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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방설림](/img_thumb2/9791128831034.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28831034
· 쪽수 : 170쪽
· 출판일 : 2018-11-13
책 소개
목차
방설림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농민은 뒤에서 힘껏 버티는 소 같았다. 이치에는 맞다고 생각해도 좀처럼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겐키치는 그런 구차하고 엉거주춤한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왜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는가.’
추위가 바싹바싹 거적 위에서부터 그 밑의 외투를 통해, 옷을 통해, 셔츠를 통해 피부로 직접 푹 찔러 왔다. 외투에는 가루 같은 눈이 하나하나 결정이 되어 반짝반짝 붙어 있었다. 손끝과 발끝이 아플 정도로 차갑게 느껴졌다. 콧구멍이 얼어붙어, 입속도 귓속도 콧속도 차게 굳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깨질 것 같이 얼얼했다. 모두가 탄 말 썰매는 잡목림의 가로수가 계속되는 곳으로 나왔다. 그것은 이시카리강 가를 따라 있는 숲이었다. 그래서 비로소 길을 헤매지 않고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끔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눈보라를 만나 반쯤 죽을 뻔한 상태로 길을 헤매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했다. 다음 날 아침에 보면 어처구니없이 지난밤에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결같이 평평하기에 방향을 어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갑자기 마을이 떠들썩해졌다. 그러자, “불이다! 불이다!”라고 외치면서 정류장 쪽으로 두세 명이 달려갔다.
밖에 서 있던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그쪽을 보았다. 어두운 하늘이 조금 밝아졌다. 하지만 순식간에 높이가 3미터나 되는 불길이 뿜어 올랐다. 빠지직빠지직 무언가 불에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고 있는 동안에 시내의 집도 나무도 한쪽 편만이 흔들거리는 빛을 받아 새빨갛게 되어 명암이 또렷이 생겼다. 마을을 달려가는 사람의 살기를 띤 얼굴이 하나하나 빨간 잉크를 뿌린 듯이 보였다.
(...)
“지주네가 아닐까.”
“음 그런지도 모르겠네.”
“어머나 어머나.”
달려가는 사람에게 물으니, “지주네야. 지주네”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갔다.
“지주네면 내버려 둬.”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앙얼을 입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