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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8886172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3-04-1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이것은 나의 러브레터이자 데스노트다
1. 삶은 로맨틱 하드코어
연애 성공을 결정짓는 신의 한 수
흑백은 새색시의 수줍음, 컬러는 요부의 미소
영화 한 편 쇼핑하세요!
인류 멸망의 공상, 그 은밀한 쾌감
모든 사랑은 첫눈에 반하는 것
핸드폰에 갇힌 인간
술 마시면 헐크가 되는 남자
우리의 시선은 겸손해야 한다
2. 이 영화, 살아 있네!
마초와의 전쟁: 마초들 전성시대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광견병이 도는 세상
나무와 데이트하는 남자
괴로운데, 너무 괴로운데 아름다워요
회색으로 가득한 세상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이 남자의 능력
패자의 쾌감
노배우의 결자해지
야한 게 아니라 사랑이다
미국에는 부시도 살지만 촘스키도 산다
3. 영화도 리콜이 되나요?
어장관리의 새 지평을 열다
왜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도 얹질 못하니?
총체적 난국이란 이런 걸까?
말 그대로 다시 만들어버린 리메이크작
포장지만 바꾼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코르셋을 입은 영화
약소국의 치졸한 상상 복수극
모든 여잔 미국인 차지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년들이여 오라!
울고 싶어요? 울고 싶음 9,000원!
4. 들키고 싶은 뒷담화
할리우드만 가면 무사가 된다
억울해도 얼굴은 콘텐츠다
얼굴까진 용서해도 몸은 용서 못해
앞에선 ‘에헴’ 뒤에선 ‘오오’
굴러들어온 호박인가, 희망고문인가?
노장의 영화를 보고 싶다
명품처럼 빛나는 짝퉁
천재의 완성은 외모?
조롱의 대가 마이클 무어
사랑을 구걸하지 마라
마우스를 손에 쥔 독재자
어글리 코리안
과연 누가 천박한 것인가?
5. 참 씁쓸한 영화 법칙
야한 영화의 흥행 법칙
여자 셋이 모이면 쪽박 찬다
로맨스는 무조건 흔녀와 훈남
선수필패? 선수불패!
판타지의 불편한 진실
아름다웠던 우리 어머니
정면 돌파는 무서워
이토록 허망한 복수
가족이라 불리는 전쟁터
젠장, 조커는 늘 이긴다
발광하는 카우보이 만세!
원하시는 감정을 뽑아가세요
2미터 아래 땅속으로 부치는 편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년 뒤 나는 같은 학교 동급생과 사랑에 빠졌다. 한창 열병을 앓고 있을 무렵 그녀와 <미션>을 보러 갔다. 멘도자가 악랄한 노예상이었던 과거를 속죄하기 위해 십자가를 안고 이구아수 폭포 근처의 절벽을 기어올라갈 때 나는 눈물을 흘렸다. 펑펑 울었다. 그녀는 내 감수성에 감동했고, 나와 그녀는 영화가 끝난 뒤에 오랫동안 여운을 함께 곱씹으며 눈을 맞췄다. 소피 마르소를 닮은 그녀를 이끌고 프랑스 문화원에서 틀어주던 <라붐>을 보기도 했다. 그렇게 영화는 그녀와 나를 잇는 아주 중요한 매개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이별의 순간에 종지부를 찍어주기도 했으니, 재수 시절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 어느 끔찍한 영화를 함께 본 뒤, 우리는 자연스레 헤어지고 말았다. 당시 여자친구는 대학입시에 목을 매는 나를 지루해하고 있던 차였다. 그녀와 함께 본 마지막 영화는 그야말로 지루함의 극단을 달리고 있었고 덩달아 그녀에게 나의 지루함을 정황적으로 확인시키고 말았던 셈이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벨라는 분명히 두 매력을 동시에 얻고 싶어 한다. 또 그런 감정을 왠지 있어 보이게끔 포장하는 방법도 안다. “나는 제이콥과 너 사이에서 갈등하는 게 아니야. 내가 되고자 하는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서 갈등하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말이 되게 들린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녀에게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에드워드의 이른 청혼 등 현실적인 고민이 끼어드니 더더욱 설득력 있어 보인다.
게다가 절체절명의 순간, 그녀는 마치 절개를 상징하는 한국의 ‘은장도’ 미덕을 상기시키려는 듯 자신의 팔을 베어 에드워드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아, 님을 향한 희생적 순정을 하나 툭 내던져보임으로써 에드워드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저 거부할 수 없는 충절의 제스처!
이 탁월한 밀고 당김에 힘입어 그녀의 양다리는 면죄부를 얻은 셈이다. 한마디로 그녀는 하이틴 화류계의 선수, 그것도 국가대표급 선수다. 게다가 자신에게 동시에 들이대는 두 남자가 질투심을 억누르고 서로 손을 잡게까지 했으니, 가히 여신급 선수라 아니할 수 없다.
최근 적지 않은 한국영화들이 ‘일회용 눈물 자판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 노력한다. 이렇게 감동 없는 세상에서 9,000원짜리 일회용 눈물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처지를 영화는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과잉 친절의 신파 설정으로 관객들을 눈물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어때? 이 정도면 울어야 마땅할걸?’ 하고 눈물이 차고 넘치는 계곡 밑으로 밀어붙인다. 그럴 때는 되레 기분이 더럽다. 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감정이 아닌 자극에 반응하고 있을 뿐이고, 그럴 땐 내 눈에 흐르는 액체가 배설물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