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411491
· 쪽수 : 178쪽
· 출판일 : 2013-12-20
책 소개
목차
자서
주름 속의 나를 다린다
가을
워낭 소리
클릭
밥알
아카시아
장다리꽃과 나비
아무도 호수의 깊이를 모른다
한강 철새
겨울나무
뻐꾸기
무청
멍석
청솔 연기
매실나무
부엉이
오동나무
한가위
소낙비
기러기
제삿살
벌초
별
동백꽃
걸레질
딸기 2
새벽 두시
그리움
온다던 사람 오지 않았다
성냥불
폭설
팽이
연장
철근
장작을 패며
땡감
보리
간경화 꽃
빈집 4.대추나무
산딸기
비 오는 밤에
고구마
머위
부나비들은 저렇게 사랑을 하는구나
딸기
팽나무
우렁이
그리움
어머니의 기도
가는 비
이재무는
저자소개
책속에서
주름 속의 나를 다린다
일요일 밤 교복을 다린다
아들이 살아 낼 일주일분의 주름
만들며 새삼 생각한다
다림질이 내 가난한 사랑이라는 것을
어제의 주름이 죽고 새로운 주름이 태어난다
아하, 주름 속에 생활의 부활이 들어 있구나
아들은 내가 다려 준 주름 지우며
불량하게 살아가리라
주름은 지워지기 위해 태어나는 것
주름을 만들며 나를 지운다
자서(自序)
습관이란 편리한 측면과 함께 집요한 구석이 있다. 오랫동안 자판을 두들겨 글을 써 온 버릇 탓으로 실로 오랫만에, 육필시집을 내기 위해 손 글씨를 써 보니 여간 힘이 부치는 게 아니었다. 워낙에 악필인데다가 차일피일 미루다 시간에 쫓겨 쓰다 보니 더욱 글씨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독자 제위에게 송구할 따름이다.
더욱이 이 시집이 내 여생뿐만 아니라 혹 사후에라도 남게 된다면 그 부끄러움을 어찌 감당해야 하나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기까지 한다.
비교적 행수가 적은 시편을 위주로 수록하게 되었다. 그것은 내 노동력을 줄여 보자는 얄팍한 속셈도 없지 않았지만 악필에 독자들의 눈에 피로가 가중될 것을 염려한 배려도 있었다는 것을 밝힌다.
나는 지금까지 9권의 시집과 1권의 연애시집 그리고 두 권의 시선집을 발간하였다.
이번 육필시집을 내기 위해 그간의 시집 속 시편들을 일별해 보니 미세하지만 시나브로 시의 서정이 진화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때의 진화란 발전적 개념이 아닌 방법적 변화를 의미한다.
80년대의 농촌적 정서에서 도시적 정서로, 또 최근의 생태적 감수성으로의 변화가 시의 스타일의 변화를 이끈 셈이다.
앞으로의 내 시의 진로를 나는 알지 못한다.
오늘의 나의 정체성은 그간 내 생을 다녀간 무수한 사물과 인간들과의 인연이 만든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앞으로의 내 정체성 또한 내 인생을 다녀갈 무수한 사물과 인간들과의 인연 여하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것이다.
부디, 악연 대신 선연들이 보다 더 많이 내 생을 다녀가길 바란다.
앞으로의 내 시 또한 이러한 인연들에 의해 새롭게 구성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