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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30460628
· 쪽수 : 210쪽
· 출판일 : 2015-01-15
책 소개
목차
서문 ·······················3
그 하나 ······················7
학생의 집 ···················7
하늘소 애벌레 ················11
에보시 산록의 목장 ··············11
그 둘 ······················18
청보리 익을 무렵 ···············18
소년들 ···················19
보리밭 ···················21
고성의 초여름 ················24
그 셋 ······················33
산장 ····················33
해독제 파는 여자 ···············38
은바보 ···················39
마쓰리 전야 ·················40
13일의 기온 마쓰리 ··············42
마쓰리가 끝나고 ···············47
그 넷 ······················49
나카다나 ··················49
졸참나무 그늘 ················55
그 다섯 ·····················56
산속의 온천 ·················56
학창 하나 ··················59
학창 둘 ···················61
시골 목사 ··················61
9월의 논길 ··················62
산중 생활 ··················64
산지기 ···················68
그 여섯 ·····················73
가을 수학여행 ················73
고슈 가도 ··················74
산촌의 하룻밤 ················76
고원 위에서 ·················78
그 일곱 ·····················85
낙엽 하나 ··················85
낙엽 둘 ···················86
낙엽 셋 ···················87
고타쓰 이야기 ················88
음력 10월 ··················91
초겨울, 그 언덕가 ··············92
농부의 생활 ·················95
수확 ····················99
유랑자의 노래 ················103
그 여덟 ·····················105
1전짜리 식당 ················105
소나무 숲 속 ················107
깊은 산의 불빛 ···············111
산 위의 아침 ················116
그 아홉 ·····················120
설국의 크리스마스 ··············120
나가노 관측소 ················126
철도풀 ···················127
소 도살 하나 ················128
소 도살 둘 ·················132
소 도살 셋 ·················135
소 도살 넷 ·················137
그 열 ······················141
지쿠마 강을 따라 ··············141
강배 ····················144
눈의 바다 ··················147
사랑의 증표 ·················149
산 위에서 ··················150
그 열하나 ····················152
산에 사는 사람들, 하나 ············152
산에 사는 사람들, 둘 ·············155
산에 사는 사람들, 셋 ·············158
야나기다 모주로 ···············160
소작인의 집 ·················161
그 열둘 ·····················172
길가의 잡초 ················172
학생의 죽음 ················175
따뜻한 비 ··················177
기타야마의 늑대, 그 외 ············178
절 ·····················180
봄의 태동 ··················182
별 ·····················183
첫 번째 꽃 ·················183
산촌의 봄 ··················184
해설 ······················187
지은이에 대해 ··················194
옮긴이에 대해 ··················198
책속에서
“좀 더 나 자신을 신선하게 그리고 간소하게 할 수는 없을까?”
이는 내가 도회 공기 속에서 빠져나와 그 산간 지방으로 갈 때의 마음이었다. 신슈 농민들 속으로 들어가 여러 가지를 배웠다. 시골 교사로서 나는 고모로의숙(小諸義塾)에서 마을 상인이나 옛 무사, 농민의 자녀를 가르치는 것이 직업이었지만, 또 한편으론 나 역시 학교 사환이나 학부형으로부터 배웠다. 결국 7년의 긴 세월을 산 위에서 보냈다. 내 마음은 시에서 소설을 택했다. 이 글은 3, 4년 정도 지방에서 침묵하던 시절의 인상이다.
경사를 따라 아카사카(赤坂, 고모로 마을의 일부)의 연이은 집들이 보이는 곳으로 나왔다.
아사마 산기슭에 있는 마을들이 잠에서 깼을 때다. 아침밥 짓는 연기가 왠지 습한 공기 속으로 계속 올라간다. 닭 우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벼 익어 가는 논 주위로 콩도 꼬투리를 드리우고 있다. 벼 중에 벌써 아래 잎사귀가 노랗게 된 것도 있다. 9월도 중순이 지났다. 벼 이삭은 다양해서 어떤 것은 참억새 이삭 색처럼 보이고 어떤 것은 완전히 풀빛, 어떤 것은 붉은 털 송이를 숙인 모양인데 그중에서 짙은 다갈색 벼 이삭이 찹쌀을 심은 논이란 것은 나도 분간이 된다.
아침 햇살은 산골짜기마다 비친다.
논길에 난 잡초는 내 발을 적시며 간지럽게 한다. 그 사이를 돌아다니며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들었다. 이 계절, 아사마는 어떤 날은 여덟 번 가량 연기를 내뿜을 때가 있다.
“아! 또 아사마가 불탄다”며 주고받는 말이 그 고장 사람의 습관이다. 남자나 여자는 일하던 손을 멈추고 밖으로 나와 본다. 하늘을 쳐다보면 반드시 아사마 쪽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연기 덩어리를 목격한다. 그럴 때면 화산 기슭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곳에 사는 데 익숙해진 사람은 평소엔 그런 사실도 잊고 살기 일쑤다. 아사마는 큰 폭발로 인해 붕괴된 산으로, 지금 말하는 깃파(牙齒) 산이 옛날 분화구의 흔적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산 형상에 뭔가 호기심이 발동해 오는 여행객은 대개 실망한다. 아사마 산뿐 아니라 다테시나(蓼科) 산맥을 보더라도 기이함이 전혀 없는 것들뿐이다. 단지 재미있는 것은 산 공기다. 어제 다녀 본 산과 오늘 다녀 본 산이 거의 매일 바뀐다.
검사가 끝났다. 도살자는 무리 지어 몰려와, 소리로 달래거나 야단치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소를 억지로 도살장으로 끌어넣었다. 도살장은 마루방으로 마치 넓은 욕탕의 몸 씻는 데처럼 돼 있다. 방심한 소를 확인하고 도살자 중 한 사람이 가느다란 삼끈을 앞뒤 다리 사이로 던졌다. 끈을 꽉 졸라매자 소는 중심을 잃고, 육중한 몸이 옆으로 넘어지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그 직전에 이마 언저리를 겨냥해, 예의 큰 도끼의 날카롭고 뾰족한 철관으로 내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소는 눈을 돌리고 발을 버둥거리더니, 콧김도 하얗고 희미한 신음 소리를 남기고 숨이 끊어지려 했다.
아직 숨이 남아 있는 남부 소를 둘러싸고, 도살자 중 어떤 이는 꼬리를 끌고, 어떤 이는 가느다란 삼끈을 잡아당기며, 어떤 이는 식칼로 목 부근을 잘랐다. 그사이 많은 사람이 쓰러진 소 위에 올라타 갈색 배 언저리, 등 쪽 할 것 없이 마구 짓밟자, 검붉은 피가 잘린 목 쪽에서 흘러나왔다. 부서진 앞이마 뼈 사이로 막대기를 깊이 끼워 넣고 돌리며 도려내는 사람도 있었다. 숨이 있는 동안 소는 발버둥치며 신음하거나 발을 팔딱거리며 괴로워했지만 피를 다 흘리자 숨도 완전히 멎었다.
큰 검은 소가 쓰러진 모습이 앞뒤 다리는 하나씩 도살장 기둥에 묶인 채 우리 눈앞에 드러누웠다. 도살자 중 한 사람은 갈색 복부 가죽을 세로로 찢고 곧바로 다리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또 한 사람은 예의 큰 도끼를 휘둘러 소머리를 두어 번 치는 사이 흰 뾰족한 뿔이 뚝하고 마룻바닥에 떨어졌다. 남부 소의 검은 털가죽에서 흰 지방에 싸인 내용물이 드러난 것은 머지않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