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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626864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9-11-04
책 소개
목차
Ⅰ 허물
Ⅱ 롱롱
Ⅲ 프로틴
Ⅳ 롱롱프로틴
Ⅴ 뱀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는 티셔츠와 브래지어를 한꺼번에 벗었다. 바지와 팬티도 벗어 화장실 칸막이에 걸쳤다. 배낭에서 비누를 꺼내 재빨리 거품을 내며 입구를 틈틈이 돌아봤다. 공원 관리인에게 들키면 귀찮아진다. 세금을 내는 시민만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 그 꽉 막힌 남자의 신념인 듯했다. 새벽 2시, 지금쯤 공원 순찰을 마치고 관리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것이다. 공원에서 먹고 자는 건 피차 마찬가지다.
다른 구역 사람들에게 D구역 사람들의 피부는 깨끗하다 해도 깨끗한 것이 아니었다. 언제라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숙주와 다르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레 초래하는 귀결은 D구역은 다른 구역과 격리돼야 한다는 거였다. 그것은 다분히 정서적인 것이었지만 확실하게 작용하는 금기의 전제가 됐다. 간혹 원거리 여행을 떠나는 철새들처럼 훌쩍 떠나갔던 사람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름에 흠뻑 젖은 깃털을 질질 끌며 구사일생 자신의 둥지로 되돌아왔다.
그녀는 천장을 향해 반듯이 누웠다. 치료실에서 돌아오면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무거웠다. 가끔은 목구멍에 통증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배꼽 부근에 작은 구멍이 피딱지와 함께 아물어 있었다. 구멍은 겨드랑이와 입술 안쪽에도 있었다. 장기기 샅샅이 헤쳐진 기분이었다. 구멍이 숭숭 난 마른 스펀지 같았다. 누군가 손아귀에 쥐면 한 줌도 안 되게 오그라질 것만 같았다. 몸 여기저기 뚫린 구멍엔 얼마 안 가 새살이 돋았다. 하루 두 번,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이 매일 반복됐다.