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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91128855511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0-10-28
책 소개
목차
1. 전장호(傳掌虎) /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는 범 이야기
2. 매립음주(賣笠飮酒) / 갓을 팔아 술을 사 먹은 이야기
3. 걸인시혜(乞人施惠) / 거지가 은혜를 베푼 이야기
4. 백호산군식랑(白虎山君食狼) / 백호산군이 이리를 잡아먹은 이야기
5. 이생계주(李生戒酒) / 이생이 술을 끊은 이야기
6. 의적(義賊) / 이생원을 구한 도둑 이야기
7. 멸사기(滅邪記) / 사악한 요괴와 대적한 이야기
8. 최경 비리호송(非理好訟) / 최경의 잘못된 송사 이야기
9. 이김양성기(李金兩姓記) / 이씨와 김씨 두 집안 이야기
10. 용지취과(用智娶寡) / 지혜를 써서 과부에게 장가든 이야기
11. 친사간상전(親査間相戰) / 사돈끼리 서로 싸운 이야기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여보시오, 내 말을 들으시오. 우리 중의 법(法)은 제 손으로 무엇이든지 살상(殺傷)하지 못하는 법인즉 내가 친히 죽이지 못하니, 이 범을 내가 대신으로 붙들 터이니 말을 잠간 멈추고 어디서 도구를 얻어 가지고 와서 이 범을 죽이시오.”
하거늘 이 사람이 범을 놓고 멀리 달아나며 이르되,
“너는 불경(佛經)만 읽고 ≪맹자(孟子)≫의 글은 읽지 아니하였느냐? ≪맹자≫라 하는 글에서 말하기를 ‘사람이 칼로 사람을 죽이고 가로되, 내가 사람을 죽이지 아니하고 칼이 사람을 죽였다 하면 진실로 사람이 죄가 없고 칼이 죄가 있으랴?’ 하였다. 네가 지금 그와 같도다. 내가 네 말을 듣고 이 범을 죽이면 나는 오히려 죄가 없어도 너는 나를 시켜서 살상을 하였은즉 죄가 네게 있을 것이니, 네 어찌 불경 경계(警戒)에 죄를 아니 범했다 하겠느냐? 그런고로 내가 너를 위함으로 이 범을 아니 죽일 뿐 아니라, 이 범이 계속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달되고 있으니 그리 알고 붙들고 있다가 또 다른 사람을 만나거든 나와 같이 그 사람에게 전달하라.”
- <전장호(傳掌虎)?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는 범 이야기> 중에서
이전에 어느 곳인지는 모르되 흰 호랑이 하나가 있어서 모든 짐승 중 임금이 되어 정사를 하는데, 먹을 것을 많이 진상(進上)하면 좋아하고 그렇지 아니하면 죽이는지라. 어느 짐승이 그 위엄을 무서워 아니하리요?
그러한 중에 백호산군이 사냥하러 나갔다가 어떠한 포수에게 총을 맞고 돌아오니 비록 과히 상치 아니하였으나 화약과 철환의 독한 기운이 몸에 들어 밤과 날에 평안치 못하였다. 모든 짐승이 다 가서 문안하여 위로할 제 온갖 먹을 것을 예비하고, 혹 그 마음이 변하면 무죄한 신하를 물어 죽일까 하여 겁내며 소심하더니, 이때에 여우가 무슨 일이 있어서 들어와 문안을 못한지라. 백호산군이 생각하되,
‘다른 신하는 다 와서 내게 문안도 하고 먹을 음식도 많이 주되 여우는 한 번도 와서 문병도 아니하니 괴이하도다.’
- <백호산군식랑(白虎山君食狼)?백호산군이 이리를 잡아먹은 이야기> 중에서
한날은 무슨 볼 일이 있어서 삼십 리 되는 곳에 갔더니, 그곳에서 한 집을 보니 부자의 집 모양이되, 그 집 문을 지나며 본즉 문 안에 한 흰 옷 입은 계집이 있거늘 자세히 보니 나이 이십 넘은 과부라. 그 얼굴이 매우 아름답고 그 모양이 민첩한지라. 이성이 생각하되,
‘내 만일 이 과부를 얻으면 재물까지 가질 것이니 진실로 좋겠다마는 계교가 없구나!’
하고 집에 돌아와서 그 계집을 잊어버릴 수가 없어서 거의 병이 나게 되었더니, 문득 한 꾀를 생각하고 그 이웃에 있는 말 잘하는 계집을 불러 의논하되,
“내가 자네를 부른 뜻은 내가 과부에게 장가들고 싶어서 의논하고자 하니, 만일 이 일이 되게 하면 성사(成事) 후에 돈 삼백 냥을 줄 것이니, 나 하라 하는 대로만 하여 주소.”
하니, 그 계집이 돈을 주마함에 욕심이 나는지라. 대답하되,
“서방님이 시키는 대로 하올 것이니 무슨 계교를 가르치옵소서.”
하거늘 이성이 가로되,
“내가 그 과부 있는 근처에 가겠으니 하루만 더 기다리라.”
- <용지취과(用智娶寡)-지혜를 써서 과부에게 장가든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