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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류학/고고학 > 민속학
· ISBN : 9791127459048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3-02-1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 ‘애달픔’과 ‘하찮음’을 풀다
서장 : 민속학이라는 학문이 전하고 싶은 것
칼럼① ‘일본적’과 ‘전통적’
제1장 생활의 해부학
I 입다【依】
II 먹다【食】
III 살다【住】
칼럼② ‘지금·여기·나’에서부터 ‘걷다·보다·듣다’로
제2장 생업 전략
I 일하다【생산·생업】
II 나르다【교통·수송】
III 바꾸다【교환·교역】
칼럼③ 보는 눈을 기르다
제3장 관계를 위한 디자인
I 회합1 혈연
II 회합2 지연
III 회합3 사회의 인연
칼럼④ 듣기의 절망과 기쁨
종장 : 나/우리가 자료이다 – 민속학의 목적과 방법
칼럼⑤ 리미널 에스노그래퍼즈
후기
책속에서
민속학이란 사람들의 ‘애달픔’과 ‘하찮음’에 다가가는 학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표현은 지나치게 문학적일지도 모르겠다. ‘애달픔’이란 사람들 저마다가 살아가는 시대, 지역, 상황 속에서 한결같이 인내와 궁리를 거듭하며 열심히 하루하루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감탄과 찬사이다. 한편으로 그러한 사람들이 종종 사려분별 없는 차별, 억압,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역으로 가해자, 혹은 무책임한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잘못으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혹은 배워도 바로 잊어버리고는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사람들이 안고 있는 ‘하찮음’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일면이다.
이 에피소드에는 ‘알몸’과 ‘의복’의 근원이 제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고간을 통으로 가리기만 하는 남성, 하반신을 짧은 도롱이로 가리기만 하는 여성은 상식적으로는 알몸으로 생활하는 민족이라 칭해도 무방할지도 모른다. 사실 서구에서 온 두 청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자진해서 알몸이 됨으로써 그 속으로 뛰어들려고 한다. 그러나 뉴기니아인 당사자들의 감각은 달랐다. 그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가려야 할 부분을 가린 ‘착의’임을 의심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 청년은 그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알몸’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즉 ‘알몸’과 ‘착의’의 구분은 인류 사회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지만, 어디까지가 ‘착의’이며 어디부터가 ‘알몸’인지에 대해서는 시대, 지역, 사회 계층에 동반하는 변화가 존재한다.
단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슬로푸드의 캐치프레이즈가 패스트푸드 마케팅에 안이하게 회수되어 버리는 점이다. 음식의 생산 유통 과정이 안전성 확보와 전통의 보전, 노동 환경의 적정성을 어느 정도 배려하고 있는지는 개별적으로 검증되어야 하지만, 슬로푸드에 관한 것이 상품을 차별화하는 일종의 기호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전통음식과 그 관계자의 현장을 뒤덮어 버리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단단히 주의해야 한다. ‘와쇼쿠’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2013년)도 일본의 풍토 속에서 쌓아 올린 일본 음식의 독자적인 미학과 효용이 평가받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편, 재료와 관련자 측도 많은 곤란을 안고 있으며, ‘와쇼쿠’의 내실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애매모호해졌다. ‘패스트’와 ‘슬로’와 ‘슬로와 같은 패스트’의 공방에 우리의 음식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