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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비평론
· ISBN : 9791130457222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14-07-28
책 소개
목차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5
라파엘로의 환상 9
이탈리아에 대한 동경 17
생존 시 널리 유명했던 화가이자 롬바르드 유파의 일인자 프란체스코 프란차의 특이한 죽음 20
연습생과 라파엘로 32
피렌체의 젊은 화가 안토니오가 로마에 있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 41
재주가 많으면서도 학식이 깊은 화가의 전형. 피렌체 유파의 유명한 시조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에서 소개함 47
두 가지 그림 묘사 70
예술에서 일반적인 것, 관용 그리고 인간애에 대한 몇 마디 80
우리의 존경하는 조상 알브레히트 뒤러의 명예를 기념하며 87
놀라운 언어 두 가지와 그 신비한 힘에 대해 107
피렌체파(派)의 옛 화가 피에로 디 코시모의 특이성에 대해 115
어떻게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세상의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자기 영혼의 안녕을 위해 이용해야 하는가? 127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위대함 133
로마에 있는 어느 젊은 독일 화가가 뉘른베르크에 있는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 145
화가들의 초상화 155
화가들의 연대기 162
음악가 요셉 베르크링거의 이상한 음악적 삶 1, 2부 193
해설 225
지은이에 대해 243
옮긴이에 대해 252
책속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외로운 수도원 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멀리 떨어진 세계를 어렴풋이 생각하며 다음의 글들을 조금씩 써 갔습니다. 나는 젊은 시절에 예술을 매우 사랑했고, 이 사랑은 마치 소중한 친구처럼 이 나이가 될 때까지 나와 함께 계속 동행해 주었습니다. 내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마음의 충동에 북받쳐 이 회상들을 적어 나갔던 것을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은 관대한 눈으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들은 요즘 어조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오늘날의 어조에 익숙지 못하고,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런 어조를 좋아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젊은 시절 세상을 살아가면서 현세적인 일에 많이 얽혀 있었습니다. 나의 가장 큰 갈망은 예술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 삶과 보잘것없는 재능을 모두 예술에 바치고 싶었습니다. 몇몇 친구들도 내 스케치가 그렇게 서툴지만은 않다고 평가해 주었고, 내가 모사(模寫)한 작품이나 내 창작품들도 완전히 불만스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린 성모 마리아상을 생각하면 언제나 말할 수 없는 신성한 놀라움이 엄습해 왔습니다. 머릿속에 라파엘로나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이 떠오르면 내가 손에 잡고 있는 목탄 연필이나 붓을 움직인다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고 멍청한 짓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정말 고백하건대, 그들의 작품이나 생애가 선명하게 떠오를 때면 나는 가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마음에 울어야만 했습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을 좋은 그림과 소위 나쁜 그림으로 구분해서 결국엔 냉정하고 비판적인 눈으로 평가하기 위해 모두 한 줄로 차례대로 세울 수가 없었습니다.−그런 생각은 마치 신을 모독하는 것같이 여겨졌습니다.−아마도 요즘의 젊은 예술가들이나 소위 예술 애호가들은 즐겨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H. 폰 람도르(H. von Ramdohr)의 글을 읽고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쓴 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손에서 바로 내려놓을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이 글들을 책으로 인쇄하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특히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예술가들이나, 자신을 예술에 바치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지난 시대에 대한 신성한 경외심 때문에 아직도 마음이 부풀지 못해 조용히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 글을 바치고자 합니다. 이들은 내가 이 글을 쓸 때와 똑같은 사랑으로 읽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의미도 없을 내 말에 혹시 많은 감동을 받아 더욱 깊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은 내 삶을 수도원에서 끝맺도록 정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 시도는 지금 내 능력으로 예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이 글들이 아주 불만스럽지만 않다면 혹시 2부로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2부에서는 각각의 예술 작품을 개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반박하고 싶고, 하늘이 건강과 시간을 허락하신다면 기록해 놓은 내 생각들을 여기에 맞게 정리해서 분명하게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또 다른 그림을 언급해야 하는데, 그 상황이 특이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그림은 리자 델 지오콘도(프란체스코의 아내)의 초상화다. 그는 이 그림을 4년에 걸쳐 그렸는데, 머리카락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고 정교하게 세부 작업을 하면서도 그림 전체의 정신과 생명력을 질식시키지 않았다. 그 고귀한 부인이 그림 때문에 그렇게 자주 와서 앉아 있어도 그는 매번 몇 사람들을 불러서 편안하고 즐거운 음악을 악기로 연주시키고 사람들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부인의 기분을 즐겁게 해 주었다. 얼마나 재치 있는 착상인가. 나는 이런 것 때문에 항상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감탄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보통 딱딱하고 공허한 엄숙함이 나타나기 쉬운데, 만약 그러한 표정이 그림에 계속해서 남아 있는 용모로 굳어져 버리면 무뚝뚝한 모습이 되거나 심지어 어두운 모습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즐거운 음악이 그 사람의 얼굴 표정에 작용하며, 모든 표정을 풀어 주고 기분 좋고 즐겁게 하는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얼굴의 상당한 매력을 화판에 생생하게 옮겼고, 한 가지 예술을 수행할 때 또 다른 예술을 보조 수단으로 유리하게 이용해서 그 영향이 앞선 예술에 반영되게 할 줄 알았다.
아름다움이란 신기할 정도로 이상한 말이다! 각각의 개별 예술적 감정에 따라, 각각의 예술 작품에 따라 새로운 말을 발견한다! 각각의 예술 작품에 다른 색이 역할을 하며, 각각의 예술 작품을 위해 인간의 몸 안에 새로운 신경계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대들은 이 단어에서 이성의 술책으로 하나의 엄격한 시스템을 만들어 모든 사람들에게 그대들의 규정과 법칙에 따라 느끼라고 강요하려 한다. 그러나 그대들 자신은 느끼지 않는다.
하나의 시스템을 믿는 사람은 자기 가슴에서 공통의 사랑을 몰아낸다! 이성의 배타심보다 감정의 배타심은 그래도 참을 만하다. 시스템에 대한 믿음보다는 미신이 훨씬 낫다.
그대들은 감상적인 사람들더러 농담조의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춤추는 것을 기분 좋게 느끼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다혈질인 사람을 강요해서 비참하게 공포에 차 있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그의 마음을 바치게 할 수 있는가?
태양 아래에 있는 각각의 사람들과 민족들에게 자신들의 믿음과 행복감으로 살아가게 하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기뻐할 때 그대들도 기뻐하라. 비록 그들에게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가치 있는 것에 대해 그대들이 함께 기뻐할 줄 모르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