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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91130458861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4-11-21
책 소개
목차
켈리와 나
모니카의 일기
백세 서신
옥수수밭에서의 죽음
인공지능 보고서
소와 대
기로 위 가정
애정이중주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녀가 너무 모질었지만, 그녀로서는 보통의 아내들처럼 상황 여하를 막론하고 남편을 역성들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 순간, 그녀는 한 글자도 쓰지 않은 만년필을 내려놓고 자신이 어떻게 수차례 남편을 무시함으로써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는지 떠올렸다. 영어로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사실 그녀는 남편이 느끼는 극도의 불안함을 알면서도 일부러 도발을 감행했다. 때로 미국인 청년과 말장난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매력이 여전히 통하는지 테스트해 보기도 했다. 카이로 회담 당시 처칠 옆에 자리하게 된 남편의 얼굴에 곤란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녀는 남편을 곤경에서 구하려 들지 않았다. 남편은 뻣뻣한 군복 차림으로 두 손은 청천백일기가 새겨진 군모를 무슨 부적이라도 되는 양 꽉 잡고 있었다. 그는 영어를 알아듣는 척했지만, 참석한 이들 모두 그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교태 섞인 미소를 짓고 수시로 눈웃음을 치며, 앞코가 뚫린 하이힐로 루스벨트 대통령의 절름거리는 다리를 툭 찼다.
그녀는 남편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또한 두 사람의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도 모른 척했고, 이 때문에 부부로서의 관계조차 복잡해졌다. 그가 그녀에게 찬성하는데, 그녀가 그에게 찬성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인 것일 수도 정치적이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그녀가 그렇게까지 정치적인 인물은 아니라는 점이다! 훗날 그녀는 꿈에 남편의 손목에 맺힌 피멍과 소리 없이 잇따라 경련이 일던 입술을 수도 없이 보았다. 큰 힘을 가해야 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도대체 그녀는 얼마큼 기운을 몰아 쓴 걸까? 당시 어르신이 이미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문까지 떠도는 마당에 이를 불식시킬 호기가 찾아왔기 때문에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마침 11기 3중전회를 마친 주석단 대표를 롱민종합병원(榮民總醫院)으로 불러 직접 총재를 뵙게 한 것이다.
- 백세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