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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역옹패설](/img_thumb2/9791130419848.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91130419848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3-08-12
책 소개
목차
옹패설 전집 서(櫟翁稗說前集序)
역옹패설 전집 1(櫟翁稗說前集一)
역옹패설 전집 2(櫟翁稗說前集二)
역옹패설 후집 서(櫟翁稗說後集序)
역옹패설 후집 1(櫟翁稗說後集一)
역옹패설 후집 2(櫟翁稗說後集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지정(至正) 임오년 여름에 비가 줄곧 달포를 내려 들어앉았는데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답답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 벼루를 들고 나가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벼룻물로 삼고, 친구들 사이에 오간 편지 조각들을 이어 붙인 다음 그 뒷면에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그리고 말미에 역옹패설(櫟翁稗說)이라고 썼다.
역(櫟) 자에 낙(樂) 자가 붙어 있는 것은 본래 소리를 나타낸 것이지만, 재목감이 못 되어 베이는 피해를 멀리하는 것은 나무로서의 즐거움[樂]이 되기 때문에 낙(樂) 자를 붙인 것이다. 나는 벼슬아치로 종사하다가 스스로 물러나 옹졸함을 지키면서 호를 역옹(櫟翁)이라 했다. 이는 재목감이 되지 못함으로써 수명이나 누릴까 하는 뜻에서다.
패(稗) 자에 비(卑) 자가 붙어 있는 것 역시 소리를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이를 뜻으로 살펴보면 돌피[稗]는 곡식[禾] 중에 하찮은[卑] 것이라는 뜻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나는 젊어서는 글 읽을 줄 알았으나 장성하면서 그 배움을 폐지했다. 지금은 늙었는데 도리어 잡문 쓰기를 좋아하니 부실하기가 마치 하찮은 돌피와 같다. 그러므로 그 기록한 것들을 패설(稗說)이라 했다.
근세에 통해현(通海縣)에 거북같이 생긴 큰 동물이 조수를 타고 포구에 들어왔다가 바닷물이 빠지자 나가지 못했다. 백성들이 그것을 도살하려고 하자, 현령 박세통(朴世通)이 못하게 말리고 굵은 새끼로 배 두 척에 매어 바다에 끌어다가 놓아주었다. 꿈에 늙은이가 나타나 절하며 말하기를, “내 아이가 날을 가리지 않고 나가 놀다가 솥에 삶길 뻔했는데 다행하게도 공께서 살려주었으니 그 은덕이 크오. 공과 공의 아들 손자 삼대가 반드시 재상이 될 것이오” 했다. 그리하여 박세통과 그의 아들 홍무(洪茂)는 재상의 지위에 올랐으나 그의 손자 함(瑊)은 상장군(上將軍)으로 은퇴하게 되었다. 이에 불만을 품고 시를 짓기를,
거북아 거북아 잠에 빠지지 마라
삼대의 재상이 헛소리일 뿐이구나.
龜乎龜乎莫耽睡
三世宰相虛語耳
했다. 이날 밤에 거북이 꿈에 나타나 말하기를, “그대가 주색에 빠져서 제 스스로 복을 던 것이지, 내가 은덕을 잊은 것은 아니오. 그러나 한 가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니, 조금 기다리시오” 했다. 며칠이 지나자 과연 은퇴하라는 명이 취소되고 복야(僕射)가 되었다.
사간(司諫) 정지상(鄭知常)의 시에,
비 갠 긴 둑에 풀빛 푸른데
남포에서 그대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른다.
대동강의 물은 언제 마를는지
해마다 이별의 눈물 보태어 물결을 이루네.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作波
라 했다. 연남(燕南) 양재(梁載)가 일찍이 이 시를 등사할 적에, ‘해마다 이별의 눈물 푸른 물결을 불게 하네(別淚年年漲綠波)’라고 썼다. 내 생각에는, ‘이룬다[作]’나 ‘불다[漲]’는 모두 원만하지 않고 ‘푸른 물결에 보탠다(添綠波)’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