뒤져 사임당의 사망일자를 확인했다.
-1551년 5월 17일 새벽 홀연히 별세하였다. 향년 48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