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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88966805273
· 쪽수 : 314쪽
책 소개
목차
룡빙콴(梁秉鈞)
사스(SARS) 시대의 사랑시 非典時期的情詩 3
고과와 함께하는 여행 帶一枚苦瓜旅行 10
딥 베이(Deep Bay) 後海灣 17
연잎 蓮葉 22
초이임푸이(蔡炎培)
최고법원 고적 大葛樓之墟 29
홍콩 여인 香港的女人 34
중국 철도 中國鐵路 37
당아람(鄧阿藍)
자네 영전에 이르러 來到?的靈前 43
노안?칭마대교 불꽃 축제를 시청하며 兩眼老花-收看?馬大橋煙花匯演 50
복지사의 가정방문 社工家訪 54
이 땅에 土地上 59
인장(?江)
개 같은 내 인생 狗?的歲月 65
성냥팔이 소녀 賣火柴的女孩 70
고도의 기다림(습작 1?7) 果陀等待(練習一至七) 77
우인칭(胡燕?)
블랙 올리브 欖角 89
가우롱통역 九龍塘站 92
빨래 장대 ?衣竹 98
웡룅워(王良和)
시간 문제 時間問題 105
2층 침대 雙層牀 111
산타클로스 이야기 聖誕老人的故事 115
킹킹(鯨鯨)
우린 미궁 같은 세계에서 산다 我們活在迷宮那樣的大世界 123
네이선 로드(Nathan Road) 彌敦道 127
홍콩 1일 투어 圍城一日遊 132
오로라 緣光 137
록퐁(洛楓)
도시가 늙으면 當城市蒼老的時候 143
시로 쓴 웡꼭 詩錄旺角 152
박스에 내 시신을 숨긴 날들 自我紙盒藏屍的日子 159
황찬란(黃燦然)
그대가 옳다, 하지만 그대는 틀렸다 ?沒錯, 但?錯了 167
흘러가는 꽃 流動的鮮花 171
늦여름 속의 초봄 夏末裏的初春 175
세 편의 시환멸에 빠진 자 詩三首幻滅者 177
찬딱감(陳德錦)
칭산호이의 존재하지 않는 대학 ?山墟一間不存在的大學 181
1979년 초가을 가우롱공원에서 一九七九年初秋在九龍公園 186
경찰서 외벽 감시탑 警署外牆的角塔 191
시우사이(小西)
분수 천사 流水天使 199
침묵의 천사 默默天使 201
허황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我們活在虛幻的大世界 203
찬밋(陳滅)
완자이 옛 거리 灣仔老街(之二) 209
71에 이르는 길 到七一的路 213
시장 따위, 죽어 버려라 市場, 去死? 218
애주가의 산술 酒徒的算術 222
랴오웨이탕(廖偉棠)
안개 속에서 쓰다 霧中作 229
꾼통, 추이핑췬 觀塘, 翠坪村 232
템플 스트리트(廟街)를 가로지르는 찰리 ?理穿過廟街 236
찬라이뀐(陳麗娟)
여자 장사의 노래 女大力士之歌 247
달리다 지친 회전목마 疲於奔命的旋轉木馬 252
별을 잃은 도시 亡星之城 258
록마우(洛謀)
국경 國慶 265
섬 서쪽 또는 가우롱 서쪽 島的西邊或城的西邊 268
근심스레 떠나다 憂憂愁愁地走了 272
로이윙까이(呂永佳)
집 철거 ?房子 277
전차의 암호 電車的暗語 282
무풍대 無風帶 285
해설 289
지은이에 대해 300
옮긴이에 대해 309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땅에 무엇이 나고 자랄 수 있겠는가?
젊을 때부터 늙어서까지 노래했으나
전쟁의 세월을 지난 어린 시절은 잡초와 같아라
그대 뜨거운 태양 아래 노래하고
칠흑 같은 밤 고단한 중에도 노래하니
나무가 그의 노래에 어김없이 화답한다
화약 냄새 짙어
짙게 배여 온 세기에
초연이 자욱한 것만 같다 어찌 이리 자욱한가?
하늘은 길고 짧은 잘린 사지로 변하고 있다
하늘은 크고 작은 낡은 신발로 변하고 있다
지뢰가 또 거센 불길 뿜으며 터진다
이 땅에 무엇이 나고 자랄 수 있겠는가?
이 땅에 무엇이 나고 또 자랄 수 있겠는가?
이 땅에 무엇이 나고 또 자랄 수 있겠는가?
창밖 빨래 장대는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온 가족의 묵직한 옷을
저 혼자 지고 있다
옮겨 가는 빛줄기를 향해 필사적으로 팔을 뻗어
조금씩 조금씩 저 다스한 태양을 따라가다 보면
하늘색 광목은 마를수록 허약해진다
오후의 바람이 불어 들자, 옷들은 세차게 펄럭이며
중학생마냥, 왁자지껄 몸을 뒤치다
상도(常道)인 장대를 벗어나고 만다. 보아라, 과격한 버둥질이
황혼을 짓찧어, 노을의 깃털이 분분히 흩날리는 풍경을
온 땅 가득 울긋불긋한 것은, 서리 맞은 단풍일까 술에 취한 한낮일까?
어쩌다 고개 들면, 조심조심 길 가던 중년이
살짝 미소 짓는다. 그렇게 출근길에 올라
붐비는 전철 좁디좁은 공간에서
5위안 주고 산 신문을 읽으며, 세상이 내다보이는 좁은 창틈을 밀어젖히면
아이가 썩 똑똑지 못해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단 것과
땅은 자그마해도 아시안게임 금메달 몇 개는 거머쥘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피곤할 때면 컬러풀한 섹션은 대충 넘기다, 차가 덜컹일라치면
잠시나마 의지가 되는 손잡이를 움켜쥔 채, 설핏 잠이 든다
고속으로 달리던 열차에서 내린 후엔,
귀갓길을 늘여 잠깐 걷거나,
제 집 아래서 걸음 멈추고, 고개 들어
아이들 러닝셔츠의 익숙한 춤사위를 볼 수도 있겠다
갓 마른 옷
그 상쾌한 내음을 떠올리며, 햇빛에 닿으려는 장대의 자세에 연민을 느낄지도
그러다 끝내, 가벼운 탄식을 내쉬며
저 작달막한 누런 장대를 통해
생명의 장구함을 느끼게 되리라
만약 이 도시가 이미 늙었다면
우리의 젊음은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오늘 밤 자정을 넘기면
또 다른 시대가 시작된다고 한다
길가엔 술병이 나뒹굴고
깨진 유리는 어슴푸레한 빛을 굴절시킨다
우리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 돌려
올 때의 풍경을 찾아본다
돌아가 앉을 곳 없는 머리칼에 텅 빈 바람이 불어 든다
네 곁에 바싹 다가가
춥고 어둑한 골목에 흩어지는 술 취한 사람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골목의 또 다른 구석에서 흥겨움이 울려 난다
우리는 이 세기라는 노정을 어떻게 지나가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